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장관: 여성운동이 '한국의 민주주의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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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가부 장관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페미니즘, 여혐, 남혐 등이 연일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정현백(65) 여성가족부 장관을 BBC 코리아가 만났다.

1970~1980년대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에 몸담은 그는 최근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인 '혜화역 시위'에 다녀와 논란에 휘말렸다.

공교롭게도 시위가 있던 7월 7일은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공식 일정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참석한 것이지만, 시위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성격을 띠었기 때문에 비난이 거셌다.

그는 "혜화역 시위에서 중요한 건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말하러 왔다는 것이다"며 "여성과 남성의 대결로 가는 방식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가 몸담았던 1970~1980년대 여성 운동은 농민 여성, 빈민 여성의 생존권을 위한 엘리트 여성이 주도한 성격이었지만, 최근 운동은 당사자가 일상에서 겪는 부당함을 해결하고자 거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차이라며 그와 여가부는 "이런 것이 (해결)돼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에 대한 의지는 대단히 높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적인 지체가 있다"며 원인으로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가부장적인 문화가 스며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가부가 꼭 있어야 하냐는 일각의 회의적 의견에는 "여가부가 없다면 성평등이 국정의 핵심 가치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 문제를 성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랑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는 효과 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문재인 정권의 페미니즘에 대한 공감대, 저출산과 1인 가구 등 변화하는 가족 형태 등을 물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7월 7일 혜화역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6만명(경찰 추산 1만8천명)이 참여했다

Q. 혜화역 시위 관련 비판에 대한 생각은?

"혜화역 시위 이후에 등장한 비판은 '워마드'나 '메갈리아'에 대한 비판이다. 시위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그런 말을 했을 수는 있는데 전체의 목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혜화역 시위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말하러 왔다는 것이라고 본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로 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성 성차별은 남성과 같이 함께 가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말 걸기를 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1970~1980년대 직접 몸담았던 여성운동과 오늘날 여성운동을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

"1970~1980년대에는 여성의 생존권 운동이었다. 농민 여성, 빈민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 우리가 했던 페미니즘 운동은 사회문제가 해결되어야 여성 문제도 같이 해결된다는 시각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 2004년에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고 2005년에 호주제가 폐지됐다. 세계적으로 보면 페미니즘이 하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여성 문제는 상당히 해결됐구나 했는데, 결정적인 촉발제가 된 것이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최근의 운동이 가지는 특성은 여성 안전에서 출발했지만 대중적인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 당사자가 일상에서 겪는 부당함을 해결하고자 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저와 여성가족부는 바로 이런 것이 되어야지 한국의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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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불법촬영 현장 점검하는 정 장관

Q. 한국의 페미니즘이 해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운동에 있어 유럽과 우리의 차이는 우리가 굉장히 활발하다. 서구 국가들은 여성운동이 침체되어 있고, 급진적 페미니즘적으로 가면서 후퇴해 버렸다. 혜화역 시위에서 그들 추산 6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동력을 가진 것이다.

사실 영국이나 독일 같은 경우 여성운동은 다 체제에 편입되어 버렸다. 국가가 대거하면서 사회복지체제에 편입된 것이다. 여성운동의 동력이나 유형을 따지면 한국의 여성운동은 국제사회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이상적인 여성인권운동 방향이란?

"이 운동이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과 불안을 얘기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 그다음 단계는 성평등이 우리 국정의 핵심적인 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북과 남이 서로 경제협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 경제협력을 하는 것이 북한의 남성과 남한의 남성, 북한의 여성 남한의 여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들어가는 게 '성주류화'다.

'성주류화'라는 것은 우리의 모든 정책에 성평등의 기조가 함께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과정으로 갈 수 있도록 이 인권운동의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한다. 이 새로운 영페미니스틀과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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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세계여성의 날 시위

Q.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성주류화'는 얼마나 이뤄졌다고 보나?

"페미니즘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과 페미니즘에 대한 공감대는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애 요인은 우리 사회에 스며 들어 있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은 정부가 시도하는 성평등 정책이나 제도가 현실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적인 지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도가 현실로 전환하는 데는 사회구성원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사회 곳곳에 스며 들어 있어서 그것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지난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Q. 개인적으로 겪었던 차별로 인한 상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가정에서는 차별을 받지 않고 2남 2녀 중 한 명으로 컸는데, 대학에서 받은 '먼지 차별'을 받았다. 선생님들이 여자 제자에 대해서는 기대를 전혀 안 하더라. 대학원을 진학할 때 남자들은 다 떨어지고 여학생만 둘이 합격을 했다. 선생님들이 한숨 푹푹 쉬고 술 마셨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먼지 차별이었지만 큰 상처였다.

친구들 중에서 유능한데도 여자이기 때문에 강사로 힘겹게 살면서 상처받은 친구들을 많이 봤다. 제일 큰 상처는 여성 제자들이 실력이 있는 데도 저희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밀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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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독일유학시절 정현백 장관

Q. 여성가족부 최우선 과제로 저출산을 꼽았다. 진전이 있다고 보나?

"저출산의 관점이 변화했다. 이번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발표를 보면 출산을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절대 해결이 안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단기적으로 출산율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녀 양육하기 좋은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고는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생활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 직장에서 6시에 퇴근할 수 있어야 하고, 눈치 안 보고 1년에 주어진 휴가를 다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Q. 제도는 쏟아져 나오지만 현실과 제도는 괴리가 크다. 어떻게 보나?

"여성이 많고 육아휴직을 써도 우리 회사의 생산성이 굉장히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노력을 해야 할 거 같다.

OECD조사나 맥킨지 보고서를 보면 여성 직원이 많고 특히 여성 임원이 많은 경우 생산성이 높다는 조사들이 나온다. 근데 그걸 받아드리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기획재정부와 논의해서 인센티브를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제도가 불러온 차별도 있다. 공공기관과 다르게 민간기관에서는 육아휴직 등을 쓰기가 쉽지 않다.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나?

"공공 부분과 민간 부분 격차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는 민간 부분에 개입할 수는 없다. 우리가 쓰는 정책을 공공 부분에서 먼저 시행하고 민간 부분이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게 하는 방법으로 하고 있다.

공공 부분 말고 민간 부분의 경우, 여성 임원 2.7%뿐이 안 된다. 굉장히 낮은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서 빨리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 같다. 주 52시간만 해도 남성도 여성도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Q. 비혼, 1인 가구 등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부로서 당황스러운 것은 가족이 변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이다. 유럽 같은 경우에는 수십 년 사이에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는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2003년에서 2013년 사이 한부모 가족이 3.2배로 늘었다. 1인 가구가 28%이고 1인 가구 절반이 여성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혼 출산율은 낮다는 것이다. 1.9%인데 저출산을 극복한 스페인이나 프랑스는 57%다. 태어난 아이 57%가 결혼하지 않은 파트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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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여가부 폐지 시위

Q. 여가부가 꼭 있어야 하냐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보다도 훨씬 성평등이 발전한 독일 같은 나라도 여전히 여성부가 있다. 아까 얘기한 성주류화 되지 않으면 여성은 평등해질 수 없다. 그리고 여가부가 없으면 성주류화 되지 못한다. 성평등이 국정의 핵심 가치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동 문제나 성폭력 문제를 다룰 때 성평등 관점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문제 해결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60년대, 70년대 '빈곤의 여성화'라는 명제가 있다. 미국에 빈곤 정책을 아무리 펼쳐도 효과가 없어서 성별 분석을 해서 정책으로 해봤더니 빈곤이 빠른 속도로 극복되더라는 것이다.

여가부가 없어지면 정책을 펼치겠지만 거기에 성평등 관점이 들어갈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효과도 높이고 교육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그냥 교육과 성평등 관점이 들어간 초, 중, 고에서의 교육은 굉장히 다르다. 실제로 정책의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도 완성을 시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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