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사태: 정시 확대, 수시 부작용 해결할까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심은 정시 확대'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심은 정시 확대'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최근 들어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높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다.

수시전형 비중이 높은 현 대입 제도하에서 불거져 나오는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숙명여고 사태는 이 목소리에 기름을 부은 대표 사례다.

이 학교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에 있는 두 딸을 위해 내신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과열된 수시 경쟁이 이런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시 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능 중심으로 입시가 회귀하면 교실 붕괴를 유발하고, 암기식 교육으로 돌아간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연, 정시 확대가 수시 부작용을 잠재울 수 있을까?

수시VS. 정시

수시는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수능 외에도 각종 활동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다양한 전형요소로 학생들을 선발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줄세우기'식 수능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막는다는 비판도 수시 도입에 영향을 끼쳤다.

수시는 내신, 비교과 등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기본 인적사항과 성적, 특별활동, 출결상황, 행동특성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기록부로 담임 교사가 작성한다.

수시 도입 초기 단계에는 비중이 약 10퍼센트에 불과해 기존 대입 전형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대입은 수능과 내신 위주였다

그 이후 수시 비율은 서서히 증가하여 노무현 정부 당시는 약 입학정원의 절반 가량을 수시로 뽑았다.

수시 확대 기조는 계속 유지돼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쳐 지금의 80퍼센트 비율로 늘어났다.

그만큼 학교 내신을 비롯해 각종 수상, 활동 경력과 학생을 평가하는 '학생기록부'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이런 수시 중심 시스템 하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공교육 회복'이다.

수시가 확대되던 시절, 교육계 큰 화두는 바로 '교실 붕괴'였다.

내신의 비중이 매우 낮아 수능만 잘봐도 명문대에 갈 수 있었기에 학생들은 학교보다는 학원 수업에 집중했다. 수시 비율이 확대되면서 교실 붕괴 문제는 가라앉았다.

그러나 학생부 중심의 수시제도에는 늘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고교별로 비교과 프로그램이 다르고, 교사별로 학생부 기재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험지 유출, 학교생활기록부 위조, 이화여대 정유라 입시 비리 등의 문제도 논란이 됐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의 당사자인 정유라

학생들 역시 고등학교 3년 내내 극심한 내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비판이 있다.

서울 한 자사고 영어 교사 정현정 씨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내신 때문에 불이익 본다고 느끼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적 지상주의

그러나 무엇보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시대, 틀에 맞춰진 문제로 능력을 평가하는 수능 중심은 과거로의 회귀라는 주장도 있다.

울산 한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한정화 씨는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는 이 시점에서 예전처럼 줄 세우기를 통해 대학에 가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정시 비율을 늘려도 수시가 가진 폐단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수시확대 목소리가 나오던 배경이 결국 지금 정시 확대 비판 지점과 동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도 논술 중심 입시제도가 소위 '있는 집' 자식에게 유리하다는 논란이 컸었다.

수능에 맞춰진 사교육이 강남, 수도권, 부유층에게 기회를 더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수시가 중심이 된 지금 역시 금수저 논란은 가시질 않는다.

학생부 기록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학생뿐 아니라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과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는 부모의 경제력과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단 한번의 시험으로 대학입시의 성패가 갈리는 부분도 결국 학생들을 입시 압박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비판점이다.

동국대 교육학과 조상식 교수는 "진학을 위해선 어떤 방법도 가능하다는 나쁜 관행들이 있다"며 "대중들은 학력고사 이전 담론과 기준을 가지고 공정성 측면에서 수능이 맞다고 하는데 그것도 꼭 정답은 아니다"라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