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환영 현수막의 북한 서체가 낯설지 않은 이유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는 인파 속 현수막 Image copyright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 캡션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는 인파 속 현수막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는 인파 속에 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파란 배경에 흰 글씨로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었다.

수평으로 또박또박 써나간 글씨체가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줬다. 한국의 궁서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더 감정이 실린 듯한 느낌이다.

이후 평양사진공동취재단이 보내온 평양 시내 사진에서도 곳곳에서 비슷한 글꼴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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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양 시내

북한의 글씨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북한에서 가장 폭넓게 쓰이는 글꼴은 옥류체로 알려진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로동신문' 제호가 바로 이 폰트로 쓰인다.

정사각형 획에 굵은 글씨체인 천리마체도 북한에서 자주 쓰이는 글씨체다. 1950~60년대 북한의 경제적 도약을 이끌었던 천리마운동에서 이름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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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양 시내

광명체도 자주 사용되는 글꼴이다. 가로획이 가늘고 세로획이 굵은 모습이고, 이름은 김정일을 신격화하려고 만든 '백두광명성전설'에서 따왔다.

청봉체는 그야말로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한글을 배울 때처럼 또박또박 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의 글꼴이다.

'청봉'은 김일성이 1930년대 일제시대 때 항일빨치산 운동을 했던 백두산 동남부에 있는 혁명성지다. 즉 김일성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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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양 시내

한국에 있는 탈북자 중 어린 시절 청봉체를 배워 선전표어를 쓰는 일을 했던 탈북자도 있다.

'통일 너를 만나면 심쿵'이라는 책의 공동저자 차고은 씨로, 책의 저자 소개란에는 차 씨를 "국내 유일 북한 청봉체 전수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캘리그라피 1급 자격증을 획득한 데 이어 서예대전에서 최우수작품상, 신인작가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고 책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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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평화의 집에 남긴 방명록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평화의 집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방명록을 보면 김 위원장 특유의 글꼴을 볼 수 있다.

각도 상으로 우상향으로 쓰는 특징을 보였는데 일각에서는 아버지 김정일의 서체인 일명 '백두산 서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북한 내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태양 서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 서체'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숙의 '해발 서체' 가 소위 '백두산 3대 장군의 명필체'로 여겨진다고 알려진다.

김일성의 '태양 서체'는 백두산으로부터 판문점, 동해지구 금강산으로부터 서해지구 묘향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새겨져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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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청와대에 남긴 방명록. 한때 포털사이트 뉴스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의 컴퓨터 글꼴은 수백여 종이 있고, 윈도 운영체제와 북한의 워드프로세서인 '창덕'과 '내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국 버라이어티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 폰트가 자막에 사용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당시 이 보도는 한국 인터넷 P2P 사이트를 통해서도 북한 폰트를 내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3년에는 한 집회의 플래카드에 북한 글꼴인 ‘광명납작체’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SNS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종북 세력이 내려받아 제작한 것이 아니냐며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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