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 외교부장 평양 방문...'급했던' 방북 이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Image copyright AFP
이미지 캡션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늘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 외교수장의 북한 방문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며 일정은 1박 2일이다.

이번 방북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 초청에 따른 것으로 한반도 정세를 두고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한 방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초조한 중국...'차이나 패싱'막아라

중국은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중국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 마자 우려의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루캉 중국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중국은 유관 각국이 대화 추세를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북-중 관계는 같은 공산국가라는 측면에서 '당대당' 교류가 중시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은 2007년 7월 후진타오 정권 당시 양제츠 외교부장 이후 11년 만에 이후 처음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화 비핵화 관련한 움직임을 두고 중국의 자리를 차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BBC 코리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에 있어서 북한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북중 정상회담 이후 이야기하면 늦다."고 말했다.

또 "중국도 한반도 만큼은 조용하게 잘 매듭이 지어지면 좋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이 있어서 (이번 방북을 통해서) 미국과의 협력을 깰 필요를 느끼진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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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중국은 외교부 루캉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판문점 회담 진의 확인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 3항에는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3자회담 또는 4자회담 개최'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중국은 이와 관련해 이 내용의 구체적인 부분을 북한에 묻고, 중국도 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6.25 정전 협정국 하나였던 중국이 종전 선언에서 배제된다면 한반도에서 중국 영향력은 크게 약화된다.

그 동안 중국은 한국과 사드 갈등을 겪어왔고 북중 관계에서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과도 세계 영향력을 두고 여러 방면에서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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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북중 관계 경색 완화

김정은 정권 이후 북중 관계는 경색돼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개발과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국제적 대북제재에 부분적으로 동참하면서 단둥지역을 비롯해 북중접경 일대는 극심한 경제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왕이 외교부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잠시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요청했다.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에 참여할 때마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기관지를 통해 중국을 비난해왔다. 북중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계속된 이유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하면서 잠시 이런 평가가 사라지긴 했지만, 다시 '차이나 패싱' 이야기가 나왔던 상황.

중국이 북미 회담 전에 북중 관계 경색을 완화하면서 중국의 입지를 다지기를 원하려고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BBC코리아에 "중국도 기본적으로 유엔제재 결의안을 이행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제문제에 대해 북한이 당연히 말할 것이다."라며 "조금 시간을 두고 조금 긴 호흡으로 가되 북미회담에서 돌파구가 생기면 경제제재 완화 문제도 우리가 미국에 이야기해보겠다는 선에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방북 일정도 논의

왕이 국무의원은 이번 방북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도 자세히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 바 있다. 중국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큰 그림이 그려지면 시 주석이 남과 북을 동시에 방문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분석: 장촨 우, BBC 중국어 선임기자

중국이 동맹 공산국가인 북한에 예전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반증하듯, 중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갑작스러운 김정은의 북한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 왕이 총리가 공개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너무 부드럽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웃 국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데 실패했으며 이는 결국 중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됐다. 지난 정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미국이 고마워할 것이고 다른 좋은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새로운 전략을 취함에 있어 아직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향후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금 갖고 있는 영향력을 최대한 지키고자 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이 고위급 교류를 재개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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