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정제, 거수경례... 남북정상회담의 5가지 주요장면

Kim Jong-un (R) and Moon Jae-in Image copyright AFP
이미지 캡션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북 정상이 만난 건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양한 면모를 이렇게 장시간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그랬기에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있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장면 5가지를 정리해봤다.

1. 군사분계선, 그리고 남과 북

북한 지도자가 한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한국 김대중 대통령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을 때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2000년 열린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17살 위였는데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찾아오는 게 예의인 만큼 다음에는 꼭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제안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은 한국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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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제안에 두 정상은 잠시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결국 그의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은 1951년 이후 한국 땅을 처음으로 밟은 북한 지도자가 되었고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남측으로 넘어온 후 김 위원장이 즉흥적인 제안도 했다.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북측에 가보나"하니 김 위원장이 "지금 어떠냐"해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함께 북측으로 넘어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센스와 대담한 성격을 보여준 행동이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 내내 김정은 위원장의 행동을 보면 그가 주도권을 쥐고 '운전석'에 앉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있을 때는 예의를 차리며 한반도 평화를 도모하는데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2. 세균도 피격도 우리가 다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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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을 밀착 경호하는 북한 경호원들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라면 '철통 경호'다.

이번 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원들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앉을 곳은 미리 폭발물이나 도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했고,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천으로 닦았다.

오전 회담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나와 오찬을 위해 북측으로 돌아갈 때는 김 위원장이 탄 벤츠 리무진을 에워싸 함께 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3. 민감한 내용...'탈북자·연평도 주민' 언급

오전 회담을 시작하며 김 위원장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바로 '탈북자'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언급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올까 걱정하는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 걸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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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민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두산

북한은 탈북자는 정권을 배반한 자며 탈북자의 가족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2010년 11월 북한군에 의한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국 장병과 주민이 숨진 사태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더 흥미로운 건 북한의 교통이 안 좋다며 자신의 국가의 인프라를 비판했다는 거다.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한 거다.

'한민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두산 산기슭에는 철로와 도로 공사가 수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예외적으로 이 공사 진척에는 너그러움을 보이고 있다.

4. 문화와 스포츠는 있었고, 경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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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위원장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여동생 김여정

김 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의 모습도 단연 돋보였다.

북측 수행단 중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오빠를 '밀착 보좌'했다. 남북 양측에서 참모 2명씩만 배석한 오전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다. 서류를 건네고, 회담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김여정은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배석했는데, 이 둘은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참모다. 특사 자격으로 각각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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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남북 단일팀이 구성될까?

북측 수행원에는 이례적으로 외교 양대 축인 리용호 외무상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나아가 군 수뇌부도 총출동했다. 리명수 군 총참모장과 우리의 국방부 장관격인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포함됐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줬던 문화와 스포츠 분야 교류를 넘어 이제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가졌던 회담과 차이는 경제 분야 참모의 부재다. 이는 경제협력에 대한 더 깊이 있는 논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없었고 만약 있다면 다음에나 가능하다는 거다.

5. 군 수뇌부와 거수경례

북한 측의 박영수 인민무력상(국방장관 격)과 리명수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문 대통령에게 짧게 거수경례를 했다.

반면 한국 측의 정경두 합참의장(공군 대장)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거수경례를 하지 않았고 악수만 했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고 허리를 편 채 꼿꼿한 자세를 보였다.

군은 군 고위 장성이 외부 인사를 영접할 때는 거수경례 대신 악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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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현재 휴전 상태다. 양 정상은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거수경례 논란은 한국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현재 휴전 상태라는 점를 부각시킨다. 서로를 적으로 보고 언제든지 군사적 도발로 전쟁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 정상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 선언을 하기로 했다. 또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김정은 방명록에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썼다. 평화의 시대를 목표점으로 설정한 건 맞지만 그 길은 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매든은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자매지인 '노스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발행하는 북한 전문가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의 방문연구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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