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병연 교수: '북핵 문제 유일한 해법은 경제적 패키지다'

서울대 김병연 경제학부 교수
이미지 캡션 서울대 김병연 경제학부 교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경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경제학자가 보는 한반도 정세는 어떨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국과 미국이 무엇을 제시해야 북한이 수용할까?

서울대 김병연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주의 체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북한 경제 전문가다.

특히 지난해 9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에서 펴낸 '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북한 경제의 베일을 벗기다)'라는 그의 영문 저서는 공식 통계가 없는 북한 경제의 '민낯'을 보여줬다.

"경제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다"라고 주장해온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 "지난해 북한 경제 성장률은 -2%로 생각된다"며 "북한은 자신의 경제를 객관적으로, 총량적인 지표를 통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 그게 북한이 대북제재에 타격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북핵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경제적 패키지"라며, "이 패키지에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발을 담그게 해서 공동으로 이익과 손해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주민들 소득의 70% 이상이 시장으로부터 나온다. 북한의 내부 경제구조를 바꿔 북한 주민들에게 권한(empowerment)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경제적 패키지"는 과연 뭘까? 또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한국, 미국, 중국 사이에서 뛰어난 '외교 수완'을 보여줬다면 북한 정권의 '경제 IQ'는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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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년 북한 경제를 평가해달라. 제재 영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북제재로 인해서 작년 북한이 수출하는 금액이 37% 줄었다. 이로 인해 경제 성장률은 -2%로 생각된다.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성장률은 올여름쯤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특별한 다른 요인이 없으면 무역과 성장률 관계로 미뤄볼 때 마이너스로 보이고 예상치는 -2%로 보인다. (북한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3%로 보인다.)

대북제재 영향이 확실히 있다. 수출이 37% 줄었다는데 영향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김정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그 크기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온 건 현재 당하는 제재가 고통스러웠다기보다는 다가올 제재가 걱정됐기 때문에 선제대응을 한 것 같다.

현재까지는 무역은 충격을 받았지만, 시장에는 충격 여파가 아직 확실하게 미친 거 같지 않다. 충격이 시장까지 미치는 데에는 올해 초에서 6개월 정도 더 걸린다고 봤다. 올해 하반기쯤에는 북한에 소득을 가진 모든 계층 모든 사람이 다 소득 감소를 경험할 것이고, 그럼 그들이 북한 정권에 불만을 갖게 되고, 따라서 그때가 김정은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로 봤다.

Q. 시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를 설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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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9년 시장을 척결하고자 화폐개혁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김정은과) 친구일 수 있다. 시장이 있으니까 경제가 돌아간다. 시장이 없어지게 되면 (주민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나. 시장 활동이 북한 주민의 주요생계 원천이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소득의 70% 이상이 시장으로부터 나온다. 김정은은 묵인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장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은 김정은 편이 아니다. 시장이라는 건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북한 주민들만의 자율적인 공간이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공간이다. 그 말은 북한 주민들이 '주체 사상형 인간'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바뀌는 거다. 장기적으로 사람이 바뀌면 정권 기반이 무너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딜레마에 김정은이 빠져있는 거다.

탈북자들의 '자본주의 지지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1. 소유권이 사유여야 하나, 국유여야 하나, 2. 경쟁을 선호하는가, 반대하는가, 3. 일한대로 받는 게 옳은가 똑같이 받는 게 옳은가, 이 세 가지를 조사했다. 한국 사람이 100이고 탈북자 중에서 북한에 있을 때 시장 활동 안 한 사람을 0이라고 하면, 평균이 50 정도 됐다. 몸은 북한에 있지만, 가치관은 남쪽으로 반쯤 기운 사람들이 시장 활동을 통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거다.

Q. 2000년 중반부터 한국이 북한의 시장화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은 뭘 제시해야 할까?

유일한 해법은 경제적 패키지라고 본다. 패키지의 참여국은 한국만 들어가지 않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 비핵화 문제를 국제화시켜야 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면 모든 관련국들이 피해를 보는 경제적으로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라는 건 다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거다. 생각해 둔 경제적인 패키지의 몇 가지 안이 있는데 (남북정상회담 자문단으로서) 하나 제시할 것은 북한에 무연탄·철광·우라늄 광산을 국제적으로 공동 개발, 관리하는 방안이다. 대북제재 때문에 지금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베트남 무연탄을 쓰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 무연탄은 품질이 좋다. 북한 무연탄 수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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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 라진의 석탄 광산

예전에 EU 통합과정을 보면 유럽통합의 시발점이 됐던 공동체가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란 것이 있다. 프랑스나 독일에 있는 석탄과 철을 국제적 공동 개발, 관리하는 기관에 위임한 거다. 초국가적인(supranational) 제도를 만든 거다. 이와 비슷하다.

이 경우, 북한이 무연탄이나 철을 팔아서 핵자금으로 쓰지 못한다. 우라늄으로 핵개발도 쉽게 하지 못한다. 북한에는 우라늄이 많다. 우라늄이 있으면 전기만 있으면 언제든 핵개발할 수 있다. 이번에 폐기한다고 끝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영구적인 불가역이 없는 거다. 공동 관리하게 되면 북한이 우라늄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Q. 그럼 북한은 뭘 얻나?

대신에 거기서 나온 돈은 북한 주민에게 주는 거다. 제재 이전에는 북한에서 무연탄·철광·우라늄 판 금액이 10억 달러였다. 이 중 이윤이 80%였다. 즉, 8억 달러를 벌었다는 거다. 이 돈을 북한 주민에게 골고루 주면 북한 주민의 3개월 생활비다. 국제적으로 공동 개발하면 전문 장비가 들어가니까 더 많이 추출할 수 있다. 세 배 더 많이 추출한다고 가정하면 북한 주민에게 9개월 생활비를 줄 수 있다는 거다.

그럼 북한 주민이 좋아할 거 아닌가. 비핵화도 좋아하고 김정은도 좋아하지 않겠는가. 이 구도는 비핵화를 불가역적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김정은의 집권도 인정해주는 거다. 왜냐하면, 내부에서 아무런 반발이 없으면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북한을 칠 이유가 없다. 리비아 사태도 주민들이 먼저 봉기했으니까 일어난 거다. 이런 구도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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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 교수는 북한 주민에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다른 방안은 갈등의 여지가 많다. 서로 상생적으로 할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안은 상생적이고 비핵화를 불가역적으로 만들며 동시에 북한의 내부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다. 북한 주민에게 권한(empowerment)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계속 들어오는 수입이 있는데 추가로 9달치 생활비가 들어온다고 치자. 교육, 창업 등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 아닌가. 이게 북한 주민의 자율권 향상으로 볼 수 있겠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 10개 중 9개가 망했다. 늘 제도가 바뀌니까 그렇다. 아예 국제적인 단체에 맡겨 버리면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 투자자들은 북한은 못 믿어도 국제단체는 믿을 거다. 돈 들어오면 북한은 훨씬 더 빨리 개발될 수 있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엔 북한에 소유권 줄 수 있다.

Q. 이전의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은 이제 안된다는 말인가?

개성공단은 단편적인(piecemeal)한 접근 방식이다. 그런 접근 방식의 이점도 있지만, 그걸로 판을 바꿀 수 없다. 이제 판을 바꿀 때다. 개성공단 재개와 몇 가지 북한 사업으로 인센티브를 줘서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유도한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개 꼬리 갖고 몸통 흔드는 거'다.

그런 생각으로는 북한이 충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오히려 북한이 이용만 할 수도 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발을 담가서 공동으로 이익과 손해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이 버리면 한국만 손해인 구도다. 이런 구도로는 판을 못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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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개성공단 노동자

Q. 한국의 기업과 투자자들에겐 북한이 기회이기도 할 것 같다. 맞나?

만약에 정치적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경제적 통합만 돼도 (한국에) 굉장한 이익이다. 독일 통일의 경우, 서독에게 준 보조금이 3000조원이다. 이 중 60%가 연금 등의 사회안전망을 위해 쓰였다. 정치 통일은 나중에 이뤄지고 경제적 통합만 되면 한국이 북한 주민들 먹여 살릴 필요가 없다. 한국은 투자만 하면 되는 거고 투자란 건 수익이 있다.

내가 추정한 거로는 경제적 통합이 되는 경우,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3%가 될 것이다. 중국은 1978년부터 2005년까지 10% 성장했고, 한국은 1965년부터 1990년도 중반까지 8~9% 성장했다. 북한에는 노동력만 있고 자본과 기술이 없지만, 경제적 통합이 될 경우 한국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거다.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0.8% 포인트 상승할 거로 예측한다. 북한에 일자리도 4~5만 개 정도 생길 거로 보이고, 이 경우 한국의 실업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Q. 북한 경제 연구의 어려움이 있다면?

데이터가 없다는 거다. 미가공 데이터(raw data)가 없어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그나마 한국이 전 세계에서 북한 경제를 제일 잘 안다. 오랜 기간 동안 데이터 모았고, 충분치 않지만 연구도 했다.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은 1. 장기 시계열 데이터를 통해서 북한 경제 총량을 보고, 2. 탈북민을 조사해서 미시레벨을 보고, 3. 중국 기업을 조사해서 기업 활동을 보고 결합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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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체가 통계를 공개 안 한다. 아마 통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기 경제를 객관적으로, 총량적인 지표를 통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대북제재에 타격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원래 사회주의는 중앙계획시스템이고 이를 위해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 북한은 흥미롭게도 데이터를 안 만든다. 사회주의지만 이렇게 데이터 없는 나라는 유일무이하다.

김일성 대학교 경제학부 나온 사람에게 북한 대학의 경제학부 교육과정을 물어봤는데, 어떻게 북한 경제가 사회주의지만 주체사상에 입각해서 잘 돌아가는지 정당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수요, 공급 같은 경제학 논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에도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제 고문이 있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이 경제적인 문제를 가지고 북한을 잘 유도했으면 남북관계가 훨씬 좋았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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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화성12 미사일 발사 참관하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Q. 마지막으로 북미회담, 남북회담 결과를 예상해보면?

전략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건 너무 빨리 만난다는 거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하반기에 북한이 대북제재로 가장 아플 때 만났어야 북한이 다른 소리 못하고 우리 프레임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호가가 작년 ICBM 발사 때에 가장 높았다면, 제재로 떨어지고 평창 때 떨어졌고 지금 다시 올라갔다. 작년 ICBM 발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제재로) 더 호가를 떨어뜨리고 만났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북미수교를 제시하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하는데, 수십조원을 투입해서 핵개발했는데 북한이 비핵화에 부르는 호가가, 핵이 없었던 아버지 때, 할아버지 때와 똑같은 조건, 북미수교일까?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보인다. 물론 만약에 북한이 원하는 게 정말 북미수교라면 내가 틀린 거지만 난 매우 기뻐 춤을 출 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김정은이 너무 착하거나 바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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