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폭염: 인민복 벗은 김정은

지난 8일, 로동신문은 인민복 재킷을 벗은 김정은 뒤로 리설주가 그의 재킷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Image copyright 로동신문
이미지 캡션 지난 8일, 로동신문은 인민복 재킷을 벗은 김정은 위원장 모습을 보도했다. 부인 리설주가 김 위원장 뒤에서 그의 재킷을 들고 있다

한반도에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복 상의를 벗은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속 김 위원장을 제외한 관계자들은 인민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금산포 젓갈 가공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은 노동신문 첫 두 면을 가득 채웠다.

이는 현재 동아시아를 비롯해 북한 전역을 덮친 폭염 피해와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식량 공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Image copyright 조선중앙통신
이미지 캡션 금산포 젓갈 가공 공장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내외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시찰에서 회색 상의와 밀짚모자,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인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북한 정권 수립자이자 할아버지 김일성이 선호했던 '마오쩌둥 스타일 재킷'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의 차림이다.

지난 주 북한의 기온이 37.9도까지 치솟으면서 김 위원장은 회색 인민복을 벗고 흰색 셔츠를 입었다.

김 위원장은 기존보다 편한 복장으로 몸을 식혔지만, 고위 군 장교, 공장 관계자들은 인민복 차림으로 더위에 지쳐 보였다.

부인 리설주는 팔에 김 위원장의 재킷을 들고 그를 보좌했다.

Image copyright 조선중앙통신
이미지 캡션 김 위원장이 현장 관계자들과 삼천 메기양식장에서 메기를 보고 있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지난주 초 메기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동일한 옷을 입고 있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젓갈가공 공장과 같은 날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김 위원장은 장교들과 메기가 튀긴 물을 맞은 뒤, 홀로 재킷을 벗었다.

김 위원장은 실용적인 맞춤복을 입지만 북한 내 근로자들은 비날론(Vinalon)으로 만든 옷을 입는다.

화공학자 리승기가 개발한 북한 고유의 합성섬유로 북한에 풍부한 석탄, 석회암 등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다.

최근에는 비날론 옷을 거의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신년 연설에서 공장 비날론 생산을 늘리자고 조언한 바 있다.

북한 체제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한 이 소재의 직물 유통이 다시 많아질 수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비날론은 고기망에 사용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음식 수확량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북한이 식량원을 다양화하려는 행보로도 풀이될 수 있다. 북한 내 식량 수급은 이미 어려운 상황이다.

Image copyright 조선중앙통신
이미지 캡션 김정은이 지난 2014년 윤활유 공장을 시찰하던 당시 모습

일주일 내 두 차례 있었던 양어장 시찰은 북한이 겪고 있는 폭염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한 가뭄으로, 지난해 농업 수확량에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인구 70%가 식량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된 적도 있다.

그래서 북한 정부는 연일 어류나 버섯과 같은 대안을 홍보하고 나섰다. 식량 자급자족은 북한 체제 선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삼척 메기 양어장 시찰 당시 탱크에 메기가 가득 담긴 사진을 보도하며 메기가 지난 해 보다 10배 증산됐다고 말했다.

북한 내 식량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기에 김 위원장은 이 양어장에 올해에도 "실패 없이" 업을 수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Image copyright 조선중앙통신
이미지 캡션 삼천 메기양식장 시찰 중인 김정은

엄격한 통제하에서 북한 매체는 당이 승인한 내용만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자급자족을 촉진하는 군 우선주의 정책 보도하며, 김씨 일가가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북한 뉴스 보도를 통해 감춰져 있던 메시지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시찰 현장 보도를 통해 '의도치 않게'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탄도 미사일 두대가 자세히 알려진 일이 있었다.

지난달 일련의 시찰 때도 김 위원장은 수력 발전소가 17년간 미완성인 상황을 추궁하며 현지 간부들에게 화를 냈다. 이는 부정부패에 연관된 이들에게 문책이 곧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런 배경에서 김정은이 옷을 벗은 일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