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위한 행진'... 총기 난사 생존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가 미국 전역을 뒤덮었다

6분 20초동안 침묵하며 눈물을 흘리는 에마 곤잘레스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6분 20초 동안 침묵하며 눈물을 흘리는 에마 곤잘레스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 시위가 24일(현지시각) 미 전역을 뒤덮었다.

이 행사는 지난달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주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 생존 학생들이 주도한 것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연예인, 일반 시민 등 수십만 명이 참석했다.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의 생존자인 엠마 곤잘레스는 행사가 열린 워싱턴DC에서 무대에 올라 17명의 사망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6분 20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 6분 20초는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데 걸린 시간이다.

이번 시위는 미 전역 800여 곳에서 열렸다. 동부 쪽에서 시위가 끝나갈 무렵 서부 도시들에서 시위가 시작됐다. 이 외에도 에든버러, 런던, 제네바, 시드니, 도쿄에서도 동조 집회가 열렸다.

그 날의 워싱턴

펜실베니아 애비뉴는 시위 인파로 꽉 찼고, 사람들은 "총기를 보호하지 말고 아이들을 보호하라", "다음은 나인가?" 등의 플래카드를 들었다.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뮤지컬 '해밀턴'의 린-마누엘 미란다 등이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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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날 행사에서 총격 사건에 어머니, 남동생 그리고 조카를 잃은 제니퍼 허드슨이 밥딜런의 노래를 불렀다

학생 대표들의 연설도 있었다. 더글라스 고등학교 학생인 들레이니 타르는 "죽은 우리 친구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그리고 초등학생도 집회에 참석했다. 버지니아주에서 온 11세 나오미 웨들러는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하지 않는 흑인 여자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가 트위터에서도 이 행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에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소울메이트를 잃었어요'

마리아나 브레이디, BBC 뉴스, 워싱턴

시위 인파는 이른 시간부터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일부가 "No more NRA (미국총기협회 더는 안된다)", "No more guns (총기는 안된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시위에 참여한 빅토리아 곤잘레스는 남자친구였던 호아킨 올리버를 기린 플래카드를 보여주며 "소울메이트를 잃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호아킨과 아침에 선물을 주고받고, 그가 나를 교실로 데려다줬다. 너무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얼마 후, 총기 난사가 일어났고 남자친구가 사망한 17명 중 한 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곤잘레스는 "현실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다시는 그 누구도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라며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우리를 지지해주는 걸 보니 희망이 보인다. 온 세상이 우리 편으로 느껴진다."

발렌타인데이의 참사

2월 14일 일어난 플로리다주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은 최근 몇 년 간 미국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2년 샌디 후크 학교 총격 사건 이후로 최악의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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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 시위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 피해 학생들이 주도한 총기 규제 시위는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고, 특히 엠마 곤잘레스의 연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도 급증했다.

다른 총기 난사의 피해자들도 학생들을 지지하면서 시위는 더 탄력을 받았다. 피해자들의 가족들 혹은 그냥 그들의 이야기들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도 힘을 보탰다.

특히 더글라스 고등학교 학생들은 17명이 사망한 것을 기리기 위해 17분 동안 수업을 거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그들의 이야기로 하여금 미국 정치인들이 총기 판매를 규제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결정을 하길 원하고 있다.

시위는 어떻게 다른 도시로 퍼졌을까?

시위는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알래스카 앵커리지까지 뒤덮었다. 마저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가 있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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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영화배우 보 가렛(오른쪽)도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

유럽의 경우, 1996년 스코틀랜드 던블레인의 한 초등학교에 총격 참사로 사망한 학생 16명과 교사 1명의 가족들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이번 시위에 대한 연대를 보여줬다.

런던에서 역시 미국 이민자 등으로 구성된 수백 명의 인파가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총기 규제 현주소는?

플로리다주는 총기 구매자의 연령을 높이는 골자의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총기협회(NRA)는 이 같은 규제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플로리다주를 고소했다.

#보이콧NRA 캠페인의 일환으로 몇몇 회사들이 미국총기협회와의 파트너십을 파기했고, 월마트와 딕스 스포팅 굳즈(Dick's Sporting Goods) 같은 업체는 총기 판매 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AP통신과 여론조사업체 NORC가 공동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9%는 총기 규제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이는 2016년 10월의 61%보다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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