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있는 사람도 노숙자로 봐야'…유엔 '주거권' 전문가 조언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 환경은 무엇일까?

유엔(UN) 인권전문가 레일라니 파르하는 "평화롭고 안전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4년부터 유엔의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의 주거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부산, 과천, 진주 등을 방문했다.

그는 방문한 장소 중 가장 우려된 곳으로 '고시원'을 꼽았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곳'

이미지 캡션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경제적 가치로서의 주택이 아닌 인권적인 주거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정책입안자 분들은 고시원에 가 보고 과연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인지 반문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서부터 (주거권 보장을) 시작할 수 있다"며 고시원과 쪽방 등 최저주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환경에 사는 이들에 대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국 국토교통부는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을 1인 가구 기준 14㎡로 보고 있다. 2인 가구는 26㎡, 부부에 자녀 1명이 있는 경우 36㎡라고 명시했다.

또한, 전용 수세식 화장실 및 하수도 시설이 있는 부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원은 최저 주거면적 이하로 협소할 뿐만 아니라, 주방과 화장실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이조차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

특별보고관에 따르면 '노숙인(homeless)'의 범주에는 "상당한 기간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즉, 고시원이나 쪽방,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국제인권법의 기준에서는 '노숙인'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156만여 가구가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한 곳에서 살고 있다. 이는 2000년 407만 가구(28.7%), 2005년 254만 가구(16.1%)보다는 줄었다.

반면, 고시원, 옥탑방 등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가구 규모는 1995년 4만 가구에서 2015년 39만 가구로 늘었다.

특히 서울에서 혼자 사는 만 20~34살 청년 10명 중 4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곳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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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파르하 보고관은 한국의 주거 안정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주택우선 정책'

파르하 보고관은 캐나다에서 오랜 기간 노숙자를 위한 시민단체를 이끌어 왔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동안에도 서울역 인근에 거주하는 노숙인을 만나고, 노숙자를 위한 쉼터를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여러 자선단체가 노숙자 임시보호소를 운영한다. 하지만 임시보호소는 트라우마가 있는 노숙인에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며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바람직한 노숙자 정책 모델로 꼽은 핀란드는 노숙인들에게 '주택우선(housing-first)'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숙자에게 주택뿐만 아니라 심리상담과 사회보장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는 "한국도 노숙자를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노숙자를 만드는 구조적인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유엔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은 최취약층의 주거 조건이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한지 평가하고 필요한 권고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로서, 정부나 단체를 대표하지 않는 개인 자격의 전문가로서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한 최종보고서는 2019년 3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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