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사퇴한 곳은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Image copyright AFP
이미지 캡션 슬로바키아 로베르토 피코 총리(왼쪽)과 슬로베니아 미로 체라르 총리는 같은 날 사임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총리가 사퇴를 선언했다.

슬로베니아에서 총리가 사퇴를 선언했다.

만약 당신이 위 두 문장의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면 걱정 마라. 혼자가 아니다.

슬로바키아 로베르토 피코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정경유착을 취재하던 젊은 기자가 피살 당한 지 20일 만이었다.

공교롭게도 슬로베니아 미로 체라르 총리도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정권이 추진하던 교통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가 좌초된 게 이유다.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의 총리들이 같은 날 사퇴를 발표했다. 이 두 나라를 아직 구분할 수 있는 이들은 난처하게 됐다.

사람들이 헷갈릴까봐,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의 총리들은 아예 같이 사퇴를 해버렸다.

사람들이 이 두 유럽국가들을 혼란스러워 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국제스포츠행사에서 국기가 잘못 게양되거나 국가가 잘못 나오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있었다.

'우리 국기 아닌데'

구글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슬로바키아 태생'이라고 치면 수십 개의 트윗이 나온다.

하지만 멜라니아는 사실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부인인 이바나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인데, 이 부분은 아래 역사 부분에서 다루겠다)

비슷한 이름 때문에 국제스포츠경기에서 서로의 국기가 게양되거나 국가가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작년 독일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슬로바키아 대표팀 우승에 슬로베니아 국가가 나오자 관중석에서 화가 난 슬로바키아인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세계 정상들도 헷갈린다. 조지 W. 부시가 대표적이다. 슬로바키아 총리와의 회담에 대해 얘기했지만, 사실 그가 만난 건 슬로베니아 총리였다.

2003년에는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한 기자회견에서 슬로바키아 총리를 소개했다. 사실 그가 소개한 이는 슬로베니아의 안톱 롭 총리였다.

롭 총리는 나중에 "너무 이상했다"며 "기자들에게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쯤 되자 뉴요커 매거진은 지난해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 구분하는 법"이라는 기사를 실기도 했다.

심지어 BBC의 퀴즈쇼에 등장한 얘기에 따르면 주 워싱턴 슬로베니아 대사관과 슬로바키아 대사관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잘못 배달된 우편물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워싱턴 DC에 있는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 대사관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잘못 배달된 우편물을 교환한다.

떠도는 얘기지만,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2004년 뉴욕타임즈에 한 유럽 국가의 슬로베니아 대사의 말에서 비롯됐다.

과연 두 나라가 비슷한 건 이름뿐 일까?

이웃 나라도 아니다

사실 두 나라는 국기도 비슷하게 생겼고 심지어 역사도 비슷하다.

Interactive Compare the Slovenian and Slovakian flags

Slovenia

Slovenia's flag - top to bottom white, blue, and red, with a crest positioned left showing a white mountain crowned with three yellow stars

Slovakia

Slovakia's flag - top to bottom white, blue, and red, with a crest positioned left showing a double-armed white cross on a red background.

국기부터 살펴보면,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흰색 가로줄로 구성되어 매우 유사하다. 유일하게 다른 건 문장(紋章)인데 하필이면 둘 다 왼쪽 상단에 있다.

영어로 된 국가 이름도 비슷하지만, 현지어도 마찬가지다. 슬로바키아는 '슬로벤스카 리퍼블리카(Slovenská republika)'고, 슬로베니아는 리퍼블리카 슬로베니야(Republika Slovenija)다. 자신들의 언어를 지칭하는 현지어도 비슷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나라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니라는 거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으며, 심지어 지형적으로도 매우 다르다.

슬로베니아는 남유럽의 해안 국가로,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두고 있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산과 산 위의 성의 주 관광지며, 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심지어 역사도 비슷

두 나라 다 사회주의 공화국이었고 1990년대 초 현재의 국가 형식을 택했다.

슬로베니아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1991년 독립했다. EU가 개입해서 중재한 탓에 독립과정은 비교적 매끄러운 편이었다.

슬로바키아는 땅이 더 크고 인구도 550만 명으로 슬로베니아의 두 배 정도다.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였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92년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로 분리됐고, 이는 흔히들 '벨벳이혼(velvet divorce)'이라고 불린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역사가 비슷하다 보니까 국기도 비슷해진 거다. 러시아와 슬라브 문화권 국가의 특유 색을 사용해 국기가 만들어졌다.

이제 두 나라에 대해 조금 알았으니, 더 깊은 내용은 두 나라의 프로필을 정독하면 될 거다. 자신감이 생겼다면, 미국 정치저널리즘 회사인 '폴리티코(Politico)'가 만든 퀴즈에 도전해봐도 되겠다.

난이도가 꽤 높은 이 퀴즈의 제목은 (매우 적절하게도) "당신은 슬로바키아라 하지만 난 슬로베니아라 한다"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