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금지 찬반 투표하러 너도나도 고국행'...투표 열기 뜨거운 아일랜드

낙태에 반대하는 카렌과 마리아 Image copyright Supplied
이미지 캡션 낙태에 반대하는 카렌(좌)과 마리아(우)

오는 25일 낙태금지법 조항 폐기 여부를 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아일랜드 거주 유권자뿐 아니라 전 세계 아일랜드 유권자들이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다.

아일랜드 수정헌법 8조는 '태아의 권리'를 엄마의 '살 권리'와 동등한 것으로 규정해 거의 예외 없이 임신 중절을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투표 캠페인 활발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투표하러 집으로(#HomeToVote)'라는 해시태그 운동도 활발하다.

이번 투표 관련해서 귀국 여정을 공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차를 함께 나눠탈 사람을 구하거나 숙소를 제공한다는 글도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동성결혼 합법화 투표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찬성·반대 양측 모두 투표 열기로 뜨겁다. 수정헌법 8조는 1983년 국민 투표로 정해진 것으로, 현재 54세 미만의 아일랜드 유권자들은 이 문제로 표를 행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서는 이번 낙태금지법 투표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기회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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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번 국민투표가 '아일랜드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브라이틴 캐롤

아일랜드에서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낙태시술을 하려고 영국을 찾고 있다.

영국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에만 3만2655명이 영국에서 낙태 시술을 받았다.

법안 폐지를 찬성하는 대학생인 브라이틴 캐롤(21)은 "영국을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이 문제가 늘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반면, 런던에 거주하는 카렌 페히(26)와 마리아 맥엔테(24)는 폐지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아일랜드에 온다.

이들은 '낙태를 반대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지만 이들은 비난의 대상이 돼 왔고, 그 결과 침묵해야 했다'고 했다.

마리아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 논쟁에 끼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또 "찬성 스티커를 붙이지 않거나, 찬성 글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폐기 반대론자들이 누구인지 예상할 수 있다"며 "나 역시 낙태 과정 비디오를 보기 전까지는 이 이슈에 무관심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낙태가 합법적인 영국에 사는 카렌은 계획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 낙태를 '첫 번째이자 유일한 선택지'로 볼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며 "우리는 위기 임신 중인 여성을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일랜드 법은 임신부 생명이 극도의 위험에 처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강간과 근친상간으로 임신을 하거나 태아에 이상이 있어도 낙태는 불법이다.

이미지 캡션 낙태금지 폐기안을 찬성하는 포스터

투표하러 '원거리 여행'도 불사하는 유권자들

도쿄에 사는 클라라 쿠마키(29)는 투표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내 아일랜드를 찾는다.

법안 폐지에 찬성하는 그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고, '자기 결정권'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또 "내게 여행이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기에 이번 10만 킬로미터의 여행길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라의 오빠 역시 스톡홀름에서 투표를 하려고 고국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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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일본에서 아일랜드로 '투표여행'을 선택한 클라라

세 아이의 엄만 에이미 피츠제럴드(38)도 표를 던지려고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며 아일랜드에 온다.

그는 새로운 법안이 낙태가 피임을 대체하는 상황을 이끌 것이라는 비판에 "낙태가 필요한 사람들은 항상 있다"며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이번에 새 법안이 통과되면 아일랜드에서는 임신 초기 12주 차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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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프랑스에서 투표하러 오는 에이미, 남편이 비행기 티켓을 생일 선물로 마련해줬다

아일랜드 배우 로린 카니(19)는 낙태에 대한 걱정이 십 대 시절부터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성관계 자체가 늘 두려운 것으로 인식됐다면서 "임신을 하면, 엄마에게 말하느니 자살하겠다고 말했던 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또 "내게는 6살, 7살 여동생이 두 명이 있는데, 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좀 더 안전한 나라, 위기에 처하더라도 좀 더 포용적인 나라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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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아일랜드 배우 로린 카린(왼쪽에서 두번 째)의 가족 사진

미국에서 유학 중인 사라 길레스피(21) 역시 투표를 하려고 아일랜드행을 선택했다. 학기 중에 달려올 만큼 그에게 이 투표는 매우 중요하다.

사라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칭하지만, 태아의 권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종교적 믿음에 따라서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며 "원정 낙태를 가는 여성들을 비판하지는 않지만, 이 곳(사각지대)에 좀 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양측의 날 선 의견보다는 입법안 자체를 읽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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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국 유학 중에도 투표하려고 아일랜드 찾는 사라

'낙태죄' 두고 공방 진행 중인 한국...오늘 헌재 공개변론

OECD 회원국 중 낙태 수술이 가능한 나라는 스웨덴, 호주, 프랑스 등 25개국이다.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은 사회경제적 사유로는 낙태가 불가능하다.

한국 형법 269조 1항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270조 1항은 의료인에 대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서명 인원이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낙태죄 폐지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반면,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 보호는 중요한 공익이라며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고 맞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헌번 재판소 첫 공개변론이 오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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