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의 동상이몽: 트럼프의 생각보다 비핵화가 더 어려운 까닭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악수하는 조명균 통일장관(오른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Image copyright -/AFP/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악수하는 조명균 통일장관(오른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한국과 북한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9일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진전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된 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도 비핵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앞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기대를 품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많은 행정부를 거치며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은 한반도에 평화와 비핵화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이제 김정은이 인류과 자국민에게 옳은 일을 하리라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과 그 전후에 따를 협상의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난할 것이다. "충분한 가능성(a good chance)"이란 표현을 쓰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로가 이해하는 '비핵화'라는 단어의 뜻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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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26일 베이징에서 만났다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 및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에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서 이해하는 비핵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다르다. 북한이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는 한국도 포함되며 북한에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까지 담겨 있다.

북한이 처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던 시절은 실제로 한국에 핵무기가 있던 시점이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전술핵 무기가 한국에 배치돼 있던 것.

1991년 한국의 노태우 정권은 미국과 협의 하에 선제적으로 이 전술핵 무기를 철수시켰다.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현재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내에 핵무기의 존재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 그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한반도 내 핵무기의 동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한반도 인근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핵무기의 개발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기지에 정말 핵무기가 없는지를 사찰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무기 체계(전략 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를 동원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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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상당한 축소를 의미한다

이를 이해하면 2016년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한 발언의 숨은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6자회담의 역사에서 이 문제는 항상 논쟁거리가 됐다. 지금까지 한국은 '비핵화'에 대한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 바 없다.

중국은 일관되게 북한식의 '비핵화'를 지지해왔다.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에 제약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이 두 가지 버전의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없이는 '비핵화'의 길은 (그 의미가 무엇이든) 멀고도 험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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