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의 발언에 북한이 반발하는 이유

존 볼턴(69)은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임명됐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존 볼턴(69)은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임명됐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의)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볼턴이 말한 오크리지는 미국의 핵과 원자력 연구단지가 있는 곳으로, 리비아에서 폐기한 핵물질과 장비를 보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을 북한에 '리비아식' 비핵화를 적용할 것이란 의도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강요한다며,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간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상은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의 담화에서 "조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 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지칭하며,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같은날 예정됐던 남북 간 고위급 회담도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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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이 완성돼 시험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선 핵 포기, 후 보상'

볼턴이 주장한 '리비아식 비핵화'는 이른바 '선 비핵화, 후 보상'의 방식이다.

2003년 리비아의 당시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핵 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탄도미사일용 유도장치 등 핵 개발 장비를 모두 미국에 넘겼다.

이 대가로 미국은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경제제재를 풀었지만, 체제보장을 요구했던 카다피는 2011년 내전으로 쫓겨나 도피 중 사망했다.

카다피의 최후를 본 북한은 이미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한국의 청와대에서도 '리비아식 방식'을 북한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있다.

리비아는 초기 단계에서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지만, 북한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핵 물질을 생산해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핵무기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안준호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도 최근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시설 및 핵물질 검증 및 사찰 작업은 기존과 "차원이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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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입장

백악관은 16일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특정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 "그러한 견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핵화) 방식에 아직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모든 시도를 할 것이다"고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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