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는 식사의 마무리

스페인의 레스토랑 Image copyright JAIME REINA/AFP/Getty Images

스페인어에는 '소브레메사'라는 단어가 있다. 이에 정확히 대응하는 영어 단어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개념은 간단하다. 식사를 마친 후 테이블에서 보내는 시간을 뜻한다.

스페인은 음식을 사랑하는 나라다. 타파스에서 선구적인 셰프들과 대를 걸쳐 내려온 우아한 레시피까지 전통의 음식 문화를 자랑한다.

때문에 스페인의 점심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음식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릴 뿐더러 심지어 이단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다.

일단 스페인 사람들이 점심 식사의 음식을 가벼이 여기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두길 바란다. 사실은 그 정반대다.

모든 음식을 사랑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점심을 사랑하는 스페인 사람으로서 나는 어디서 먹을까의 문제에 대해 어떤 사람들이 새 차를 살 때 투입하는 정도의 고민과 연구를 한다. 물론 음식이 괜찮은지 알고 싶지만 또한 몇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곳인지도 알고 싶다.

식도락가들이여 진정할지어다. 스페인에서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는 것은 단지 음식을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친구나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으며 더는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된 스트레스들을 날려보내는 것이다. 원하는 게 단지 음식 뿐이라면 그냥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게 나으리라.

스페인에서 음식은 매우 중요하지만 음식의 사회적 측면은 더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점심 식사는 사람들이 음식을 더 먹을 수 없을 때 끝나는 게 아니다. 소브레메사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다.

영어에는 적합한 단어가 없지만 그 개념은 간단하다. 식사를 마친 후 당신이 테이블에서 보내는 시간을 뜻한다. 보통 웃음소리가 포함되고 거의 항상 편안하고 명랑한 대화가 오간다. 오직 성찬의 기쁨만이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소브레메사는 아주 중요하죠." 말라가의 라코스모폴리타의 셰프 다니 카르네로가 말했다. 라코스모폴리타는 페란 아드리아, 호안 로카, 호세 안드레스, 안도니 루이스 아두리스와 같은 스페인 최고의 셰프들이 말라가를 방문하면 가서 식사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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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스페인의 유명 셰프 호안 로카

"셰프로서 저는 점심 식사 후에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모든 게 다 잘 됐다는 징조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그 시간을 음식 그 자체보다 즐겨요. 소브레메사는 마법처럼 될 수 있죠."

내가 사라고사에서 마드리드로 이사했을 때 나는 벤 커티스라는 영국 출신 블로그와 연락한 적이 있다. 그는 스페인에서 20년을 살았고 스페인의 관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가르쳤을 것이다.

우린 스페인 문화에 대해 얼마간 이메일을 주고 받았으나 한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 만나 맥주나 마시자고 했다. 그는 현명하게도 그 대신 점심이나 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지난 6년간 일주일에 한 번 가량 점심을 같이 먹는다.

내가 '점심'이라고 말할 때는 푸드코트에서 먹는 샌드위치나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앉아서 먹는 3개 코스의 스페인식 오찬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와인도 곁들여서. 주기적으로 긴 점심 식사를 하는 것 외에 우정을 쌓는 법이 있다면 꼭 알고 싶다.

내 경험상 전위적인 음식은 좋은 소브레메사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너무 많은 관심이 음식 그 자체에 쏠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전적이면서도 허세가 없는 홈스타일 패밀리 레스토랑('까사스 데 꼬미다')을 선호한다.

벤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걸 잘 안다. 우린 종종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해 식탁보에 빵부스러기와 레드 와인의 얼룩을 잔뜩 남기는 풍성한 식사 후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곤 했기 때문이다.

나의 비공식적 연구에 따르면 음식이 좋을수록 소브레메사 또한 좋아진다. 하지만 평범한 수준의 음식을 먹고서도 여전히 훌륭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 적절한 동석자만 있다면.

소브레메사에는 약간의 가이드라인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도 테이블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긴급한 생리 현상은 예외다.

당신이 식사를 했던 바로 그 테이블에 머물러야 한다. 구겨진 냅킨과 이리저리 흩어진 설탕 패킷과 먹다 남긴 디저트 등이 놓인 바로 그 상태로.

소브레메사는 점심 식사의 연장이다. 당신은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신이 테이블을 떠나면 마법의 주문은 깨져버린다.

소브레메사의 따뜻한 분위기는 다른 방식으로는 이뤄지지 못했을 대화를 가능케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있으니 생각나는데…" 또는 "전부터 계속 당신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려고 했는데…" 등으로 시작하는 그런 대화 말이다.

소브레메사는 코미디언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듣는 사람이 배부르고 (이상적으로는) 약간 취한 상태일 때만큼 농담을 나누기에 좋은 상황은 없다. 웃기는 것에 조금 근접하기라도 한 것을 말하면 된다. 농담이 엉망이 되더라도 여전히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실은 엉망일 때가 더 효과가 좋다.

나의 어머니는 농담을 하다가 정말 중요한 부분에 이르기도 전에 전염성이 강하고 참기어려운 웃음 속에 빠져드는 버릇이 있었다. 농담이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언제나 모두를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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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브레메사는 종종 음식을 먹는 시간만큼이나 길어지곤 한다. 정말 잘되면 그보다 더 길어지기도 한다. 나는 스페인 남부에서 태어났는데 불타는 것처럼 더운 여름은 특히 엄청난 소브레메사를 만들곤 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미친 짓이 될테니 그대로 머무르는 게 가장 나으니까.

우리 가족의 점심 식사 전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나의 아버지가 좋은 친구를 만나서 점심을 같이 했을 떄의 이야기인데 소브레메사가 너무 길어져서 두 분은 다시 배가 고파졌고 결국 저녁 식사까지 그 자리에서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점심-저녁의 더블 헤더를 달성하는 데 이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물론 올데이로 하는 점심 식사는 흔한 일이 아니다. 긴 소브레메사는 생일날이나 기념일, 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 점심 식사에서는 고정이다.

그러나 주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풍성한 점심을 먹고 식사가 끝난 후에도 급히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저녁을 풍성하게 먹는 것보단 점심을 풍성하게 먹는 게 더 건강하다고 말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냥 행복한 우연이리라. 그저 점심 식사가 더 재밌을 따름이다.

나는 풍성한 점심 식사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그런 점심을 할 시간이 없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긴다. 나는 뭔가 속세의 잡무를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며 창을 통해 이웃의 레스토랑을 흘끗 볼 것이다. 거기에는 네 명의 연로한 숙녀들께서 테이블에 모여 앉아 보타이를 맨 웨이터가 디카페인 커피를 따라주는 동안 웃으며 잡담을 나누고 있다.

때로는, 특히 명절에는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두 번째 진토닉 잔을 비우며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는 테이블을 보며 미소를 띨 수 밖에 없으리라.

어른들이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애들을 단속할 시간이 없는 틈을 타 어린이들은 자유를 만끽한다. 모든 걸 고려해 볼 때 윈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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