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 전 30세까지 입영 연기 가능해졌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판정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입영일자를 연기할 수 있게 됐다.

병무청은 4일, 입대예정자가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 진술서, 확인서, 종교단체 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입영 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병역법 제61조에 의거해 만 30세까지만 의무이행일 연기가 가능할 방침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한 위제청 사건에 대해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합헌이나 대체복무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재는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를 포함하도록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이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현행 병역법은 2020년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병역법의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인가?

입영을 기피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병역법 제88조는 현역 입영대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동안 입영을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한다.

여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등의 언급은 없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에서 말했다.

다만 병역기피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헌법재판소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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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결과에 서로를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일부로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공은 이제 입법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앞으로도 대체복무제가 신설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것은 대체복무에 '징벌적' 성격을 부여하느냐의 논란이다.

인권단체들은 대체복무에 징벌적인 성격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복무기간 등이 일반적인 현역 복무에 비해 길거나 위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역의 형평성 문제에 민감한 한국 국민들의 상당수는 대체복무가 현역 복무에 비해 기간 등에서 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 입장도 이와 같다.

작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국제앰네스티의 '8대 인권의제'에 대한 답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한편,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간을 병역 복무에 비해 길게 설정하는 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거나 이미 출소를 한 병역거부자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병역거부자들의 처분에 대해서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한국에서 큰 논란인 까닭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늘 열띤 논쟁거리다.

남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형평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편이다.

이는 대체복무제에 대한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여러 차례 결의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권으로 인정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07년 9월 한국 정부는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2008년말 대체복무를 반대하는 의견이 68%가 나온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이를 보류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거부란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병역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전투행위, 다시 말해 무기를 쥐는 것을 거부하는 '집총 거부'도 있다.

거부 이유는 신앙하는 종교의 교리,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대표적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로 알려져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한국전쟁 이전부터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의 상당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이번에 헌재가 선고할 예정인 사건 중 하나도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로 인해 제청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도 보다 다양한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2001년 불교 신자이자 평화주의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 씨가 대표적이다. 2002년에는 반전주의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나동혁 씨가 구속 후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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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1년 헌법재판소는 남북대치 상태를 현행 병역법이 합헌인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과거에는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나?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문제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병역법 88조에 관한 위헌제청 심판을 한 바 있다.

두 사건에 대해 헌재는 모두 당시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2004년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는 (...)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의 헌재 판결은 남북대치 상황과 형평성의 문제를 좀 더 전면에 내세웠다.

"(병역법 88조가) 추구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고, (...)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점을 고려해 볼 때 (...)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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