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라디오] '구찌' 패션쇼에 비난 쏟아진 까닭

시크교의 남성 신자들은 터번을 반드시 쓰고 다닌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시크교의 남성 신자들은 터번을 반드시 쓰고 다닌다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6월 18일 보도입니다.

[앵커] '시크교'라고 들어보셨나요. 인도에서 파생된 종교인데요.

시크교의 남성 신자들은 천으로 머리를 칭칭 감는 형태의 모자, '터번'을 반드시 쓰고 다닙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탈리아의 한 유명 패션 업체가 새 옷을 소개하는 패션쇼 무대에 이 터번을 등장시켰다가 거센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효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2018년 6월 18일 BBC 코리아 방송 - '구찌' 패션쇼에 비난 쏟아진 까닭

[기자] 유럽 이탈리아의 고급 패션 업체, 구찌. 매번 여러 문화를 섞은 다양한 옷차림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건, 올해 가을과 겨울 옷을 미리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백인 모델 여러 명이 시크교의 상징인 터번을 쓰고 무대에 오른 겁니다.

시크교 신자들 사이에선 즉각 비난이 터져나왔습니다.

Image copyright TWITTER
이미지 캡션 논란의 패션쇼가 열린 직후 트위터에서도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터번은 해당 사회의 지도자에게 주어져요. 문화, 역사, 그리고 우리의 유산을 담고 있는 셈이죠.

무엇보다도 시크교 내에도 모델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요. 이 사람들을 썼어도 되잖아요.

터번을 쓰지 않는 문화권의 사람이 터번을 쓰고 패션쇼 무대에 오르려면, 적어도 이 터번이 시크교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알고 있어야죠."

("The turban is given to a person who's a leader of a community. So it holds a lot of culture, it holds a lot of history, a lot of heritage as well.

Firstly, yes we do have a lot of Sikh models so they could have been easily used.

But if you're going to use someone whose tradition isn't wearing a turban

then they should have been aware of the fact of how much importance if holds to the Sikh community.")

이들은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자신들에게 신성한 의미를 띠는 터번이 한 벌에 수천 달러씩 하는 구찌 의상을 빛내주는 용도로만 쓰였다며 분노했습니다.

"터번을 그냥 모자라고 부르는 건 좀 잘못된 것 같은데요. 터번엔 훨씬 더 깊은 뜻이 있어요."

("It's kind of wrong to call them just 'hats' because there's also a deeper meaning behind the turban.")

"터번은 우리의 왕관 같은 거예요. 우리의 왕관을 바꾼다고요 그건 좀 아니죠."

("It's our crown. If you change our crown, it's not good.")

패션 업체가 무대에 터번을 등장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미국과 이탈리아의 다른 패션 업체가 모델의 머리에 터번을 씌웠지만, 이들 업체는 시크교의 터번을 변형해 사용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시크교가 널리 알려지는 기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