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북한 내 성폭력 만연...문 대통령 북한에 인권 문제 거론해야'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성폭력에 대한 기존 조사 중 제일 광범위한 조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성폭력에 대한 기존 조사 중 제일 광범위한 조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일 북한 내 성폭력 실상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비핵화 협상을 인권 문제와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HRW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2011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54명의 탈북민과 북한에서 관리로 일했던 8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해 "이유 없이 밤에 눈물이 나요: 북한의 성폭력 실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대부분의 피해 여성들은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혀서 구금 시설에 수감됐거나,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가해자들은 구금 시설의 감시원과 심문관, 보안원과 보위성 요원, 혹은 당의 고위 관리와 같은 남성 권력자들이었다.

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에서 성폭력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대응하지 않으며, 널리 용인되는 비밀"이라면서 "북한 여성들도 어떤 식으로든 사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있다면 '미투'라고 말하겠지만 김정은 독재정권 하에서는 그들의 목소리가 침묵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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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

'우리는 남자들 손에 달렸다'

HRW에 따르면 박영희(40대)는 탈북을 시도했다가 2010년 중국에서 강제북송되었다. 북송 후 보위부에 구금되었다가 보안성 관할 구류장으로 이송됐다. 그 과정에서 당시 구류장의 심문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내 목숨이 그 사람의 손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었다"며 "북한에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불법이 될 수 있는데, 그 말인즉슨 모든 것이 나를 조사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라고 HRW에 말했다. 박 씨는 2011년에 탈북에 성공했다.

구금 시설의 여성 못지않게 장마당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가 작업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많은 기혼 여성이 장사를 시작했고, 이들은 곧 가족의 생계부양자가 됐다.

북한의 계획경제 하에서 장사는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사하는 여성들은 관리와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만연하고, "뇌물"이란 성행위를 포함한다고 HRW는 말한다.

HRW가 인터뷰한 2014년에 탈북한 오정희(40대)는 혜산시의 장마당에서 옷을 팔았고 양강도 지역에서 직물을 유통했다.

그는 "여러 번 피해를 봤다. 장마당 단속원이나 보안원들은 자기들이 내키는 대로 장마당 밖에 어디 빈방이나 다른 곳으로 따라오라고 한다"며 "우리[여자들]는 남자들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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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탈북자 웹툰작가 최성국 씨가 그린 장마당 모습. 장사꾼이 "비사호주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지를 보안원이 조사하고 있다

'북한에는 왜 미투가 없을까'

HRW는 보고서를 위해 인터뷰한 성폭력 피해자 중 단 한 명만이 자신이 당한 피해를 신고하고자 시도했다고 말했다.

신고하지 않은 여성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혹은 보안원을 신뢰하지 않고 또 보안원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탈북민 출신의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도 "최근에 미투라는 것을 접했다. 이것을 보며 북한에는 왜 미투가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며 "북한은 권력층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권력층에 의해 모든 것이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곳에 여성들은 미투라고 소리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은 북한 내에서 성폭행당하고, 성추행당하고, 강간을 당하는 여성들이 이것이 성폭행을 당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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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군대와 장마당에서 생활했던 탈북민 출신의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도 목격한 성폭력에 대해 증언했다

'비핵화와 인권문제 따로 갈 수 없다'

HRW은 이 보고서가 아마 북한의 성폭력에 대한 기존 조사 중 제일 광범위한 조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왜 '성폭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로스 사무총장은 3가지 이유를 들었다.

  •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매우 심각한 학대라는 점
  • 다른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북한 사람들은 종종 "얼굴 없는 집단(faceless mass)"으로 인식되는데, 이들의 이런 곤경을 짚어줌으로써 이들을 일종의 "의인화"할 수 있다는 점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의지가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이는 고칠 수 있는 문제다. 수년이 걸리는 어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폭력은) 북한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고칠 수 있다"고 로스 사무총장은 말했다. 이어 그는 보고서는 "북한 정권을 위태롭게 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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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4월 남북정상회담 모습

뉴욕 연방 검사 출신인 로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에게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 문제 역시 제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북한과 먼저 비핵화에 대해 얘기한 후 나중에 인권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매우 근시안적이다"라며 "(이런 대화는) 김정은의 조건에만 맞춘 대화이고 마치 북한 정부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것 같이 대하는 것이다. 마치 북한이 걸으며 동시에 껌을 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정부들은 두 가지 안건에 대해 협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며, "인권변호사 출신이지만 거절했다. 인권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에 일차원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는 더 포괄적인 접근보다 성공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또 "인권 문제는 기다릴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순진하고 근시안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HRW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구체적으로 요청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은 BBC 코리아에 HRW 아시아 부국장인 필 로버슨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청한 적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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