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직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고도 경찰에 출두를 거부한 까닭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건물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Image copyright EPA
이미지 캡션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건물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브라질의 전직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경찰에 자진 출두할 시한을 넘긴 후 상파울루 외곽에 있는 고향의 노조 건물에 은신하고 있다.

72세의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고 연방경찰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의 변호사들은 경찰과 자진출두 조건에 대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보도는 그가 7일(현지시간) 출두할 것이라고 전했으나 다른 보도에 따르면 그가 주말동안 계속 은신할 것이라고 한다.

수천 명의 지지자가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에 위치한 룰라가 은신하고 있는 건물 주변에 모였다.

"만약 연방경찰이 룰라를 체포하러 지금 여기 오더라도 들어갈 틈을 못 찾을 거 같아요." 룰라 지지자 호아오 하비에르는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당국은 좌파의 상징과도 같은 룰라 전 대통령을 탈주자로 간주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모두가 그가 어디 있는지 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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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룰라의 지지자들이 그가 은신하고 있는 금속노조 건물 바깥에서 시위하고 있다

브라질 상원의원 글레이지 호프만은 7일 금속노조 건물에서 작년 사망한 룰라의 부인 마리사 레티시아를 위한 가톨릭 미사가 열릴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룰라가 왜 이러는 걸까?

룰라는 그의 유죄 선고가 정치적 동기를 띠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오는 10월의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력 대선주자다.

자진출두 시간을 몇분 남겨놓고 그의 변호사들은 그의 구속을 막는 데 실패했다.

연방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5일 내린 명령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6일 17시(현지시간)까지 쿠리치바 시의 연방경찰에 자진출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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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룰라의 반대자들은 연방경찰 본부 바깥에서 집회를 열었다. 피켓에는 "룰라, 도둑은 감옥에 가야 한다"라고 써있다

룰라의 변호사 중 하나인 발레스카 테이헤이라 자닌 마르틴스는 왜 그들이 룰라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는지 BBC에 말했다.

"이것은 자의적 결정입니다. 불법적인 결정이고 헌법에 위반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인권에 반하는 것이며 (룰라 전 대통령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법적 대응을 하여 그가 감옥에 가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룰라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 절차는 수개월에서 심지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장에서: 숨막히는 24시간

케이티 왓슨,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

지난 24시간은 브라질을 사로잡았다. 여러 대의 헬기가 룰라가 지지자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금속노조 건물의 주변을 돌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중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여든 군중의 규모는 커졌다. 그들은 그들이 브라질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내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들은 실망했다. 창문 너머로 모습을 몇번 비친 게 전부였다.

한편 SNS에서 반대자들은 전직 대통령의 추락을 축하하고 있다. 부패한 정치인은 철창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출두 시한이 끝난 지금, 이제 무엇이 벌어질까? 룰라는 경찰과 협상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버틸 것인가? 무수한 소문이 돌지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브라질에게 이번 사건은 미개척지와 같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정치로 잘 알려진 브라질은 지금 가장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맞이했다.

룰라는 누구인가?

룰라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10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금속노동자 출신이자 노조 활동가였던 룰라는 거의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좌파 정치가가 브라질 대권을 잡은 사례였다.

그의 재임 중 브라질은 30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의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 덕택에 룰라 행정부는 사회사업에 많은 돈을 쓸 수 있었다.

그의 정부가 실시한 사업으로 수천만 명의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났고 2선까지 연임(브라질에서 허용된 최대)한 후 퇴임했을 때도 룰라의 지지율은 기록적으로 높았다.

무슨 혐의로 유죄를 받았나?

룰라는 '세차 작전'으로 알려진 반부패 수사 과정에서 기소됐다. 이 수사 작전에는 여러 정당의 고위 정치인들이 연루됐다.

룰라는 엔지니어링 업체 OAS로부터 뇌물로 370만 헤알(한화 약 12억 원)에 상당하는 해변의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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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룰라 전 대통령은 과루자에 위치한 아파트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룰라가 문제의 아파트의 소유주라는 사실은 한번도 입증된 바 없으며 룰라의 유죄 판결은 그 자신이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OAS의 전직 회장의 증언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진 출두를 요청받았으나 룰라가 12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지는 분명치 않다.

그에게는 아직 항소가 남아있다. 상급법원과 대법원에 항고할 수 있으며 대법원은 지금까지 그가 항소를 할 때까지 감옥에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판결을 내렸고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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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룰라의 체포를 명령한 판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연방경찰 본부 바깥에 집결했다

상급심에서는 룰라가 부패했는지의 여부를 다시 다루지 않는다. 법적 절차가 올바르게 이행됐는지와 룰라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았는지를 따진다.

이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 두 상급법원 중 한 곳이라도 룰라의 손을 들어주면 그의 유죄판결은 무효가 되고 그는 석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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