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재판 거래' 논란, 3가지 쟁점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와 시민단체 회원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5월 31일 일제강제동원피해 사건 판결의 '재판 거래'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소위 '재판 거래' 논란으로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의혹 관련자를 형사 조치하거나 추가 조사할 가능성을 1일 언급했고 논란의 핵심에 서있는 양승대 전 대법원장은 같은날 자신에 대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지난 5월 31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이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두고 "조사결과를 접한 순간 비참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은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모두 공개할 것을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쟁점들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의 사법부 버전?

'재판 거래' 의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이 자신들의 과업 수행에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관심을 두고 있는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가리킨다.

논란의 근거가 된 문서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대외비 문건('현안 관련 말씀 자료')들.

한 문건은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과거사 문제와 노동 부문 개혁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사법부가 정치적 고려를 갖고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판은 15개이며 대부분 1심과 2심에서 나온 결론이 3심(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여기에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KTX 해고 승무원 사건 등이 포함돼 있다.

2. 조사결과에 대해 엇갈리는 입장

많은 정치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재판 거래' 논란에 대한 입장 또한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간극이 크다.

경향신문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법농단"이라고 개탄한 반면 조선일보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담화를 두고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라는 거짓 선동에 편승하다니"라고 비난했다.

조사보고서의 내용은 많은 혐의점을 시사하고 있으나 이를 확증한 것은 아니다. 조사단은 법원행정처가 문제의 사건들 재판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으며 '직권 남용'을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조사단에게 압수수색 등의 권한이 없었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의혹의 주역들이 대부분 조사 협조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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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3. '상고법원' 신설에 대한 청와대 협조를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류의 '거래'는 어떠한 반대급부를 바라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6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대법원장이 무엇을 위해 이러한 문건까지 만들었을까?

조사단은 '상고법원'을 신설하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한다.

상고법원이란 상고심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원을 말하는데 현행 체제는 대법원이 모든 3심(상고심) 사건을 처리하고 있어 대법관들의 업무 과중 문제 등이 있다는 지적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상고법원의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도 대법원장이 갖게 되므로 대법원장의 권한은 더 커진다.

이를 의식해 상고법원 신설에 회의적이었던 청와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등을 설득시키기 위해 '현안 자료'가 만들어졌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담화에서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5일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의 회의가, 7일에는 전국법원장간담회, 11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문제의 의혹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해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 침해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경우 대법원 측에서도 형사 조치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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