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트럼프의 공개서한에 담긴 의미

  • 안소니 주처
  • BBC 북미특파원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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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밤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알리며 워싱턴 관계자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보낸 서한을 자세히 분석하면 트럼프식 외교전략과 다음 행보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첫 단락

먼저 눈여겨볼 점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례적으로 '각하(His Excellency)'란 호칭을 사용했다. 마치 회사 업무 메일처럼 시작되는 그의 서한은 김 위원장의 "시간과 인내심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서두에 김 위원장을 향한 그의 '수동공격형' 심리도 엿볼 수 있다. 먼저 회담을 제안한 쪽은 김 위원장이며,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 문장에선 그의 의중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핵무기는 북한보다 더 강력해서 절대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신께 기도한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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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국의 핵무기는 북한보다 더 강력해서 절대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신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24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를 공개했지만,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 대해 "정치적 얼뜨기(political dummy)"란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북한의 원색적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한에서 "미국의 핵무기가 얼마나 거대하고 강력한지, 신께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하며, 다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식 발언으로 회귀했다.

이는 지난해 북한과 말 폭탄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를 상기시킨다. 서한은 외교적 관례로 시작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본심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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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송환에 대해 거론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단락에서 다시 격식을 갖춰 그동안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양국 간 관계가 개선됐고, "멋진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추후 정상회담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3명의 미국인에 대해 김 위원장이 보여준 "아름다운 조치였다"며 감사를 표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송환 얘기를 거론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단락

트럼프는 마지막 문단에서 다시 회사 업무 메일처럼 말한다.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에 대해 생각이 바뀐다면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내게 전화나 서한을 보내길 바란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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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북한은 기회를 놓쳤으며, 북미 정상회담 논의는 "역사에 슬픈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의 끝에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트럼프는 앞서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트위터를 통해 발표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기대하는 상은 세계를 위한 승리"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제는 "역사에 슬픈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보낸 서한 전문

김정은 위원장께:

우리는 양국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정상회담과 관련해 최근 협상과 논의에 당신이 들인 시간과 인내 그리고 노력에 큰 감사를 표합니다, 정상회담은 오는 6월 12일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정상회담이 북한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과 그곳(싱가포르)에서 함께 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슬프게도 당신의 최근 성명에서 드러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개심에 근거해, 나는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을 현시점에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서신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중단되는 것이 전 세계에는 해를 끼치겠지만, 양국의 이익을 위해 열리지 않을 것을 통지합니다.

당신은 핵 보유 능력을 거론하지만, 우리의 것은 더 강력해서 절대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신께 기도합니다.

나는 북한과 멋진 대화가 고조되고 있었다고 느꼈고, 궁극적으로 그 대화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당신이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들을 석방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조치였고, 매우 감사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에 대해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 나에게 전화를 하거나 서한을 보내길 바랍니다.

세계와 특히 북한은 영구적 평화는 물론 큰 번영과 부유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 잃어버린 기회는 역사에 매우 슬픈 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