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과학: 영양실조의 흉터를 치료하는 박테리아

현재 전세계 5세 미만 어린이 2억 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현재 전세계 5세 미만 어린이 2억 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영양실조는 모두에게 끔찍한 질환이지만 특히 어린이들에게 흉터를 남긴다.

영양실조를 겪은 어린이는 고열량, 고단백 식품를 섭취해 치료를 받더라도 인지기능 및 지능지수(IQ) 저하, 충동 조절 장애, 신체적 성장 저해와 같은 후유증과 다시 싸워야 한다.

후유증은 영양실조를 겪은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는데에도 어려움을 준다.

학업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고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현재 전세계의 5세 미만 어린이 2억 명이 영양실조 앓고 있다.

이들을 도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박테리아'로 영양 결핍 완치?

최근 건강한 박테리아 혹은 미생물을 주입해 영양실조를 완치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워싱턴주립대 게놈 과학 및 시스템 생물학 센터 책임자 제프리 고든과 연구진은 최근 장내 박테리아를 활용한 영양 결핍 후유증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는 박테리아와 인간의 숭고한 혼합체입니다."

제프리 고든은 미생물이 또 하나의 '장기'와도 비슷하다며 영양실조로 생기는 후유증이 이 박테리아의 부재 혹은 손상과 연관되어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박테리아를 주입하는 것으로 장내 불균형을 바로 잡는 방법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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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박테리아와 영양실조에 관한 연구의 시초는 남아공 출신 의사 PM 심떼의 1958년 렌셋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이끄는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말라위와 방글라데시에서 연구를 진행한 이들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테리아와 영양실조 연구의 시초는 남아공 출신 의사 PM 심떼의 1958년 렌셋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심떼는 장내 박테리아가 우리의 건강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부는 영양소를 합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른 일부는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가정을 토대로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실조증이 있는 아이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실조증은 단백질이 모자라 생기는 영양실조로, 증상으로 부종, 저혈압증, 빈혈증, 피부의 색소변화 등이 있다.

또 혈관 외부에 있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물이 빠져나가 복부로 몰리면서 배가 볼록 튀어나오기도 한다.

심떼는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실조증을 겪는 아이들의 장내 박테리아가 건강한 아이들의 장내 박테리아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위장에 살 법한 여러 종의 박테리아를 대장에서 발견했는데, 그는 이가 체중 감소로 인해 장내 박테리아가 불균형하게 서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최근 베일러 의과 대학의 제프리 프레디스 소아과 의사는 연구에서 밝혀진 불균형이 "심각한 영양 부족에 임상적으로 기여했을 수 있다"며 심떼의 가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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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조나단 스완 교수는 영양실조가 아이들 몸의 자연적 방어기제를 손상해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떼는 그의 연구를 증명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해로운 박테리아의 확산을 막아주는 항생제와 건강한 박테리아를 생성하는 프로바이오틱 요구르트를 동시에 투약했다.

아이들은 평균보다 빠르게 회복하여 박테리아와 건강 사이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당시 심떼는 이 치료법을 완벽히 입증하지 못했다.

이후 이 치료법을 재현하려는 시도들이 각각 다른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심떼가 연구를 진행했던 1950년대의 기술적 한계도 장애물이었다.

어느 박테리아가 연구에 쓰일 수 있는지 하나씩 모두 배양해가며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레디스는 현재는 과정이 훨씬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연구를 위해 박테리아를 키울 필요가 없어요. DNA를 채취해 시퀀싱하는 것만으로 연구에 쓰일 박테리아가 무엇인지 알 수 있거든요."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장내 박테리아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한결 쉬워진 연구 방법 덕에 박테리아 연구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젖산균, 비피도박테리움과 같은 '좋은' 박테리아는 염증을 줄여주고 장 내벽을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이들은 또 탄수화물과 단백질 분해에도 도움을 준다.

또 결정적으로 성장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의 생산 그리고 흡수를 돕는다.

우리 뇌가 신체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박테리아는 건강한 신경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장내 박테리아가 이질, 리스테리아, 살모넬라와 같은 균들로부터 우리를 구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박테리아가 견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내에서는 병원균이 틈새를 찾기가 힘들다.

또 박테리아는 때때로 면역 체계를 흉내내 해로운 균과 맞서 싸우기도 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조나단 스완 교수는 영양실조가 아이들 몸의 자연적 방어기제를 손상해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은 병원균이 많은 환경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균 노출은 잦은데 그에 대응할 능력은 떨어지는 상황은 아이들을 지속적인 감염으로 이끌어 설사, 만성 장염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병은 다시 장을 손상하고 기능을 훼손시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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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들이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그것을 분해할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실조증을 연구하는 엑스-마르세유 대학 디디에 라울 교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음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소화할 능력도 없는 것을 지적했다.

이제 박테리아가 영양실조의 장기적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해졌다.

고든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정확히 박테리아가 어떤 방식으로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직접 증거를 밝혀내는 일이다.

고든의 연구는 대부분 방글라데시와 말라위에서 이뤄졌다. 그는 지역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원을 오가며 연구에 도움을 준 가족과 환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현지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신뢰 그리고 헌신은 대단했습니다. 그들이 의료 기관에 가지는 신뢰는 정말 뛰어나고 고무적입니다."

고든이 진행했던 연구 중 하나는 급성 영양실조를 겪는 어린이들의 월별 대변 표본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연구진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샘플 내에서 DNA를 시퀀싱 한 후 건강에 도움을 주는 24종의 핵심 박테리아를 파악했고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서 이 박테리아가 얼마나 발견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건강한 어린이의 장 내에서 이 박테리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영양실조 아동의 장내에서는 박테리아의 전반적인 다양성이 부족하고 각 단계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생산하고 흡수할 능력이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결정적으로 보통 쓰이는 영양실조 치료제가 영양 불균형을 회복시키지 못했다.

"아이들은 '박테리아 장기'에 문제가 계속 쌓이는 대로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고든은 영양실조의 장기적인 후유증을 증명하기 위해 극도로 멸균된 상태에서 자라 자신의 고유 박테리아가 전혀 없는 실험용 쥐들에게 어린이들의 박테리아를 이식했다.

그 결과 영양 부족 아동의 박테리아를 이식받은 실험용 쥐는 발육이 더뎠다.

고든과 연구진은 인간과 보다 가까운 돼지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고든의 연구는 이미 과학계에서 광범위한 찬사를 받고 있다.

고든은 올해 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호르몬 인슐린 구조를 해독한 도로시 호드킨 등이 수여한 왕립학회 코플리 메달을 수여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프레디스는 아동의 신체가 영양실조로 인해 겪게 되는 악순환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고든은 이미 영양실조과 박테리아 사이에 큰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영양실조를 겪은 아이가 너무 늦기 전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잠재적 치료법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고든과 연구진은 그 연구의 일부로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지역 사회와 협업해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용 식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은 지역 사회의 어머니들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가정하고 이유식부터 검토했다.

"저희는 어떤 음식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혜안을 여러 세대를 거친 어머니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도서관을 검색하듯이 음식을 뒤져보면서 영양실조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박테리아를 제공하는 저렴하고 유용한 식품 목록을 정리하는 거죠."

연구진은 목록을 수집하고 이들 중 새로운 치료 식품 개발에 도움이 될 음식들을 추려냈다.

그리고 단기간 실험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든은 최근 논문을 저널에 제출하고 지난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신경과학협회에서 초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발견이 저널에 기고되기 전에 동료 과학자들의 엄격한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든은 검토가 끝날 때까지 세부 사항을 너무 많이 공개하지는 못한다고 밝히면서도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지난 수천 년간 인체를 공부해왔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의 일부로 살아온 박테리아와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야 시작됐다.

우리는 이제 겨우 이들의 중요성과 이들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고든의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증명된다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수 억 명의 고통을 덜어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건 여정의 시작일 뿐입니다." 고든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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