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바람' 맞은 북한의 '애프터' 신청 분석

북한판 볼턴이라 평가받는 김계관 부상은 북한의 핵심 외교 인사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북한판 볼턴이라 평가받는 김계관 부상은 북한의 핵심 외교 인사다

과거 서로를 각각 '미치광이' '노망난 늙은이'라 불렀던 북미 두 정상인지라, 일각에서는 미국의 회담 취소 통보가 북한과의 설전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공식발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속내가 담긴 담화문을 발표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이름으로 나온 성명이었지만, '위임에 따라'라는 구절이 있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답신이라는 의견도 있다.

외교 서한이라기 보다는 이메일 혹은 장문의 트윗 같다는 평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은 그의 독특한 외교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번 담화문은 김위원장의 생각을 어떻게 담고 있을까?

해당 담화 전문을 다 읽어 보지 않고도 알수 있도록 BBC 코리아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받는 사람 이름: '용단' 내린 미 대통령

북한은 이번 담화문을 통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 상봉이라는 중대 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놀랍지만, 속내가 담겼다고 말했다.

통일부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은 체제안정과 경제지원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잘 알아 이런 수사를 구사한다고 봤다.

그렇다면 김계관 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미주 국장은 왜 강경 발언을 해서 북미회담 취소 빌미를 제공했을까?

이에 김 전 차관은 협상 실무진의 이런 말은 '미국의 요구수준을 낮추기 위해서'였다며 이를 협상 전략의 일부로 해석했다.

반면 서강대 국제대학원 김재철 교수는 북한의 '용단' 발언의 이면에는 판이 깨지는 것에 대한 당혹감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미국도 정치적인 승리를 위해 북한과의 회담을 원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듯하니 '북한이 뭔가 너무 강하게 나온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편지 보낸 시간

북한의 당혹감이 대응시간에도 나타났다는 평이 나온다.

북한은 자정(현지 시간 기준) 무렵,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알게 된 지 약 9시간 뒤 담화문을 발표했다.

북미회담 당사자인 북한은 물론이고 중재자인 중국과 한국도 회담취소에 대한 언질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미뤄, 북한으로선 최대한 발 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김형석 전 차관은 이를 두고 북한이 재빠르게 입장을 표명해 미국을 대화의 트랙으로 붙잡아야겠다는 판단이라고 봤다.

편지 내용 : 기승전'그래도 연락줘'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취소 공개서한과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문은 둘 다 기승전'그래도 연락줘' 형태를 띠며 여지를 남겼다.

특히 북한은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 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지만, 이번 담화의 전반적인 톤은 부드럽다는 평이 많다.

이를 김 전 차관은 핵을 완성함으로써 달라진 북한의 자세라고 꼽았다.

그는 핵 보유 이전의 북한은 협상이 막힐 즈음이면 강경 발언을 일삼으며 핵무기 완성까지 시간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제는 핵을 개발했으니 이를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체제안정과 경제지원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북한도 협조적으로 대화를 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했다는게 김 전 차관의 의견이다.

김재철 교수는 담화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아쉬워하는 구석'이 담긴 것은 맞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교수는 북한이 일방적인 취소를 한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회담을 기다린다고 해 '도덕적인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고 평했다.

답장 보낸 사람

미국 대통령이 직접 쓴 서한에 북한은 김계관 제1부상을 통해 답했다. 즉, 보낸 사람 입장에선 엉뚱한 사람에게서 답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는 평도 나온다.

김 전 차관은 일견 외교적 격에 안 맞는다고 북한이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북한이 그러지 못한 속사정이 있다고 봤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바로 답장을 내면 최종입장이 돼 버리니까' 김계관 부상의 담화로 북한은 답을 했다는 설명이다.

최종 견해를 내놓기 전에 실무진 수준에서 대화 돌파구를 찾자는 해석이다.

반면, 평화 네트워크 정웅식 대표는 프레시안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선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직접 답장을 보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 투쟁 욕구는 대단히 강하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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