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사건: 미국이 총기 규제 못하는 5가지 이유

지역 경찰관 에디 존슨은 기자들에 온 도시가 지쳤다고 말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지역 경찰관 에디 존슨은 기자들에 온 도시가 지쳤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지난 주말부터 월요일 사이 동시다발적 총격 사건으로 인해 6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경찰은 이들 중 적어도 10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사건이 지역 갱단과 연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 경찰관 에디 존슨은 기자들에 온 도시가 지쳤다고 말했다.

"이제는 지겨워요. 이 도시의 모든 이들이 총기 사건에 지쳤어요."

"지역 사회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최근 몇 년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총기사고가 신문 지면을 장식할 때마다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신원 조사를 강화하고, 고용량 탄창과 군용 돌격소총의 금지를 지지한다는 무수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관심은 적어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왜 그랬던 걸까?

그 다섯 가지 이유를 알아봤다.

전미총기협회(N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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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NRA의 패션쇼에서 한 여성이 모형 총기와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미국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익단체다. 정치인을 로비하는 데 많은 돈을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5백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숫자도 중요한 요인이다.

NRA는 대부분의 총기 규제에 반대하며 연방 및 주 차원에서 기존의 총기 소유 규제를 철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RA는지난 2016년 한해 정치인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과 로비에 4백만 달러(한화 약 45억 원)를 썼으며 정치활동에 5천만 달러(한화 약 571억 원) 이상을 썼다.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는 3천만 달러(한화 약 342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NRA의 연간 예산은 대략 2억5천만 달러(한화 약 2854억 원)로 교육 사업, 총기 시설, 회원 행사, 후원, 법률 활동 등에 사용된다.

NRA의 힘은 단지 숫자에만 있지 않다. 워싱턴에서 NRA는 거물 정치인을 만들 수도, 그리고 무너뜨릴 수도 있는 정치세력이란 명성을 구축했다.

자신들이 가진 표심으로 정치인들을 줄 세우고 자신들의 재정적, 조직적 자원을 지지자를 지원하고 반대자를 격파하는 데 사용한다.

한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은 2013년 뉴욕타임즈에 이렇게 말했다. "NRA에 가서 '제가 현직에 있는 동안 NRA에 반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죠."

변할 수 있을까?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최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같은 부유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조직력이 높아지면서 NRA의 정치력에 대응하려 한다. 그렇지만 총기 옹호 단체들이 입법 부문이나 선거에서 계속 이길 경우 총기 옹호 단체는 여전히 미국 정치계의 왕으로 군림할 것이다.


게리맨더링

대부분의 연방 총기 규제 법안은 시작도 되기 전에 하원에서 가로막히곤 했다. 공화당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하원을 장악하고 있다.

2016년 6월, 민주당원들로 이루어진 한 단체가 두 개의 총기 규제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한 공화당 하원 지도부의 결정에 항의하며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 하원은 총기 소지권을 지지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실제로 득표하는 수보다 의회에서 공화당 의석이 많은 편인 이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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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하원의원들이 "상식적인 총기 규제를 위한 행동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원 선거구는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안전한' 의석이 더 많다. 선거구 구획 방식이 대부분 공화당의 주도하는 주에서 만든 법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원 선거구에서 정치인들은 예비선거 유권자들에게 더 민감하다. 공화당 예비선거에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외면하는 것보다 이들 예비선거 유권자들을 배반했을 때의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예비선거 유권자들은 총기소지권 등과 관련된 뜨거운 쟁점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인구구성 또한 하원의 총기 옹호 분위기에 한몫한다. 총기 소지자가 많은 시골 지역 선거구는 도시의 선거구보다 숫자가 많다. 도시 지역에서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정치인들이 다수라도 하원 전체의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변할 수 있을까? 대도시의 진보 성향 시민들이 갑자기 전원생활을 추구하며 시골로 몰려가지 않는 이상 인구구성이 크게 변할 리 없다. 과도하게 정파적인 게리맨더링을 타개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대통령 임기 이후 자신의 정치적 목표로 삼았다. 연방 대법원은 공화당에 유리한 위스콘신 선거구에 대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에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다.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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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상원 또한 도시와 시골의 분단이 주 차원에서 벌어진다. 뉴욕, 메사추세츠, 캘리포니아같이 대도시 유권자들이 지배적인 주의 수는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한 시골 및 남부 주보다 적다.

상원의 규정 또한 더욱 엄격한 총기 규제를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른바 '필리버스터' 때문에 대부분 주요 법안은 100명의 상원의원 중 단순히 51명의 과반수가 아닌 60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2013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 이후 총기를 구입할 때 신원조회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법안이 상원에서 양당의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NRA의 결연한 로비 이후 법안은 단 56명의 투표를 얻었다. 필리버스터를 깨는 데 4표가 부족했다.

이는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이었다.

변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없애는 걸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자신의 주요 의제들을 실행하는 데 장애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상원의원은 필리버스터 관련 규칙을 바꾸는 데 반대한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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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8년 미국 대법원 앞의 시위모습

하원이 새로운 총기 규제보다는 기존의 규제를 철폐하는 데 관심을 보인 반면, 좌파 성향의 상원은 총기 규제 조치를 도입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왔다.

2012년에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 이후 21개의 주에서 새로운 총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네티컷, 메릴랜드, 뉴욕주에서는 소총의 구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런 법안 중 몇몇은 미국의 사법체계라는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근래 대법원은 권총과 같은 개인용 무기의 소지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두 차례 판결했다.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총기 규제 운동가들은 이 조항의 서두를 가리키며 이 조항은 "잘 규율된" 민병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8년 대법원은 논란 끝에 수정헌법 2조가 전반적인 총기 소지의 권리 근거를 제공하며, 개인용 무기를 소지하는 데 까다로운 등록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때부터 하급법원은 주 차원에서 내려진 소총의 금지나 등록조건, 총기 휴대 규제 조치에 이의제기를 고려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후 새로운 사건을 검토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변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은 자신이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하는 권리를 넓게 해석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급법원의 공석들을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법관들로 채우고 있다. 사법부가 총기 문제에 관해서 우파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열의의 차이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총기 규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아마도 열의의 차이일 것이다. 반대는 늘 거세지만, 지지는 새로운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는 높아졌다가 곧 사그라들기를 반복한다.

NRA와 총기 옹호파 정치인들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 입법을 질질 끄는 것이다.

총기 옹호파 정치인들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기도를 하고, 침묵의 시간을 갖거나 조기를 걸기도 한다. 그렇게 규제 입법의 노력은 조용히 미뤄지고 결국 수포가 된다.

지난 2일 백악관 대변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기자들에게 "정치적 논쟁을 위한 때와 장소도 있겠지만 지금은 한 나라로 뭉쳐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푸에르토리코를 향해 떠나면서 "총기 법안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차차 얘기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이란 영화 카사블랑카의 노래 제목처럼 '늘 같은 핑계'일 뿐이다.

변할 수 있을까? 2016년 대선 당시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기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였다.

이는 당시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사건의 영향일 수 있고, 총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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