스티븐 호킹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발란스)' 조언은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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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상을 떠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6) 박사는 과학계를 넘어 영화, 문학 등의 분야에 큰 영감을 줬다.

그는 2010년 미국 ABC 뉴스의 다이앤 소여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일은 삶의 의미와 목표를 준다. (일이) 없는 삶은 빈 거나 다름없다"라고 답했다.

커리어와 리더십 전문가들은 과연 일에 대한 그의 조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진정 내가 돈도 벌고 자아실현도 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내 삶은 무의미한 것일까?

BBC 캐피탈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지나친 사랑은 금물?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조직행동 및 리더십을 가르치는 샐리 매틀리스 교수는 일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면, 작은 문제가 생겨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로 인해 쉽게 관두지도 않는다. 이 경우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 일이 없어서는 안 되는 정도라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틀리스 교수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학의 키이라 샤브람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북미 지역의 동물보호소 직원 5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부분이 어렸을 때 동물을 좋아해서, 아니면 동물권리 분야에서 자신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직업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추가근무도 마다하지 않았고, 힘든 일도 도맡아 했으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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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번아웃'을 겪어 쉽게 좌절감을 느꼈다. 또 종종 동물들을 안락사시키며 슬픔을 겪고, 부족한 자원으로 보호소를 근근이 운영하는 현실에 무력감과 싸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관뒀다.

좋아하는 것을 파악할 것

물론 호킹의 조언이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다. 매틀리스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 모두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커리어를 가지면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동의한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도 있다.

지난달 미국심리학회는 이 분야에서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1993년부터의 사례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하버드대학교의 테레사 아마바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목표는 얼마든지 사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암을 치료하는 것처럼 위대한 목표일 수도 있지만 동료를 돕는 것처럼 사소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의미에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까지 더해지면 직장에서의 행복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물론 의미를 주는 일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뉴욕대학교의 아낫 레치너 경영학과 교수는 우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이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만드는 걸 봐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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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화성 탐사선' 계획을 설명하는 일론 머스크

나에게 재미를 주는 일이 항상 커리어가 될 수는 없다. 리치너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이 JP 모건 같은 곳을 직장으로 택하는 건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라며 "이 경우 자신이 정말 성장하고 날개를 펼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에 기회를 안 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잡 크래프팅"

예일대학교의 에이미 블제스니우스키 조직행동론 교수는 '잡 크래프팅 (직업 다듬기)'를 제안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을 알아내 더 보람 있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매틀리스와 샤브람 교수가 연구한 자신의 '꿈의 직업'을 갖게 됐지만 현실에 실망한 동물보호소 직원들에게도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가끔은 동물보호소 내에서의 다양한 직무에서 떠나 동물과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동물을 훈련시킨다든지 털을 손질하는 일 말이다. 애초에 동물과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곳으로 돌아가 초심을 찾는 것이다.

블제스니우스키는 "현재 직업 내에서 뭐가 됐든 간에 자신에게 의미를 주는 요소를 찾는 거다"라며 직업을 기존 틀에서 규정하지 말고 시각을 넓히라고 조언했다.

그럼, 만약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방법은 없는걸까?

블제스니우스키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것도 꼭 사명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 그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걸 찾는 과정 또한 일종의 시행착오투성인 실험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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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스티븐 호킹과 넬슨 멘달라

전문가들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따라 나아가다 보면 일과 정체성이 적절히 혼합되어 단순히 돈벌이나 승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의미와 목표를 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레치너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져 일하다 보면, (당신과 일이) 하나가 된다"며 "호킹의 경우가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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