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문화: 핀란드에서 '대화' 없이 살아가는 법

핀란드에선 타인의 침묵을 존중한다 Image copyright Rolf Adlercreutz/Alamy

헬싱키를 처음 방문했을 때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한나를 알게 됐다.

그땐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서 누군가 내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 때문에 알게 된 한나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그날 저녁까지 종교, 정치, 성생활,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눴다.

1년 후 나는 한나의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로 참석하기 위해 다시 헬싱키를 방문했다.

지금도 우리가 얼마나 빨리 친해졌는지를 돌이켜보면 놀랍다.

한나에게 어떻게 우리가 빨리 친해질 수 있었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다.

"로라, 핀란드인들은 소소한 얘기를 즐기지 않아."

하지만, 한나가 말하지 않은 것은 핀란드인은 소소한 얘기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얘기가 아니며 굳이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 사이도 대화가 많지 않다. 바리스타와는 커피 이름밖에 나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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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핀란드 속담에 '침묵은 금이고, 말하는 건 은이다'라는 말이 있다

핀란드에선 길에서 낯선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서로 대화를 피하고자 정류장 그늘이 아닌, 그늘 밖에서 기다리는 밈(meme)이 유행할 정도다.

핀란드에 여행을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아마 그곳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은 당신일 것이다.

전국에 2백만 개의 사우나가 있는 핀란드에선 서로의 맨살을 드러내며 친해지는 경우는 흔하지만, 옷을 갖춰 입고서 쉽게 친해지는 일은 드물다.

핀란드인은 대화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고,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인 동료 혹은 친구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핀란드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던 티나 라트발라는 학생들에게 일상적인 대화란 무엇인지 개념을 설명해야 했다고 한다.

"처음 누군가 만났을 때 상황을 연습했어요."

"카페 혹은 버스 안에서 누군가 만났을 때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는 거죠."

"화이트보드에 대화해도 괜찮은 주제를 적어놓았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요."

"안전한 주제를 찾으라고 주문했는데 대부분 어려워했어요."

올해 18살의 알리나 제프리모프는 TV나 영화를 통해 영어권 문화를 접했지만, 여전히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

"기본적인 대화에 관한 거였어요."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죠. 누군가 '오늘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좋아요. 당신은요?'라고 답해요."

"또 '어머니는 잘 지내세요?' 하면 '당신 어머님은 잘 지내세요?'라고 답하죠.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했지만, 정답과 오답이 있다는 식이어서 아주 이상했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개방적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그는 "지하철에서 책을 떨어뜨리고 혼자 웃는 것처럼 특이한 상황을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침묵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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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핀란드 사우나 문화는 개인을 드러내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핀란드 침묵의 문화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라트발라는 핀란드어의 복잡성과 도시 간의 먼 거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헬싱키 대학에서 유럽 역사를 가르치는 로라 콜베 교수는 문화 상대주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있는 국가들이 핀란드를 특이하게 바라볼 뿐, 핀란드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핀란드인들이 정숙함이나 일상적 대화의 부재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가까운 이웃 국가의 사람들이 핀란드를 보고 침묵의 문화가 있다고 퍼트리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스웨덴과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핀란드에 왔을 때 의아해한 거죠. 핀란드인들이 그들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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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핀란드에선 토론할 주제가 아니라면 대화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인들은 왜 침묵하나?

외국어를 못해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핀란드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으며, 6~7세에 영어 수업을 시작한다.

오울루 대학 (University of Oulu)의 안나 바타넨 연구원은 핀란드인들 사이에선 침묵을 통해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의 구조 혹은 특징보다는 사람들이 언어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거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How are you?)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별 생각 없이 인사말 정도로 생각하지만, 핀란드어를 평생 쓰고 살아온 사람은 진짜 대답을 기대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순간 실제 삶이 어떠하고 무엇이 새롭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에요."

'핀란드 악몽'의 저자 캐롤리나 코르호넨은 또 일상적인 대화가 다른 사람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저는 핀란드 사람들이 개인 공간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해요."

"잘 모르면 불편하게 하지 말자는 것이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거나,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걸 원치 않을 수 있으니까요. 둘 다 열린 마음이라는 확신이 들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예의를 지키고 거리를 유지하죠."

그러나 다른 이들을 피하는 성향이 개인 차원이 아닌 핀란드 문화 일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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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핀란드인들은 침묵도 대화의 연장으로 생각한다

핀란드 출신의 포뮬러원(Formula One) 드라이버 키미 라이코넨은 과묵함이 그의 상징으로 통한다.

만화에서 핀란드인은 말이 없는 모습으로 희화되고, 중국에선 말이 없는 10대들에게 "핀란드인의 영혼"을 가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2년을 거주했던 주시 살로넨은, 핀란드인도 미국인과 같은 '개방적 사고'를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콜릿 회사 구디오(Goodio)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는 "핀란드에 돌아와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아무도 말을 안 시켜서 기분이 상할 뻔했어요," 라고 한다.

"'뭐 드릴까요?'가 끝이었어요."

"'어떻게 그 말밖에 안 할 수 있지? 더 묻지 않을 건가?'라고 하다가도 '아, 여긴 내 고향이지. 여기서는 이렇게 했었지'라고 깨달았죠."

"하지만 약간의 의사소통이나 잡담이 해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핀란드가 지금처럼 다른 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동시에 적절한 일상적 대화 역시 거리낌 없는 나라가 된다면 이상적일 것 같다.

하지만 핀란드는 지금도 아주 흥미롭다.

거리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는 곳이지만, 혹시나 운이 좋아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나처럼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By 로라 스트다루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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