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 LoL 캐릭터가 가상 걸그룹이 되기까지

K/DA Image copyright 라이엇게임즈
이미지 캡션 K/DA

데뷔 4일 만에 조회 수 2천만 돌파.

아마 모든 가수의 꿈일 것이다.

최근 이를 이룬 것은 바로 'K/DA'라는 4인조 아이돌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 걸그룹'이다.

K/DA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 안에서 존재하는 캐릭터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을 LoL의 개발 및 유통사 라이엇 게임즈가 걸그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지난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개막식 무대에서 신곡 'POP/STARS'를 공연했고, 공연 후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공개됐다.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12일 현재 기준 4천7백만 회를 돌파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8일 "'POP/STARS'는 미국 아이튠즈 기준 K-pop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POP차트 기준으로 최고 4위까지 올랐다"라고 밝혔다.

케이팝에서 가상 가수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한국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에서부터 2012년 등장한 최초의 캐릭터 가수 '시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하지만 게임 내 캐릭터로 프로젝트성 걸그룹을 결성하고, 실제 아티스트들이 이들의 노래를 공연한 것은 국내 최초다. 나아가 AR(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현장에 마련된 화면에는 캐릭터가 등장해 일종의 '합동공연'을 했다.

'K/DA'은 어떤 그룹이고 이들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K/DA는 누구인가?

K/DA 멤버는 LoL 게임의 챔피언(캐릭터)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이다.

최근 게임 내에서 출시된 스킨(게임 내 캐릭터의 외형을 바꿔주는 아이템)이 K/DA로, 이 '스킨'을 통해 캐릭터들은 가수로 변신한다.

흥미로운 점은 리드보컬, 리드댄서, 래퍼 등 한국 아이돌 그룹 특유의 멤버구성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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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개막식 무대 중 K/DA 공연

각 멤버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리더이자 리드보컬인 아리는 2013년에 케이팝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고, 다섯 개의 싱글을 발매한 뒤 휴식기를 가졌다고 한다.

또 다른 리드보컬은 이블린이다. 뮤직비디오는 이블린이 슈퍼카 위에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블린의 취미는 '고급차 수집'이라고 한다.

리드 댄서인 카이사는 어릴 적부터 서울, 홍콩, 뉴욕, 케이프타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자랐고, 래퍼 아칼리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무술을 그만두었다는 설정이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POP/STARS'는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 캐릭터들도 게임 내에서 담당 성우 목소리가 있지만 'POP/STARS'를 부른 것은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Madison Beer)', '자이라 번스(Jaira Burns)' 그리고 걸그룹 '(여자) 아이들'의 미연과 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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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왼쪽부터 '자이라 번스(Jaira Burns)', 소연, '매디슨 비어(Madison Beer)', 그리고 미연

라이엇 게임즈 본사 뮤직팀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했다고 말했다. 특히 "메디슨 비어와는 거의 1년 정도 몇 가지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었는데, 그녀의 뛰어난 보컬 능력 등이 이 프로젝트에 정말 제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이라 번스와도 초기 과정부터 함께 했고 '(여자)아이들'의 노래 'LATATA(라타타)'의 엄청난 팬이라서 소연과 미연이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로 확정했을 때 "매우 흥분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은 캐릭터들의 일부 안무 동작도 '모션 캡처'를 통해 구현했다.

미연은 미국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제일 새롭고 좋았던 경험은 모션 캡처였다"라며 "제 안무와 입모양이 아리 캐릭터에 구현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라고 말했다.

소연 역시 "모션 캡처를 하며 아칼리와 같이 느끼려고 했고 행동하려고 했다"며 "뮤직비디오와 AR(증강현실)에서 아칼리의 동작과 표정을 보고 너무 현실적이라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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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K/DA 공연 중 손을 흔드는 매디슨 비어(Madison Beer)

"늙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차우진 스페이스오디티 음악평론가는 이와 같은 시도가 엔터테인먼트에 주는 의미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가상 아이돌)은 늙지도 않는다. 지치지도 않는다. 유지비도 안 든다. 이런저런 기획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산업과 음악산업에게 둘 다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롤유저와 롤문화, 롤커뮤니티가 일종의 트렌드세터로서 전 세계 유저한테 영향을 주고 있다. 아울러 BTS(방탄소년단)를 통해 외국 유저들이 케이팝에 익숙해지는 이 시점에 게임 회사에게는 이런 시도가 의미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아울러 음악산업은 최근 수익구조가 비욘세와 같은 아티스트의 브랜드 영향력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었는데, 브랜드 파워는 오랫동안 정상에서 활동했거나 매우 독특한 컨셉을 가진 케이팝 그룹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롤게임 내의 캐릭터는 이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브랜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차우진 평론가의 해석이다.

K/DA의 'POP/STARS'에 대해서는 "음악이 매우 좋다. 높은 질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자원, 자본이 들어간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해프닝이나 이벤트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과 음악산업이 결합한 좋은 사례이고 어떤 시작점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라이엇 게임즈의 홍보팀 구기향 총괄은 BBC 코리아에 'POP/STARS'를 만드는 데에 든 예산은 공개할 수 없다며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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