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구직난' 겪던 일본은 왜 이제 '구인난'을 겪고 있을까

일본 취업 박람회 현장
이미지 캡션 도쿄 취업 박람회 현장

"우리 기업에 한번 지원해보십시오, 여기 홍보물을 받아가세요."

지난 6월 23일 도쿄에서 열린 대규모 취업박람회 현장. 기업 부스 관계자들이 취업준비생들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며 팸플릿을 건넸다.

자신들의 회사가 얼마나 건실한 회사인지 알리면서 지원해 보라며 독려하는 것. 이 곳을 찾은 7,000여명의 취업 준비생들 중에는 일본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 중국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나 호주 등에서 온 취업준비생들도 일본기업에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2008년 48만6398명이던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16년 108만3769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잃어버린 20년' 이후 경제를 회복하고 다시 호황을 맞은 일본 사회의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상희 씨는 "여기도 대기업은 쉽진 않지만, 한국처럼 취업 시장이 바늘구멍 정도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한 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다른 기업 문도 두드려보고 있는 조화정 씨 역시 "(일본에서) 여러 기업이 열려 있으니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취업난 한국 VS구인난 일본

지난 5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평균 1.5이며 기업과 인구가 밀집된 도쿄의 경우 2.0에 이른다.

구직자 1명 당 기업 2개로, 일본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일본 청년실업률은 4.7%로 문부과학성은 대졸 예정자들의 취업내정률은 약 75% 정도라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정반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집계하는 유효구인배율은 올 3월 0.6을 기록했다. 일자리 수가 구직자 수 절반에 가깝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5월 청년실업률은 1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만 15세에서 29세 사이 인구를 대상으로 측정한다.

우리나라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는 23%이며, 사실상 5명 중 1명의 청년이 실업상태다.

이미지 캡션 도쿄 취업 박람회 현장

'잃어버린 20년' 일본, 고용시장 변화 이유는

일본 고용 상황이 좋아진 것은 경제회복세가 한 몫을 했다.

도쿄대 경제학과 가와구치 다이지 교수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20년 넘게 경제 침체를 겪었지만 2010년 들어선 경제가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평가는 다양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공격적인 경제 활성 투자 확대 정책 등이 현 일본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엔저 중심 정책으로 세계적으로 일본 상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

수익이 늘면서 기업들도 채용을 늘렸다.

실제로 도요타 같은 일본 대기업 역시 채용 인원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고, 일본 제조업 고용자 수도 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인구 구조 변화도 일본 고용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은퇴하고, 저출산으로 일본 사회 청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됐다.

일본의 고용시장 회복 시기는 제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 (1947~1949년생)가 65세의 정년을 맞아 은퇴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고령화 사회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 20년간 1000만명 넘게 감소했다.

일본 IT 기업 도전하는 한국 취준생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일본 취업설명회 찾은 한국 청년 구직자들

젊은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일본이 구인난을 겪는 영역 역시 젊은 세대가 포진해있는 계열이 많다.

IT 업계가 대표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국(K-move) 도쿄 센터 황환선 소장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취업되는 자리 절반 정도는 IT 계열이다.

황 소장은 "일본은 핀테크, 빅데이터, 정보보안 투자가 많은데, 이쪽 관련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보니 여기 관련 외국 인재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이과출신이 아닌 한국 구직자들이 1년 정도 IT 관련 지식을 쌓고 일본 취업시장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취업 교육 및 알선을 담당하고 있는 코세아의 채종환 원장은 "IT 비전공 학생, 문과생들이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엔지니어 지식과 일본어를 습득하고 일본 취업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소기업에서 IT 일을 하고 있는 이주향씨는 한국에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이 씨는 한국에서 이력서를 70~80개를 썼지만 면접까지 가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8개월 정도 개발 언어 배우고, 프로그램을 실습한 후 일본 취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과거 일본 '청년 프리터족'의 현재는?

이미지 캡션 BBC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쿄대 경제학과 가와구치 다이지 교수

그렇다면 현재 일본에서 나오는 일자리의 질은 어떠할까.

도쿄대 가와구치 다이지 교수는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는 청년층 일자리가 모두 정규직인 것은 아니지만 상황은 개선되고 있으며, 직업 안정성도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지난 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안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작업 환경 역시 바꾸려는 '일하는 방식' 개혁 법제화도 추진 중이다.

과거 일본 '청년 프리터족'의 현재

한국 청년실업 문제는 과거 일본 모습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일본도 2010년 이전까지는 많은 이들이 취업절벽에 좌절해야했다. 초장기 불황과 거품경제 붕괴를 경험하면서 나온 사회 단면 중의 하나가 바로 '프리터'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 합성어인 프리터는 1980년대 말 일본에서 나온 말로 자유롭게 살지만 아르바이트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프리터 족 인구는 일본 불황 시절 급속도로 늘어났다. 2003년에는 15세~34세 청년 프리터가 10명 중 2명인 217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 역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이런 프리터족이 증가하고 있다.

가와구치 교수는 "일본 청년실업이 극심하던 시기에 나왔던 프리터들은 여전히 정규직 등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40대인 이들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경험이나 커리어를 전에 쌓지 못했기에 여전히 채용 시장에서는 소외됐다"며 한국 역시 프리터족이 계속 늘어난다면, 앞으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