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평양행: 삼성은 과거에 어떤 대북 사업을 했을까?

18일 오전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용기에 탑승해 생각에 잠겨 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18일 오전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용기에 탑승해 생각에 잠겨 있다

평양에서 18~20일 열리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을 위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북한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재계 총수는 평양에 2박 3일간 머물 예정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재계 총수들이 평양에 갔다. 하지만 그들의 이번 평양 방문은 그때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이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2월 초 항고심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전문경영인인 윤종용 전 부회장이 동행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아닌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는 방안이 거론됐던 이유다.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한 이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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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북한을 삼성의 '뒷마당(backyard)'으로 만들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북한이 경제를 개방할 경우 베트남과 같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외국 회사라고 덧붙였다.

재계 총수의 평양행이 논란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 제재다.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방문이 과연 구체적인 사업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올바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서울 DDP 프레스센터에서 오전과 오후에 열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게도 비슷한 질문이 잇따랐다. 이에 윤영찬 수석은 "대북제재로 인한 경협의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멀리 보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다면 경제인들의 역할이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영역보다는 미래가능성에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무부 대변인 관계자는 15일 재계 총수의 평양 방문에 대해 미국의 소리(VOA)에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 분야 제품(sectoral goods)'을 비롯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강조했다.

적자 산업

삼성그룹은 1995년 대북 경제협력 기회를 선점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북한이 나진·선봉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했고, 주요 경영진이 이 지역을 둘러봤다. 다양한 사업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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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진·선봉지역 자유무역지대

이후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더불어 북한 평양에 소재한 '대동강 애국천연색 텔레비전 수상기 공장'에서 TV를 생산했다. 당시는 평면 TV가 아닌 브라운관 TV였다.

TV 부품을 서해 해로로 운송해 평양까지 공급하고, 평양 공장에서 조립한 후 다시 배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20인치 TV는 당시 한국에서 21만 원에 팔렸다.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형식이었고 당연히 적자사업이었다. 물량은 연간 2~3만 대 규모로 국내 TV 시장이 당시 250만대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적은 물량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상징성에 의미를 뒀다. 삼성이 기증한 컬러 TV가 'ATAE-SAMSUNG' 로고와 함께 민간 기업 브랜드 최초로 북한의 공공장소에 설치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협력이 있었다.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중국 베이징에 '남북 소프트웨어공동개발센터'를 설립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함께 한 바 있다.

전자나 정보통신 이외의 분야에서는 제일모직이 코트, 점퍼, 스웨터, 스키복 등 200여 품목을 북한에서 생산해 들여온 사업이 있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삼성의 대북 투자는 2010년 공식 철수했다.

애니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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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에 출연한 이효리와 조명애

북한에서 활동한 전직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비밀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64)씨의 수기를 토대로 언론인 김당 씨가 서술한 '공작'을 보면, 삼성이 대북 광고사업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박채서씨는 삼성이 광고사업에 적극적이었다고 했고 이건희 회장이 직접 참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 및 개발에도 현대에게 넘어가기 전에 삼성이 참여하려고 했다고 했다.

금강산과 더불어 원산에는 삼성전자 부품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남포와 평양으로 사업장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구상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1998년 '이대성 파일' 공개로 박채서씨의 신분이 드러나면서 진행될 수 없게 되었고, 물밑에서 대북사업을 진행해 온 현대그룹이 '소떼방북' 이벤트를 하고 금강산 관광 및 개발을 하게 된다.

북한과 손전화

2010년 이후 삼성의 대북사업은 거의 없었고, 지금 이 시점에도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눈여겨 볼 것은 북한의 휴대폰(북한은 '손전화') 사용자가 580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IT전문 매체 샘모바일은 북한에서 한국산 제품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북한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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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이 우수할 뿐 아니라 한국어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중국산보다 훨씬 인기가 있다"며 북한 주민들은 로고를 지우거나 위조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북한의 휴대전화를 분해해 봤더니 내장 메모리 칩이 삼성 것이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국 산업은행 김영희 선임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만약 삼성이 들어가서 휴대폰 부품공장을 하나 만든다고 하면 북한에게는 굉장하다"며 "대기업도 북한에 진출할 수 있다, 비핵화하면 북한 경제의 미래는 밝다, 그런 당근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북제재가 해제, 완화되면 이런 대기업들도 북한에 진출할 용의가 있다, 그러니 너희가 이런 용단만 내리면 성장할 수 있다, 희망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중국에서 대북사업을 해온 전규상 길림천우건설그룹 회장은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중국 한상 CEO 포럼에서 연합뉴스 등에 "북한에서 유엔 제재가 풀린 뒤 어떤 식으로 경제 개발을 할지 어느 정도 계획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 기업은 당장 평양에 들어가지 못하고 원산이나 금강산 등 동해안 쪽 투자가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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