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청년들은 푸틴을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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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집권했을 때 태어난 세 명의 러시아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도 기회가 되면 푸틴에게 투표할까?

니키타 파블로프는 생일이 단 6일 늦었다는 이유로 3월 18일의 러시아 대선에 투표를 못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투표 안했을 거니까요." 그는 말한다.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는 선거니까요."

니키타는 백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러시아 중부의 도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산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며 몇개월 후 성적이 괜찮으면 모스크바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선 제게 미래가 없어요." 그는 말한다.

이미지 캡션 니키타 파블로프는 투표를 할 수 있어서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 한다

"한 달에 5만 루블(한화 약 93만 원) 버는 사무직 직업이 이 동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이죠."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직업과 돈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니키타의 꿈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인기 심야 토크쇼 호스트인 이반 우르간트처럼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TV에서 자유롭게 말할 순 없어요." 그는 말한다. 검열만이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봉건 제도 국가 같아요." 니키타는 말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 일자리를 찾아보면 좋은 자리는 모두 연줄이 있는 애들이 가져가죠."

이미지 캡션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2017년의 반부패 집회에 참가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거"를 보이콧하자는 아이디어는 알렉세이 나발니에게서 나왔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 나발니는 부패 의혹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가 금지됐다. 그는 문제의 부패 의혹이 정치적 모략이라고 말한다.

나발니는 2008년부터 반부패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2017년 봄이 되서야 십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게 됐다.

니키타와 같은 젊은이들이 나발니의 반부패 집회에 전국적으로 참가했다. 경찰들이 많은 집회 참가자들을 구금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3월이 되자 집회는 러시아의 82개 도시로 확산됐고, 교사와 대학 교수들이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생들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능숙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자신들을 모욕하려고 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녹화하고 인터넷에 영상을 올렸다.

'푸틴이 제게 아무런 나쁜 일을 한 게 없는 걸요'

선거가 계속될수록 투표소에 나타나는 유권자의 수는 줄어들었다. 많은이들이 삶에서 정치를 제거하고 싶어했다.

"왕정 체제에서 살아도 괜찮을 거에요." 이반 수르빌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스탈린은 별로지만 저를 개인적으로 건드리지만 않으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상관없을 거에요."

18세의 이반은 유명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하고 자신의 여행과 자신이 들은 강좌 등에 대해 쓴다. 2만 명 가량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한 달에 블로그로만 16만 원 가량을 번다.

이미지 캡션 이반 수르빌로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처음으로 대통령이 됐던 해에 태어났다

이반은 모스크바의 아르밧 근방에 산다. 모스크바 중앙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와 관광객을 기다리는 예술가들로 붐비는 부유한 지역이다.

"여기가 당신이 어릴적에 뛰어다니던 곳인가요?" 나는 물었다.

"전 뛰어다니지 않았어요. 책을 읽었죠." 그는 정직하게 답한다.

이반은 1999년 태어났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하기 직전이었다. 그는 대선에 투표할 수 있지만 아직 투표를 할 지 결정하진 않았다.

"푸틴이 제게 나쁜 일을 한 것은 전혀 없어요. 여러 가지 옳은 일들을 하고 있죠." 그는 말한다.

"푸틴은 분명히 트럼프보단 낫죠. 이를테면 말이죠. 물론 같은 사람이 영원히 집권하면 안 돼요. 한편으론 러시아의 전통적인 정부 형태는 왕정이죠."

'만약 푸틴이 아니라면 누가 있나?'

"길에 나서면 누군가가 당신 신발을 훔쳐갈 수도 있었어요." 알야 바자로바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인 90년대의 러시아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푸틴은 실질적으로 국가를 복원했어요. (전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랑 비교하면 푸틴은 개혁가이죠."

18세의 알야는 모스크바 대학교 1학년이다. 그는 스스로를 촌에서 온 여자라고 부른다. 그의 가족은 3년 전 인구가 50만도 안되는 쿠르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이미지 캡션 알야 바자로바는 푸틴의 4기 집권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다들 지방에서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말한다. "그렇지만 저는 쿠르스크가 발전하는 걸 봅니다.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있어요. 심지어 교통체증도 발생하고 있지요. 사람들이 차를 사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이 모든 게 한 20년 동안 집권하고 있던 주지사 아래서 이뤄진 거에요."

이미지 캡션 러시아의 극빈층 비율

그는 때때로 남자친구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남자친구는 '너무 오랫동안 집권하는 정부는 무엇이든지 나쁘게 된다'고 말해요." 알야는 말한다.

"하지만 제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죠. '만약 푸틴이 아니라면 누가 있나?'"

알야가 자라는 동안 알야의 가족은 똑같은 대선 후보들을 계속 봐왔다. 조금씩 늙어보이는 게 다였다.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공산당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스탈린주의자인 파벨 그루디닌을 내세웠다. TV 스타 크세니아 소브차크는 자유민주당의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알야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느낌이다.

알야는 18일 투표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단지 호기심 때문이다. 이전엔 한번도 투표장에 가본 적이 없다.

"솔직히 전 민주주의를 믿지 않아요." 그는 목소리를 낮춘 채 말한다.

"모든 게 결정돼서 우리에게 제시되죠. 만약에 투표 결과가 예상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해봐요. 투표함을 바꿔치기 할 거 같지 않아요?"

러시아에 사는 모두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지 안다. 누가 이기는지는 투표함을 채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누구를 찍을 건가요?" 나는 물었다.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 누구를 찍을 수 있겠어요? 다 특별히 선별된 후보들이니 누굴 찍어야 할 지는 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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