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삼성 공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국제단체 '유산 빈번해' 지적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에서 현지 여성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Dimas Ardian/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베트남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약 16만 명을 고용하며 베트남 경제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유산은 일반적인 일로 여겨진다. 근로자들은 졸도, 어지럼증, 시력 손상, 코피 등을 겪는다."

"놀랍게도 모든 인터뷰 대상자가 자신의 근로 계약서를 회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계약서 사본조차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근로자들은 온종일 서서 일한다. 그럼에도 가급적 쉬지 않으려 한다. 너무 많이 쉬는 것처럼 보이면 회사가 임금을 깎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 아이펜(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성·가정·환경 연구센터(CGFED)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근로자 실태 보고서(Stories of Women Workers in Vietnam's Electronics Industry)'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베트남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응답자들의 평균 연령은 25세였고, 가장 어린 응답자는 1997년생이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보고서는 여성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과 인권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응답자가 작업장 내에서의 건강 문제를 언급했다.

유산은 '젊은 여성이라면 일반적으로 겪는 일'로 여겨진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근로 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한다"고 진술했다. "삼성 규칙에 따라 잘 때도 눕지 못하고 앉아서 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고서는 삼성이 근로자들에게 작업 환경의 안전성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한 응답자는 "삼성에서 일하면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매일 도난 방지를 위한 자기장 문을 지나가야 하는데, 다들 이 문이 뭔지 몰라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보고서는 "응답자들이 화학 물질을 포함한 세척 용품이나 공장 내에서 쓰이는 화학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썼다.

보고서는 공장 내 남성과 여성의 역할 차별 의혹에도 주목했다. 한 응답자는 "팀 내 남자는 감독관 뿐"이라며 "그는 감독관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를 꾸짖을 권한을 갖는다"고 했다.

또다른 응답자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중학교만 졸업해도 채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남성 근로자를 고용할 때는 여러 차례 면접을 실시해 상당수의 지원자가 떨어지는 등 절차가 매우 엄격해진다"고 말했다.

삼성 "근거 없는 주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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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삼성전자는 한국에서도 공장 근로자들이 백혈병 등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삼성은 즉각 반박했다. 베트남 삼성전자의 방현우 상무는 지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보고서"라며 보고서의 상당 부분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신한 근로자들이 부적절하게 대우받는 일은 없다"며 "작업 환경은 화학 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아이펜은 삼성 공장을 방문하지조차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임신한 근로자들에겐 특식과 육아휴직 등이 주어지며 보육 지원도 제공된다. 그는 6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에 기본급의 70%를 지급한다고도 설명했다.

보고서가 나간 직후 베트남 정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문제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엔 "근로자들 위협 말라"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엔(UN)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지난달 20일 '베트남: 유엔 전문가들은 공장 근로자들과 노동 운동가들에 대한 위협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권고문을 냈다.

권고문에 따르면 공장 근로자들은 "외부에 작업 환경 관련 이야기를 발설할 경우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이튿날 BBC의 취재 요청에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이미 조사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유엔 측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베트남 정부도 반발했다. 유엔 베트남 대표부의 두엉 치 덩 대표는 "이번 권고문은 유엔 측이 전문가답지 못한 방식과 의도성, 그리고 불공정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기반했고, 근거 없는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비난했다.

삼성, 베트남 경제의'큰 손'

삼성전자는 1990년대 중반 베트남에 발을 디뎠다. 현재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의 근로자 수는 16만 명을 넘나든다. 삼성전자의 주력 생산 기종인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의 상당수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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