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스타트업 설립 꿈꾸는 조선익스체인지 창업자 제프리 시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조선익스체인지 워크숍에 참가하는 북한인 Image copyright 조선익스체인지
이미지 캡션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조선익스체인지 워크숍에 참가하는 북한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나 동대문에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스타일난다' 김소희 대표가 북한에서도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여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 대북 교류단체인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 창립자 제프리 시(Geoffrey See)다.

30대인 제프리 시는 자신도 창업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과 예일 대학에서 공부한 후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리고 10년 전 조선익스체인지를 설립했다.

이후 북한에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이자 창업인큐베이터를 만들고 싶어 베트남에 써코(CirCO)라는 공유오피스를 만들었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 먼저 실험을 해 본 셈이다.

블록체인 회사도 설립했는데 사실 스폰서가 부족한 조선 익스체인지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에서 나온 수익 덕이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혁신적이라는 것을 지난 10년간 깨달았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북한인은 모두 세뇌되었고 그저 김일성 광장을 왔다갔다 하기만 한다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도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원과 인맥, 멘토가 부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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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소그룹 활동 중인 북한 참가자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조선익스체인지는 2천여 명의 북한 사람을 교육했다. 이 중 100명은 싱가포르로 데려와 교육했다.

내용은 주로 창업이다.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이 어떻게 다른지와 벤처 투자자·파트너·판매 채널 등 스타트업에 필요한 요소를 가르치고, 아울러 경영의 기본인 마케팅·회계·브랜딩 등도 교육한다. 프로그램 형태는 워크숍·인턴십·단기 MBA(경영학석사) 등이다.

이는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5년 조선익스체인지를 거친 사람들이 북한에서 창업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이를 통해 17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건강음료와 같은 소비재가 대부분이다.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워크숍에 왔던 북한 참가자들은 북한판 '위챗(WeChat)'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거나 정보공유 플랫폼 '맘카페'를 시작해 북한 여성들이 임신, 출산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특이한 점은 조선익스체인지가 교육한 2천여 명 중 500명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40번 정도 방문한 제프리 시는 "북한에는 성공한 여성 사업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시가 2014년 북한에서 만난 사업가 중 한 명은 치약 제조업을 운영하는 여성이었다. "외국에서는 치약회사가 치과에 무료 샘플을 제공해 준다고 하니 정말 흥미로워했다"며 "이듬해 워크숍에 참가해 치약을 나눠줬다"고 회상했다.

조선익스체인지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위워크(WeWork)'와 같은 공유오피스이자 창업인큐베이터를 북한에 여는 것이다. 제프리 시는 북한이 창업에 눈을 뜨는 이 시점에 그런 물리적인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과 베트남 같은 곳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형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 관련 인력이 모여 교류하고 배우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공간이 북한 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공간은 나중에 외부 투자자 등 비즈니스 분야 사람들이 북한 창업가들과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싶어 할때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제프리 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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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시와의 인터뷰 영상

Q. 북한에 스타트업에 대해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2007년에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을 때 북한에 처음 관심 갖게 됐다.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나는 사회주의 북한이 내가 전공한 경영이나 경제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곳 젊은 학생들은 나에게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우 놀랐다. 북한의 젊은 이들도 우리와 같은 열망이 있고 창업 관련 지식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북한을 떠나면서 어떻게 하면 북한 사람들에게 창업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Q. 왜 북한에 창업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생각하나?

베트남처럼 북한에도 '좋은 직장'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배우고, 또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자신이 창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은 없을지 몰라도 그런 열망이 있다고 본다. 사실 경영을 배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창업이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을 개발한 후, 나가서 소비자 반응을 보고 실험해 보는 것이다.

Q. 북한 사람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혁신, 창의력이 있을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워크숍에 자주 참여했던 한 참가자는 북한의 편의점 체인을 여는 아이디어를 냈다. 북한의 편의점을 조사해보니 다 같은 시간에 열고 닫는데, 공교롭게도 출근시간 후, 퇴근시간 전이라 출퇴근 길에 이용할 수 없었다. 그 참가자는 편의점 문 여는 시간을 당기고, 문 닫는 시간을 늦춰서 사람들이 이용하게 끔 하는 구상을 했다. 단순하지만 북한 사정에서의 나름 혁신이고 북한 창업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Q. 북한 스타트업에 대해 인식이 변했다고 느끼나?

북한 사람들은 10년전 시작했을 때도 관심을 가졌지만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도 있었다. '마케팅이 왜 중요한가'와 같은 질문을 했다. 자신이 물건을 만들면 그냥 자연히 팔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특히 스타트업과 일반 비즈니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스타트업이 갖는 특성이 있고 그것을 설명해주면 이해한다.

Q. 당황스러웠던 적은?

처음에 북한에 가서 교육했을 때, 참가자들이 다 집중해서 들었다. 교육을 마치고 질문을 받으려고 하자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늘 질문을 받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소그룹으로 나눠서 얘기해보자고 하니 북한 쪽 파트너들이 당황하면서 제지했다. 옥신각신하다 결국 소그룹으로 나눴고, 이제는 항상 그 형식으로 워크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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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제프리 시는 북한 참가자들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Q. 애플이나 스티브잡스를 북한 사람들이 알고 있나?

놀랍게도 북한 사람들은 브랜드는 잘 알고 있지만 제품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지만, 페이스북이 왜 혁신적이고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꿨는지는 모른다.

Q. 페이스북이나 저커버그는 어떻게 안다고 생각하나?

중국에 사업차 혹은 해외에 연수차 여행을 다녀오는 북한 사람들이 가져오는 정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 2년간 우리 프로그램의 많은 참가자들이 정보기술 분야 창업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북한 내 인터넷망을 이용한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북한판 '위챗'을 만들거나 '맘카페'를 시작해 북한 여성들이 임신, 출산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나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해외에 나가 본 북한 사람들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Q. 500여명의 북한 여성을 교육했다. 북한 여성 사업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북한 경제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을 때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비교적 통제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창업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물론 큰 사업은 아니었고 주로 식당이었지만 상당수가 작은 제조업으로, 소매판매점, 숙박시설 등으로 업종을 바꾸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사업가로 성공했다. 정부에서 일하는 남편이 상업에 종사하는 부인보다 돈을 적게 버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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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조선익스체인지는 여성 사업가를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해왔다

Q. 창업은 어떻게 보면 북한 주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empowerment)인데 김정은 정권이 싫어하지 않겠나?

우리가 처음 북한에 갔을 때 북한 사람들은 의심하고 또 경각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에 거부감을 적게 가졌다. 나는 이게 북한 정권이 비즈니스에 갖고 있는 시각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사업가에게 들은 바로는, 이전보다 그들의 재산권이 인정받고 있고 정부 간섭이 줄었고, 또 더 큰 규모의 사업에 접근 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다고 한다. 언제라도 정부가 다시 탄압하고 재산권을 뺏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정부는 지배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사람들이 더 성공한 사업가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점점 발전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긴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위워크'와 같은 물리적인 장소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과 베트남과 같은 곳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형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 관련 인력이 모여 교류하고 배우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 또 나중에 외부의 투자자 등 비즈니스 분야 사람들이 북한 창업가들을 만나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북한 현지 특성에 맞게 변형된 '위워크'가 필요하다.

Q. 그런 공유오피스 및 인큐베이터를 설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평양과 그 외의 도시를 후보지로 보고 있는데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유엔 제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하고 북한 당국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지금으로서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펀딩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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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브랜딩에 대해 토론하는 북한 참가자

Q.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조선익스체인지 운영에 어떤 영향을 줬나?

전반적으로 우리 파트너들은 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우리의 손을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북한을 둘러싼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조선익스체인지의 프로그램은 계속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도발이 있을 때 지원을 끊는 후원가도 있어 조선익스체인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Q. 북한 내부에선 폼페이오, 트럼프 등 미국 인사에 대해 뭐라고 하나?

우리 자원자들이 지난 5월 워크숍을 했을 때 마침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었다. 다음날 노동신문 1면에 그와 김정은의 사진이 실렸고 신문은 지하철 등에 깔렸다. 우리가 접한 북한 사람들 중에는 2000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알고 있고, 기대감과 관계가 잘 풀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섞여 있다.

Q. 북한에 창업을 알려준다고 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두가지였다. 하나는 '너 미쳤어'라는 반응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도 창업가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두번째에 대한 답은 '예스'다. 북한에도 분명 창업가가 있다. 아마 첫번째에 대한 답도 '예스'인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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