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에 대해 알아야 할 4가지

선고를 기다리는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오승헌 씨 Image copyright News1
이미지 캡션 선고를 기다리는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오승헌 씨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선고하며 이뤄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무엇인지, 왜 논란인지, 대체 복무자는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얼마나 복무하게 될지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1. 양심적 병역거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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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결과에 서로를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병역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전투행위, 다시 말해 무기를 쥐는 것을 거부하는 '집총 거부'도 있다.

거부 이유는 신앙하는 종교의 교리,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대표적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로 알려졌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한국전쟁 이전부터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의 상당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이번에 헌재가 선고할 예정인 사건 중 하나도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로 인해 제청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도 더 다양한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2001년 불교 신자이자 평화주의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 씨가 대표적이다. 2002년에는 반전주의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나동혁 씨가 구속 후 실형을 선고받았다.

2. 한국에서 유독 논란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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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1년 헌법재판소는 남북대치 상황을 현행 병역법이 합헌인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주요 논쟁거리다.

남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하므로, 많은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형평성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대체복무제에 대한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오래전부터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여러 차례 결의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권으로 인정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07년 9월 한국 정부는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2008년 말 대체 복무를 반대하는 의견이 68%가 나온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이를 보류했다.

3. 대체복무 기간 논란에 해답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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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이번 판결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병역거부자의 무죄 취지가 드러나며 가장 큰 논란이었던 대체복무제의 '징벌적' 성격에 대한 해답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 기간 논란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판시한 이후 본격화됐다.

먼저 인권단체는 대체 복무 기간이 현역 기간보다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복무기간 등이 일반적인 현역 복무에 비해 길거나 위험해서는 안되며 현역의 경우보다 1.5배 이상 길 경우에는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역 형평성 문제에 민감한 상당수는 대체복무자가 현역 복무자의 1.5배에서 2배가량을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국회 국방위원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또한 이와 같았다.

중앙일보가 지난 7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총 17명 중 16명 대상 실시)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7명의 의원이 현역 복무기간의 2배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작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역시 국제앰네스티의 '8대 인권의제'에 대한 답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한편,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간을 병역 복무에 비해 길게 설정하는 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 3개가 계류 중이다.

전해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개안은 복무기간을 1.5배로 규정하는 반면 이철희 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안은 복무기간을 2배로 규정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운동을 해왔던 한 변호사는 결국 국방부가 어떤 법안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임재성 변호사는 BBC 코리아에 "(헌재 판결이 나왔으니) 국방부가 정부입법안을 곧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복무 심의위원회 구성, 기구 설치, (대체복무제) 희망자 신청 등 여러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서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국방부가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재 복무기간을 3년 정도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대체복무의 적합 여부 심사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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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논산 육군훈련소의 훈련병

복무 기간 못지않게 대체복무제 신설 과정에서 적합 여부를 심사하고 운용하는 부서를 어디에 두느냐도 관건이다.

중앙일보 여론 조사에서 대부분의 국방위원이 주관 부서가 국방부(병무청)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인권단체 측은 심사와 운용 모두 군에서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또한 국방부 산하에서는 대체복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호와의 증인 교단 측은 지난 7월까지 대체복무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여호와의 증인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의 양심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교단에서 어떤 대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BBC 코리아에 밝혔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 교단 측은 대체복무에 대한 국제 기준을 웹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대체복무 제도는 군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이들의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 사안이 복무 기간보다도 첨예한 대립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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