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도 '정신 질환' 겪지만 아파도 치료 어려워

의사였던 소피 스푸너는 정신 건강 문제로 힘들어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질까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이미지 캡션 의사였던 소피 스푸너는 정신 건강 문제로 힘들어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질까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환자들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면 된다. 그러나 의사에게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면, 도움의 손길이 충분히 있을까.

영국에서는 이런 의사 중 일부는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주치의로 일하고 있던 소피 스푸너(당시 26세)는 소아과 병동에 일하던 도중 공황 발작 증세를 보였다.

24시간 후, 소피는 자살했다.

의사인 소피의 어머니 로렐 스푸너는 딸의 자살이 과거 싸워왔던 우울증의 결과라고 믿고 있다.

소피는 이전에 양극성 장애, 즉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로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딸은 의사라는 상황 속에서 정신 건강 문제를 이해해줄 만한 정신 상담 치료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움 줄 의사를 찾을 수 있었다면, 제대로 된 약을 먹었다면 딸은 아마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놀라울 정도로 고위험군에 속해"

영국 통계청 추산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에서는 430명의 의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영국 국민의료 보험 NHS의 실무자 건강프로그램(PHP)은 기밀 프로그램으로, 의사 정신 건강 문제 관련해서 다양한 평가, 치료, 사례 관리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의사 클라라 제라다 박사는 "의사들의 정신질환 사례를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성 의사들의 경우,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 4배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10년간, 5천 명의 의사들이 PHP프로그램을 거쳤는데 3명 중 2명이 여성 의사였다.

평균 연령은 51.6세에서 38.9세로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그러나 런던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만 자문을 구할 수 있다.

다른 의사들은 이 프로그램 자체 접근이 가능하긴 하지만 현지 임상 위탁 그룹(CCG)을 통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

앞서 소피 스푸너는 죽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만약 정신 건강문제가 노출돼 동료들이 알게 되면 병원으로 보내질까 두렵다'고 썼다.

그는 또 런던이 아닌 곳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비밀리에 PHP 에 접근하기가 불가했던 점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출했다.

'마지막 금기'

제라다 박사는 비밀을 유지해주지 않는 상황이 큰 장벽이라며, NHS가 지원이 필요한 모든 의사들에게 런던 내 의사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의사들도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는 것이 '마지막 넘어야 할 금기'라고 했다"

이미지 캡션 루이스 프리먼은 정신 문제를 겪으면서도, 일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응급의료 분야 컨설턴트 루이스 프리먼은 우울증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느낀 순간, 직장을 떠났다고 했다.

루이스는 "겉으로 봤을 땐, '의사들은 누굴 찾아가야 할지 아니까 건강 관리를 잘 받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은 의료진들이야말로 어딘가로 다가가길 어려워하는 집단이다. 기밀 유지가 상당히 우려스러울 수 있다"며 의사들도 실직에 대한 걱정으로, 앞으로 나가길 두려워한다고 언급했다.

루이스는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서 정말 필사적이었다. 그 부분으로 망설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제라다 박사에 따르면, 대중에게서 컴플레인을 받게되면 의사는 자아가 흔들리는 영향을 받기도 한다.

소피 스푸너는 컴플레인을 받고 2달 후 자살했다.

9개월 전엔 마취과 의사 리차드 하딩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총회에서 심각한 컴플레인이 제기된 이후였다.

그에겐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과정은 5개월이 넘게 걸렸다.

이미지 캡션 케이트 하딩은 "컴플레인 영향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간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케이트 하딩은 이로 인해 남편에게는 수년 동안 없었던 우울증 증세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케이트는 "5개월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컴플레인이 보류된 이후에도, 남편은 자신이 결정했던 일에 더 많이 회의감을 갖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케이트는 "그 영향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간다. 남편은 도움을 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

영국 일반의학의원회(GMC) 애나 롤런드 부국장은 정신건강에 중점을 두고, 취약한 의사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과정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롤런드 부국장은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의료계 사람들이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길 바라고 있다"며 "보건 기관들이 이를 중요한 문제로 다루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HS는 성명을 통해 "2017년 의사를 위한 건강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시했다. 국가자금으로 운영되며 이미 1500명이 넘는 의사들이 도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런던 임상위탁 그룹은 직원의 NHS 실무자 건강 프로그램을 의뢰했다"라고도 전했다.

그러나 스푸너 박사는 "우리가 여기서 깨우치지 못한다면, 이런 죽음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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