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이 판도라의 상자인 이유

휴전회담부터 정상회담까지 이뤄진 판문점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휴전회담부터 정상회담까지 이뤄진 판문점

정전협정으로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5년.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6월께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요구가 높다.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엄밀히 말하면 평화협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북한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의견까지 반대 이유는 다양하다.

평화협정 (또는 평화조약)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내용이 들어가며 얼마나 걸릴까? 평화협정에 대해 꼭 알아야 할 3가지를 정리해 봤다.

"평화협정은 1945년 이전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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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919년 4월 1일 베르사유 강화조약을 반대하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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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947년 2월의 파리평화조약에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영국의 어니스트 베빈 외무장관

일각에서는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끝내는 건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옛날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아산정책연구소에서 국제법을 연구하고 있는 이기범 연구위원은 "오늘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쟁이 합법일 수 있었던 1945년 이전의 국제법적 사고에 불과하다"며 "한국전쟁의 종결에는 평화협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쉽게 말해 1945년 이전엔 선전포고가 전쟁의 시작이었고 평화협정이 전쟁의 끝을 의미했다"며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UN 체제가 성립되었고, UN 헌장 제2조 제4항 9은 국가들의 무력사용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전쟁이 기본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에 평화협정으로 끝낼 필요가 없다는 거다.

한국전쟁은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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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강화조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다나카마키코 일 외상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조약은 많지 않다.

1973년 1월 27일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 남베트남 임시혁명정부 간에 체결된 파리평화협정과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에 체결된 평화협정이 있지만, 이기범 연구위원은 특수한 케이스라는 분석이다.

한반도의 경우도 특수하다. 정전협정이라는 게 주로 24시간 혹은 72시간 휴전을 한다는 취지에서 체결이 되지만 한반도에서는 65년 동안 정전협정 체제였다는 거다.

실질적으로 한국전쟁은 끝난 거고 만약 한반도에 군사 행동이 또 있다면 이건 새로운 전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가들의 무력사용에 관한 국제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요람 딘스타인(Yoram Dinstein)도 "만약 정전협정 체제가 비정상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경우에 적대행위가 재개된다면 이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본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평화협정이 기피 대상이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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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11월 말 ICBM급 '화성-15' 발사를 축하하는 북한 주민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도 같다"며 "평화협정 당사자, 평화보장관리기구, 유엔사령부 해체, 해상경계선 확정, 상호 군비통제 등 동반되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베르사유 조약에는 400조항이 있고 독일이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연합국끼리만 작성했는데도 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작성에는 무려 6년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그는 한국전쟁의 평화협정에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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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5월~6월초 만날 예정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19세기에는 1~2개월이면 됐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한국과 북한 간에 서로 조율해야 할 것이 산적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들어올 경우 더 하다.

보통 평화조약에는 ▶종전선언 ▶영토범위 ▶포로 교환 ▶배상금 문제 등이 들어간다.

우선 한국과 북한은 서로를 국가로 보지 않고 있고 영토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한국 헌법에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써있고 북한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정했지만 북한이 인정하고 있지 않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있다.

주한미군도 쉽지 않은 문제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유엔사령부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지위, 한미동맹의 재조정 등 복잡한 과제들이 동반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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