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태국 불법체류자 급증... 그들이 말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삶

BBC는 최근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불법 체류자 두 명을 어렵게 만나봤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BBC는 최근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불법 체류자 두 명을 어렵게 만나봤다

"그래도 한국에서 벌어가면 돈이 되니까요. 저같이 젊은 여성이 일할 곳도 많고요. 태국에선 우리 같은 불법체류자들을 '작은 유령'이라고 부른다던데, 계속 한국에서 '작은 유령'으로 살지, 아니면 태국으로 돌아갈지 아직 고민 입니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관광객은 49만 8천여 명. 이 가운데 13%인 6만 5천여 명은 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1981년 한국 정부와 태국 정부가 맺은 비자 면제 협정으로 양국 국민들은 서로의 나라에 아무런 제약 없이 90일 동안 머물 수 있다.

여권만 있으면 입국할 수 있다 보니 이를 이용해 일단 한국에 입국해 취업한 후 불법 체류 하는 태국인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BBC는 최근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불법 체류자 두 명을 어렵게 만나봤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2018년 9월 24일 BBC 코리아 방송 - 태국 불법체류자 급증

두 달 전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여성 케드(26)는,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먹고 살길이 막막해 한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4살 난 아들을 두고 외도를 했어요. 저와 가장 친한 친구와 말이죠. 용서가 안 돼 갈라섰고요, 친정으로 들어갔죠. 그런데 친정엄마가 먼저 제안하더라고요. 아들을 키워줄 테니 한국에서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요.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어 망설였지만, 확실히 한국에서 벌어오면 돈이 되긴 하거든요. 한국은 태국과도 가깝고, 또 저같이 젊은 여성이 일할 곳이 많다 보니, 아들을 위해 한국행을 택하게 됐습니다."

이미지 캡션 두 달 전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여성 케드(26)는, 현재 태국 마사지시술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어, 한국 입국엔 비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일단 관광객으로 입국해 불법 체류자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사실 비행기 표만 끊으면 한국에 올 수 있잖아요. 특히 미리 직업소개소와 연계하면, 비행기표도 지원받을 수 있고요. 그래도 막상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어찌나 떨리던지, 출입국 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했을 때 정말 기뻤죠. 그날 저 말고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온 다른 태국 여성도 두 명이나 더 있었는데요, 어떤 이유인지 그 여성들의 입국은 거부됐죠. 전 지금 태국 마사지시술소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월급 150만 원에 식비는 매주 2만 원씩 따로 나와요. 큰돈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태국에선 우리같은 불법체류자들을 '작은 유령'이라고 부른다던데, 계속 한국에서 작은 유령으로 살지 아니면 태국으로 돌아갈지, 아직 고민 입니다."

이미지 캡션 2014년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남성 통투(40)는 지금까지 일곱 군데에서 일했다고 호소했다

2014년 한국에 입국해 불법 체류자로 사는 남성 통투(40)는 한국 생활이 녹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처음엔 양계장에서 일했죠. 매달 백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는데 2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80만 원을 태국 가족에게 송금했습니다. 양계장 일은 정말 고됐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경쟁이 어찌나 치열한지, 몇 달 뒤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했죠. 돼지 농가, 막노동, 세어보니 지금까지 일곱 군데에서 일했네요.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는 한국행을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며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건 흔하다고 말했다.

"처음 양계장에서 일하기로 했을 땐 월급이 140만 원이라고 들었어요. 한 달 뒤 월급이 나왔는데 딱 백만 원이더라고요. 나머지 40만 원에 대해 따지니 양계장에서 일할 때 입는 옷값 명목으로 제외한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일단은 벌어야 하니 어쩌겠습니까. 한국에서 만난 태국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도 있어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태국 여성이었는데요, 하루 일당 7만 원짜리 막노동을 소개해줘 며칠 다녔는데 닷새까진 꼬박꼬박 주더라고요. 그런데 이후 열흘에 대한 일당은 받지 못하고 쫓겨 났죠. 한국 생활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난민 복서, 이흑산 스토리 / 최정민 BBC 코리아

최근 한국 정부는 연일 증가하는 태국인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서 태국과 맺어온 비자 면제 협정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법무부는 관광을 위장해 불법으로 취업하는 태국인의 수가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으며 비자 면제 중단 검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태국 내에서도 한국 내 불법 체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고 또 태국과 외교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한국 외교부의 반대에 따라 비자 면제 중단 검토는 현재 보류된 상황이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