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세상에서 가장 죄송스러운 섬? 사과를 멈추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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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오--스' (不好意思; 죄송합니다).우리는 이 한 문장만으로 대만이 얼마나 정중함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나쁜 의미, 나쁜 느낌 등으로 직역되는 4개의 문자 '부하오이쓰'는 죄책감을 표현할 때부터 사랑 고백에 어려움을 겪을 때, 혹은 단순히 예의를 차릴 때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뉴욕 시립대학 브루클린 칼리지의 치아주 창 교수는 대만인이 '부하오이스'를 입에 항상 달고 산다고 말한다.

"대만에는 공손한 문화가 있기에 부하오이스를 항상 사용해요. 무언가 하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거나 부탁을 할 때도 사용하고 심지어 그냥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도 사용하죠."

대만인들이 부하오이스를 말할 때면 빠르고 흘리듯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익숙지 않다면 알아듣기 힘들 수도 있다.

대만 국립대 중국어 오유 양 교수는 이 '부하오이스'를 '실례합니다(Excuse Me)' 와 같은 서구 문화적 표현으로 번역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서구 문화의 '미안하다'라는 개념이 부하오이스에 내재한 사회적 의미와 표현의 무게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부하오이쓰는 대만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느낌, 감각, 행동, 규범을 포괄하는 행동 강령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 예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지하철을 타면 승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지나칠 정도로 자주 '부하오이스'를 외치는 상황이 펼쳐진다.

또 교실에 들어가면 토론을 하면서도 이 말로 질문을 시작하고 끝내는 학생들이 보인다. 이메일을 열면 첫 문장이 '부하오이스'인 경우가 많다.

약간의 호의만 베풀어도 "약간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뜻으로, 사촌에게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고 이 문장을 말하는 대만 국민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대우에 익숙지 않은 외지인들은 대만이 '세상에서 가장 죄송스러운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하오이스는 그보다 대만 국민들의 겸손함과 수줍음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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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범 대학 사회언어학 킨 후안 리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세대를 이어온 유교적 가르침이 오늘날 대만의 극단적인 사과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문장의 정확한 어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우선시하는 유교적 개념의 산물이라는 것.

대만 내부 도덕성의 기준은 개인보다 사회를 우선시하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회적 결속력과 화합만은 유지해야 한다는 유교적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부하오이스 문화 일부는 일본의 '스미마센' 문화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리 교수는 부하오이스 문화가 문제나 대립이 지나치게 커지는 상황을 방지한다고 평했다.

"전통적인 대만 문화는 보통 더 섬세하고 남들을 배려하죠. 남들과의 관계에서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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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간소화는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부하오이스라는 단어는 한편으로는 복종과 지나친 예의 차림이라는 인상을 주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예절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리 교수는 대만에서 누군가에게 사과하는 일이 다른 곳에서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애매한 상황에서도 웬만하면 부하오이스를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부하오이스로 시작하면 상대방도 아마 부하오이스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대만 내 무언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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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교수는 또 대만의 부하오이스 문화가 다른 중국어 문화권과는 다른 고유한 문화라고 설명했다.

같은 중국어권이지만 대만의 거리를 걸을 때와 달리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의 거리에서는 웬만해서는 부하오이스 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전 세계 외국인 주재원 지원단체 인터네이션스(InterNations)가 발표한 지수에 따르면 대만은 세계에서 외국인들에 가장 친절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대만 거주 외국인 약 90%가 대만의 대접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다른 국가들을 방문한 이들은 평균적으로 65%만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또 전 세계 12,500명 이상의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1/3 가량은 대만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도 고려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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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와 격식을 차리니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그 친절함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대만의 항구 도시 가오슝에 사는 25살의 약사 지으루 유는 이러한 문화가 도움보다 해가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허락을 구하고 예를 지키는 행위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인들은 무언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때마다 자신의 부탁이 겸손하게 느껴지도록 부하오이스를 사용해요."

대만에서 '체면치레'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대만 사회 안에서 체면은 사회적 통화로 작용해 친구를 만들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체면'이 없으면 사람들이 신뢰하거나 도와줄 확률은 줄어든다.

반면 친절한 행동으로 호의를 얻어 체면을 지키면 도움을 받을 확률이 늘어난다.

이것이 대만이 갈등을 피하고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양은 이 같은 문화가 얇은 체면을 가진 사람들, 즉 사회적 평판과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남들을 전혀 자극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부정하거나 좋지 않은 장면을 보더라도 일어나 맞서기보다는 있는 자리에 머물며 지켜보는 사람들 말이다.

오유 양 교수는 또 부하오이스가 진정한 사과의 의미로 쓰이기보다는 습관처럼 남용되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형식적인 사과일 수도 있어, 진정한 의미의 후회나 미안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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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부하오이스 문화가 진보가 아닌 퇴보로 오히려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학자도 있다.

대만의 경제적 고립과 이로 인한 불황을 뜻하는 '유령 섬 현상'을 연구하는 밍 추안 대학 정보학과 웬후이 첸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정체성이 '줏대 없는 나라'로 낙인찍힌 것에도 이러한 문화가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랜 기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 일부로 여기고 공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만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수교해왔다.

첸 교수는 이 같은 상황 속에도 대립을 회피하는 대만이 부정적 결말을 만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물론 모두가 대만에 대해 비극적이고 어두운 전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리 교수는 부하오이스 문화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하오이스 문화와 함께 몇 세기에 걸쳐 보존돼 온 전통이 쇠퇴할 것을 우려했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쓰이는 표현과 개념을 보존한다면 사회가 더 예의 바르고 도덕적이며 보존적인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반대에 경우 사회는 무례하고 비도덕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겠죠. 대만의 문화는 도덕성과 조화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유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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