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동 격리' 철회: 아이들은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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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가족들이 함께" 수용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번 철회 결정은 격리 수용이 '비인도적'이라는 전 세계적 비난이 확산된 데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구금된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은 이미 격리된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번 행정명령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진짜 효과가 있기는 한 것인지, 아이들은 이제 어디로 가는지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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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9일 사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어린이 2,342명을 부모로부터 격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가족들이 함께 수용되는 것은 맞지만, 입국자를 추방하지 않고 기소해 구금하는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가족을 하나로 묶는 동시에 우리가 매우 강력하고 강한 국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입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이민자 가족은 법적 절차가 이루어지는 동안 함께 구금한다.
  • 가족과 연관된 이민 관련 사건들을 우선하여 처리한다.
  • 미성년자들의 구금 기간과 관련된 법을 수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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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미성년 격리 반대 의사를 밝혀 온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의사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가족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행정명령 과정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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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 아동 격리 문제가 "행정명령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의회에 해결을 요구했던 바 있다.

당시 공화당 하원의장 폴 라이언은 하원이 목요일 "가족들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 법안이 어떤 구체적 내용을 담을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불법체류 청년인 `드리머'(Dreamer)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세련된 방식으로 해결"할 법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한발 물러서다

앤서니 저커, BBC 워싱턴 특파원

지금껏 정부는 밀입국자와 아이들을 격리하는 일이 단순히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에 적시된 내용을 대통령의 말에 따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판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결정으로 부모님과 아이들이 서로 떨어져야 하는 가슴 아픈 상황이 초래된 만큼, 그가 역시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 조치로 비판 측의 주장이 옳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싸움은 법원으로 옮겨져 구금된 이들이 가족과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법적인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 그래야만 이미 어려운 선거를 앞둔 공화당원들이 편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공화당원도, 영국 총리도, UN도, 교황도 반대한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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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전야 미사에서 요셉과 마리아의 삶을 비유로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6주간에 걸쳐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부모와 격리된 아동이 2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밀입국에 강경하게 대처하면서 밀입국자들이 대거 처벌돼 아이들만 홀로 남겨지게 된 것이다.

이같이 부모와 아이를 격리하는 정책에 대해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부모와 격리된 아이들이 펜스에 갇혀 울고 있는 사진들은 전 세계적인 논란을 부추겼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5일(현지시각)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는 중남미 어린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OHCHR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가족을 격리하고 아이들을 사실상 구금하는 것은 심각한 어린이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번 사태가 유감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또 6개의 미 항공사들이 트럼프 정부에 아이들을 이송하기 위한 항공기 제공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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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첫 3일 동안은 세관 및 국경 보호 (CBP) 시설 굵은 철사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엮은 울타리로 만들어진 유치장에 구금된다.

구금 시설:

법적으로 3일이 지나면 보건복지부 난민 재정착국(ORR)을 통해 운영되는 약 100개의 구금 시설 중 하나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시설이 부족했던 탓인지, 최근 텍사스주의 한 대형 마트 안에 10살에서 17살 사이 미성년자 소년들이 구금된 것이 밝혀졌다.

당국자들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침대, 수업, 게임 등이 제공됐다.

유년기 보호소:

AP통신은 아기와 유아들의 경우 텍사스 남부의 3개 "유년기 보호소"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CBP 관리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을 구금할지 여부는 보통 국경 관리 요원의 재량이라고 밝혔다.

텐트 캠프:

미국 관리들은 텍사스주 토닐로에 이주 아동을 위한 텐트 캠프를 개설했다.

가족 혹은 보호자의 품으로: 미국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석방 직후 지체 없이 가족 혹은 보호자에게 이양돼야 한다.

하지만 ORR은 실제 이 과정이 약 2달은 소요된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부모가 풀려난 뒤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했다.

하지만 전 ICE 국장은 일부 가족들을 "영구적"으로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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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번 행정명령은 국토안보부(DHS)를 대상으로 '밀입국자가 강제 추방되거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수용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밀입국자 가족들이 무기한 수용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명령은 미성년자의 밀입국 기간을 최대 20일로 정해둔 현행법 '플로레스 합의서'(Flores Settlement)에 어긋난다.

국토안보부는 이 모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행정명령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행정명령은 앞으로의 계획만 적시할 뿐, 이미 부모와 격리된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또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명령을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한 고위관료는 그들이 아직 격리 수용된 가족들을 다시 합치게 할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보좌관 진 해밀턴은 이 명령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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