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국인 미슐랭 셰프 김선옥 '한식 재료 요리의 감칠맛 살려'

김선옥 셰프 Image copyright BBC/MINJI LEE
이미지 캡션 김선옥 셰프는 감자탕집을 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싱가포르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아모이(Amoy) 거리. 알록달록한 외양의 바와 레스토랑 사이에 'KIMME'라는 간판을 단 단조로운 회색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 앞 메뉴판을 살펴보니 한국인에게 친근한 단어가 여럿 보인다. '닭게 미역 국수', '고추장을 곁들인 캄파치 회와 포멜로(귤류의 과일)', '가정식 백김치' 등 일상에서 접하는 식재료들이다.

이곳은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셰프 김선옥 씨가 자신의 성인 '김'(Kim)을 따서 만든 식당. 한국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김 씨는 이곳에서 유명 인사다. 2017년 그가 먼저 운영하던 식당 '메타'가 미슐랭 별 한 개를 획득하면서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동서양의 식문화가 어우러진 싱가포르에서 한식 재료를 사용해 요리한다는 건 어떨까. 14일 김 씨를 만나 이곳의 음식문화와 한식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Q. '메타'가 미슐랭 별을 받은 후, 여러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많이 성장했고,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됐다. 미슐랭 별을 받는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노력을 해야 된다. 그것에 걸맞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 음식을 봤을 때는 사람들이 파전을 많이 찾는다. 어머니가 파전을 만드실 때 반죽에 파래를 넣는다. 이 방법을 따라해봤다."

(감자탕집을 하셨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 씨는 어머니를 보면서 요리사의 꿈을 키우고,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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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아모이 거리는 싱가포르의 '가로수길'로 알려졌다

Q. 호주에서 일본인 셰프를 사사한 후, 싱가포르에 정착했다고 들었다. 싱가포르만의 음식문화를 설명해달라.

"싱가포르에는 인도, 말레이, 중국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이 이민와서 세워진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교류도 잘 되고, 음식에도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 가령 중국 음식을 먹더라도 인도 요리나 말레이 요리의 특징이 조금씩 있다. 다문화 환경 속에 있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지 음식을 먹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혼합을 잘했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도계 싱가포르인 아내와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으러 다닌다. 또 아내가 한식을 먹으며 묘한 맛을 발견하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계속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Q. 한식을 요리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한식 퓨전을 추구하거나 한국적인 음식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정해진 장르가 없다. 특유의 색깔을 가지려고 한다. 이게 한식이 될 수도 있고, 양식이 될 수도 있고, 일식이 될 수도 있다. 경계선에 머무려고 한다. 고추장도 쓰는데 그렇다고 한식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된장이나 참기름, 간장 등 우리가 잘 아는 재료가 다른 나라 어떤 음식에 가미되면 좋을지 생각하고 사용하지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고추장, 된장을 써야해' 이런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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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선옥 셰프(오른쪽)과 'KIMME' 직원들

Q. 고추장, 참기름, 된장 등 한국 재료가 요리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대표적으로 프랑스 음식 등 서양 음식은 기름기가 많고 산도가 없다. 여기에 간장이나 고추장을 넣으면 음식 맛이 가미된다. 감칠맛이 난다. 자주 쓰는 현미식초나 사과식초를 음식에 조금만 넣어도 산도가 올라가 맛이 좋아진다. 서양 음식은 신 맛이 덜한 편이다. 한국에서는 식초를 쓰기도 하고, 동치미같이 발효가 잘되서 산도가 높은 음식이 있는데 서양에는 그런 맛이 한식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이런 재료를 활용해 나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한다."

Q. 인터뷰를 하다보니 배가 고파진다. 좋아하는 요리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굴을 참 좋아한다. 싱가포르가 무역국가이다 보니 재료를 구하기가 참 쉽다. 특히 아일랜드산 굴을 좋아하는데, 이 굴을 수입해서 레몬이랑 생강으로 드레싱을 만들어서 뿌리고 고추장을 곁들이면 매콤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나서 참 좋다.

또 메추리 구이를 닭꼬치 형태로 만드는 요리도 있다. 메추리를 갈비 양념 소스에 재워서 숯불에 굽고, 표고버섯이랑 된장을 섞어 강된장 양념을 만들어 같이 먹는다. 외양만 봤을 때는 한식은 아니지만 한국적인 맛이 가미된 것이다. 사람들도 궁금해하고, 이렇게 음식에 이야기를 넣을 수 있다."

Image copyright SUN KIM
이미지 캡션 김선옥 셰프는 감칠맛을 내기 위해 된장과 고추장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Q. 하고 싶은데 현지인 입맛을 고려해 사용하지 못하는 음식도 있는가?

"아무래도 내장 종류는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꺼리는 편이다. 순대국도 한국 갈 때마다 먹는데 쉽지 않다. 순대국을 재해석하면 순대국에 대한 모욕이다."

Q. 한식 세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남아시아에서 한식이 정말 잘 알려졌다. 드라마의 영향도 있지만, 이민 오신 분들이 이것저것 많이 한다. 이런 음식점이 늘면서 현지에서도 한식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식 세계화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천천히 쌓아가야 되는 것이지, '몇년 안에 세계화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천천히, 점점 알려지다 보면 세계화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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