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안준호 전 IAEA 사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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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 안준호 전 IAEA 사찰관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가운데, 북한 핵 검증과 사찰이 어떻게 이뤄질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뉴욕타임즈는 북한 핵 검증과 사찰에 비하면 '이란은 쉬운 케이스'였으며, 북한 비핵화 검증 작업은 핵 폐기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사찰 활동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30년동안 근무한 안준호 전 IAEA 사찰관 역시 최근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시설 및 핵물질 검증 및 사찰 작업은 "차원이 다른 게임(completely different game)"일 것이라고 말했다.

"IAEA와 북한이 단절된 지 꽤 오래됐다"며 "많은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했고 또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거래를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캡션 안준호 전 IAEA 사찰관

북핵 6자회담과 비핵화 프로세스가 2008년 중단되면서 북한은 2009년 IAEA 사찰관을 추방했다. 만약 올해 IAEA 요원들이 북한에 들어가게 된다면 9년 만의 복귀가 된다.

안 전 사찰관은 한국 국적이기 때문에 북한 사찰에 참여해보지 못했다. 핵 사찰을 받는 국가에서 사찰관을 검토하고 허가하는데, 북한의 경우 외교적인 중립국 혹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 출신 사찰관들만 방문이 허용됐다.

IAEA에서 30년 동안 일하고 지난 2010년 정년퇴직한 안 전 사찰관은 유럽, 북미, 인도, 파키스탄 등을 담당했고, 이란 등의 국가에서 사찰에 참여했다. 1990년대 미국 클린턴 정부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줄이며 핵물질을 다시는 핵무기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핵시설을 공개했을 때도 사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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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9년 4월 북한 핵시설 시찰을 마치고 취재진과 얘기하는 IAEA 사찰관. 북한은 이후 IAEA 사찰관을 허용하지 않았다

Q. 뉴욕타임즈는 북한 비핵화 검증 작업은 핵 폐기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사찰 활동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의하나?

"그렇다. 북한 핵 검증 및 사찰은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이렇게 많은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했고 또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거래를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특별한 경우고 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합쳐져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Q. 일각에서는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이 IAEA에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IAEA 사찰관 대부분이 핵무기를 다루지 않았다는 부분은 동의하지만 핵무기를 다룬 사람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IAEA 사찰관들은 대부분 이공계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서 원자력 시설에서 일했던 사람들, 관련됐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의 시설들에서는 충분히 사찰을 할 수 있는 지식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Q. IAEA에서 북한은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보나?

"IAEA와 북한이 단절된 지 꽤 오래됐다. 10년 정도로 기억한다. 2009년도에 IAEA 사찰관들을 추방했고, 그 후로는 관계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꾸준하게 미국의 몇 개의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전임 IAEA 사찰관이 주도하는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다. ISIS는 2020까지 북한에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범위가 100개에서 200개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 몇개의 핵무기를 가졌냐고 하는 건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른다. 사실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몇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적은 거의 없다. 미국과 러시아만 합의에 의해 발표하게 되어 있는데 5~6천 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 국제 저널에 발표되고 국제 연구원에서 발표하는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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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2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Q. 북한 비핵화가 일각에서 원하듯 1~2년 내로 가능할까?

"정치적으로는 1~2년 내에 국가 지도자들이 합의했고 (비핵화)를 해결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사찰관의 입장에서는 모든 걸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검증을 해야 하므로 1~2년 내에 해결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적어도 북한의 그 방대한 핵물질과 핵시설들을 다 사찰하고 완전한 결론에 도달하는 시점은 적어도 5년에서 10년으로 본다.

그리고 단시간에 끝내서 '이게 완결됐다'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오랜 세월 동안 북한이 계속 검증하는 절차를 겪고 국제사회와 관계를 유지해 나가서, 북한에서 더 이상 핵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는 확증과 믿음을 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Q. 북한 핵 검증 및 사찰 과정을 IAEA에서 주도할지, 기존 핵보유 5개국(P5·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과 한국도 포함될지 의견이 다양하다.

"만약에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져서 북한 사회가 열리고 북한이 정말 비핵화의 길을 걷는다면 IAEA뿐만 아니라 유엔의 다른 기구들의 도움도 받아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 미국이나 기존 핵보유 5개국(P5·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도 옵서버(observer)로 포함될 수 있다."

Q. 그런 사례가 있었나?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라크의 경우, 걸프 전 이후 유엔 특별 결의안 하에 들어간 사찰이기 때문에 그때는 IAEA에서는 핵시설 부분만 담당했고 유엔 다른 기구에서 생물무기나 화학무기 쪽을 담당했다. 북한의 경우도 한 번에 많은 사찰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그건 이전 정권 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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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7년 7월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북한 사찰을 위해 출국하는 모습

Q. 핵물질에 대한 사찰은 보통 어떻게 이뤄지나?

"일반적인 사찰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리고 안전조치협정 범위 안에서 한다. (핵물질이 있는) 나라는 원칙적으로 IAEA에 정보를 줘야 한다. 그 정보를 분석한 다음 그 나라 핵시설에 가서 IAEA에 준 정보가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판단을 한다."

Q. 불일치가 있을 때 특별 사찰을 하는 것인가?

"국제 규정 테두리 안에서 하는 건 우리의 권한이고 의무다. 그 범위를 벗어나서 하는 걸 특별 사찰이라고 하는데, IAEA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특별 사찰은 참석자, 시간, 장소 등의 제한을 다 벗어나는 거다. 하지만 특별 사찰은 쉽게 되는 게 아니다."

Q. 특별 사찰이 이뤄진 케이스가 있다면?

"이라크의 경우 완전히 특별 사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란도 특별 사찰 하려다가 결국 못했고, 북한도 특별 사찰을 가지 못했다. 다 거부했다. 굉장히 어려운 얘기다. 이란 케이스도 특별 사찰까지 가려다가, 이란 측에서 '그럼 우리가 이런 것들은 합의해 줄 테니 사찰 와라' 라고 미리 합의를 했다. 그래서 이건 특별 사찰에 속하지 않는다."

Q. 다음 주에 있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어떻게 보나?

"핵폭발 장치나 핵실험장을 검증한다는 건 국제적으로 뉴스는 될 수 있으나,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런 장소가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시설이나 핵물질 검증은 다르다. 그 나라에서 비밀리에 비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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