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서 봐준다? 음주폭력 감형 폐지 가능한가

주폭 사건으로 숨진 고 강연희 소방경에 헌화하는 동료들 Image copyright News1
이미지 캡션 주폭 사건으로 숨진 고 강연희 소방경에 헌화하는 동료들

연일 '주폭'사건 터지는 한국사회, 심신미약 감형 논란...왜?

  • 사건1. 지난 1일, 만취한 시민을 구조하던 소방공무원이 취객에게 폭행당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결국 사망했다. 가해자는 '만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이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 사건2. 지난 2일, 만취 상태에서 70대 택시 운전기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폭행 후 택시 안에서 버젓이 잠까지 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다가 CCTV 영상을 본 뒤 잘못을 인정했다.

음주 상태에서 저지른 폭력으로 인해 사망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른바 '주폭(음주폭력: 술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감형금지 안'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검거된 주폭 범죄자 수는 17,200여 명으로 전체 폭력 사건의 30%에 이른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음주 감형' 관련해서 올라온 청원 글만 187건에 이른다.

'음주 범죄시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증거가 버젓이 있는데 술 마시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 그걸 용서해주다니 피해자는 뭐가 되는 것일까요"라며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음주 감형, 구체적으로는 심신미약과 관련된 형법은 제 10조에 나와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장애'로 보고 감형을 한다.

음주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심신미약 상태가 되면 그 행위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줄여준다는 게 주 내용이다.

사물을 변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행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이다.

2009년 조두순 사건 때 주폭 감형 논란 시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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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조두순 처벌강화 재심은 불가능, 청원 참여자 분노 공감' 밝힌 조국

음주 감형 관련한 논란은 2009년 조두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조두순은 "만취해 저지른 일이었다"며 감형을 주장했고, 법원은 조두순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죄질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조두순 재심과 음주 감형 법 규정 폐지 요청'은 61만 명의 청원을 받아 청와대가 관련 답변을 하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정례 페이스북 생방송에서 "현행법상 주취 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지만, 때에 따라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규정이나 작량 감경규정을 적용해 음주를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어서 그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조두순 사건 이후 특례법이 개정됐고, '성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판사가 음주 감형을 하지 않을 수는 있게 됐다.

그러나 주폭 범죄가 연일 보도되면서 모든 범죄에 이를 해당시켜야 하며 감형기준조차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여건 넘는 관련 개정안 발의...통과는 '아직' 왜?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음주 관련 범죄 감형 폐지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막상 법이 통과되지는 못했다.

10여건이 넘는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감경 안은 아직 계류상태다. 바로 형법 대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해석 때문이다.

책임주의 원칙이란 책임지지 못하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고, 범죄 형량도 책임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즉, 술에 취하면 그 상태는 범죄를 책임질 수 없는 상태로 판단돼 범죄 인정이 되지 않는다.

일괄적으로 감형원칙을 적용하게 되면 책임주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법무부 등에서는 법 개정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음주나 약물에 의한 심신장애자는 감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형법 10조에 포함돼야 한다고 발의한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외국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음주가 처벌을 낮추는 이유가 되지 않으며, 프랑스 등에서는 오히려 가중처벌하고 있다"며 법사위에서 '음주 감경법'을 바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희 변호사(법률법인 한별)는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주폭 사건'이긴 하지만 공무집행 중에 사망한 소방공무원 사건과 택시기사 사망은 적용되는 사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폭을 둘러싼 국민들의 공분이나 사회 여론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법이라는 것은 일괄적으로 바꿔서 적용하기보다는 구체적 사실과 적용사례에 따라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신중한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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