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한국 사회에서 낯선 존재인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흥남철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Image copyright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이미지 캡션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흥남철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흥남 철수 피난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문재인 대통령은 '난민'일까? 탈북자는 난민일까?

제주도에 온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로 인해 난민 문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난민'의 개념 정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가 1951년 난민협약에 따라 정의한 '난민'은 다음과 같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사실 '난민'은 유엔난민기구는 규정하는 '보호대상자'의 다섯 가지 큰 분류 중 하나다.

난민 신청을 했지만 아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은 '비호신청자'다. 즉, 제주도에 있는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는 '비호신청자'인 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홈페이지에서 "비호신청자 및 난민이라는 용어는 자주 혼란을 일으킵니다. 비호신청자는 스스로가 난민이라고 말하지만 난민신청이 결정적으로 평가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난민 vs 비호신청자

미국 정부의 불법 밀입국자의 '부모-아동 격리' 정책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여러 언론에 등장해 충격을 준 온두라스 출신 2세 소녀도 '비호신청자'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소녀 아버지는 밀입국의 이유가 "경제적 기회를 위함"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소녀와 소녀 어머니가 "난민"으로 인정될 지 "경제적 이민자"로 인정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난민 신청을 심사하는 기관은 출입국사무소다. 심사에 수개월이 걸리고,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법원에 소송까지 가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4만 명 정도가 난민 신청을 했는데, 그중 8백 여명정도만 인정을 받았다. 2% 정도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2년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한국에 건너와 6년 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욤비 토나 광주대 교수가 있다.

욤비 토나 교수의 두 자녀 라비와 조다단은 '콩고 왕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이는 욤비 토나 교수가 실제로 콩고의 부족 왕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콩고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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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 라비, 조나단이 말하는 '한국에서 검은 피부로 살아가기'

국제적으로 봤을 때 탈북자는 난민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가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두고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난민 자격으로 살고 있는 탈북자 수가 11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국 내 탈북자, 그리고 다른 나라에 난민 자격으로 정착한 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발급받은 사람들은 제외한 수치다.

한국에 '난민법'과 '탈북자 법'이 따로 있는 이유

오규욱, BBC 코리아

한국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탈북자 정착지원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탈북민'들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탈북민으로서 이 법에 보호를 받는 난민과 마찬가지로 세제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나온 뒤 탈북민 대부분은 정착지원금, 주거 지원금, 임대주택, 직업훈련, 특례입학 등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는다.

한 가지 많은 이들이 간과한 사실은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중에는 '비보호 대상자'로 분류돼 탈북자 지원법이 보장하는 보호 및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정은 통일부가 하며, 이유로는 북한으로 되돌아가려고 시도한 경우, 제3국에서 10년 이상 생활을 한 경우 또 한국에 거주한 지 1년 넘도록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된다.

공식적인 '비보호 대상자' 수는 없지만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탈북민들이 '비보호 대상자'로 한국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중에는 한국에 정착 후 다시 제3국에서 난민을 신청했다가 거절돼 돌아온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13년부터 난민법을 통해 난민심사 및 난민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는 비율은 2% 미만으로 유엔(UN) 가입국의 평균(38%)에도 크게 못 미친다.

무엇보다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며, 현재 난민 보호시설로는 영종도에 있는 난민지원센터 1곳이 유일하다.

현재 한국 정부는 탈북민에 대한 지원과 정책에 우선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른 난민들에 대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향민, 귀환민, 무국적자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난민'이 아니냐고 묻는다. 노컷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도 '난민'이다'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피난민의 아들인 문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보호대상자'의 다섯 가지 큰 분류 중 하나가 국내실향민(IDP)이라고 소개했다. 이 역시 난민과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다. 차이는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는 국내실향민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국내실향민(IDP)'이라는 개념과 한국에서 사용되는 '실향민'의 개념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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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설날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들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6년 말 전 세계적으로 약 4,030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자연재해 등으로 집을 잃은 사람도 포함된다. 콜롬비아, 시리아, 이라크 등에 가장 많다.

이 외에 귀환민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자국에서 강제로 이주한 사람들 중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귀환하는 이를 말한다.

아울러 무국적자는 국적이 없는 사람들로 조선적 재일동포가 한 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은 자국 내 잔류 재일동포를 행정 편의상 '조선'을 따와 '조선적'으로 분류했고, 이후 국적을 변경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국적인 조선적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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