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술 교류: 북한에서 보내온 IT 논문이 한국 저널에 실리기까지

북한 선전물 Image copyright Eric Lafforgue/Art in All of Us
이미지 캡션 북한 선전물

"클라우드 컴퓨팅"

아직까지 낯설게 다가오는 용어지만 사실 우리 삶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는 기술이다.

대용량 파일을 첨부해 메일을 보낸다든지, 스카이프(Skype) 회의 중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공유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다.

하지만 느린 속도가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 해결방안이 의외의 곳에서 제시됐다. 북한이다.

북한 학자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한국 IT 학회의 영문 저널에 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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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 학자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문

논문의 저자는 북한 김일성 종합대학의 리일남 교수와 최성일 희천공업대학 교수 등 6명이다. 제 1저자는 최 교수로, 한국 IT 학회 측과 이메일 서신을 통해 논문 게재 노력을 이끌었다.

"(북한 논문이라는 것이) 상상이 안 갔다"고 논문 심사를 한 고려대학교 컴퓨터융합소프트웨어학과 조민호 교수는 당시를 회상했다. "북한 측이 논문을 투고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북한 학자의 논문이 한국 저널에 실린 것은 최초다. "고려대학교 북한대학원에 문의를 해봤는데, IT분야에서뿐 아니라 인문과학, 사회과학, 예술 분야에서까지 통틀어 전무하다고 했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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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아이패드로 북한 뉴스를 시청하는 한 남성

"설마했다"

Q. 처음에 연락이 어떻게 왔나?

4월 3일 논문 투고 사이트를 통해 북한 측이 접수했다. 처음에는 설마 했다. 북한 논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포맷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진짜 북한 논문인지 확인도 해야 했고 해서 4월 5일 불합격 메일을 보냈다. 3일 후, 북측이 지적한 부분을 수정해서 보냈다.

Q. 피드백에 대한 북측 반응은?

굉장히 성실하게 대응했다. 회신도 신속했고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아무래도 해외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포맷에 있어서 수정 요청을 좀 했다.

Q. 이후에는 어떤 내용으로 교류했나?

총 10번 정도 메일이 오갔다. 논문의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었다. 통상적으로 일반 논문 접수 경우 이렇게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지는 않는다. 총 4명이 해당 논문을 심사했다. 모두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이다.

용어에서는 큰 혼선 없어

Q. 학술적인 가치를 설명해달라.

클라우드 컴퓨팅은 미래 가치가 높은 신개념 서비스지만 속도가 느리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북한 학자들이 이 부분을 연구했다는 것은 그들이 최신의 학문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Q. 교류하며 용어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혹시 혼선이 있을까봐 괄호로 다른 표현을 쓰며 확실히 하려 했다. 예를 들어 '검토'를 북측은 '검사'라고 하더라. 괄호 안에 영어로 'checking'이라고 썼다. 또 '논의'를 '상론'이라는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부분에서는 영문 저널이어서 그런지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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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의 컴퓨터 수업

이 시점에 왜?

Q. 북한이 왜 논문 투고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사실 필요가 없었다. 우선 논문 자체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도 왜 투고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측이 한 말 중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라는 말을 했다. '힘을 협력하면 민족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일인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Q. 논문 게재 후 연락은 없었나?

논문이 게재된 PDF 파일을 보내줬다. 그리고 학술 교류를 해보고 싶다는 회신이 왔다. 향후 학술 교류 부분에 대해서 (북측) 관계 기관과 협의를 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Q. 학술 교류 얼마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학자 간의 의견 일치만으로는 안 된다. 조직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회신이) 언제 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학술 교류는 UN 제재 대상이 아니다. 통일부에 얘기는 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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