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페미니즘부터 노동 착취까지... '힙합 가사의 사회학'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이, 스윙스, 켄드릭 라마, 타블로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이, 스윙스, 켄드릭 라마, 타블로

최근 이수역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수역 근처 한 주점에서 여성과 남성 일행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여성혐오'로 인한 폭력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성적 갈등으로 번져나갔다.

이를 두고 여러 힙합 뮤지션들이 음악으로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주요 검색 포털 검색어 상위를 기록하며 국민적 논쟁의 중심이 됐다.

사회적 이슈

이미 증명되거나 공통으로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실에 기반한 가사가 있는 반면 의견이 갈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제를 다루는 힙합 뮤지션들도 있다.

최근 예 중 대표적인 것은 앞서 언급한 남녀의 쌍방 폭행 사건에서 드러난 '젠더 혐오'를 둘러싼 음악이다.

'젠더' '혐오' '페미니스트'

산이는 지난 16일 유튜브에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는 글과 함께 '페미니스트'(FEMINIST)라는 곡을 공개했다.

그는 직설적인 가사들로 페미니즘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가사로 썼다.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이에 또 다른 래퍼 제리케이는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이라는 곡을 내고 산이의 가사를 반박했다.

'식상한 표현'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 것도 참 딱한 게 그걸 만든 것도 남잔데'

'36.7% 임금 격차 토막 내 그럼 님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돈 반반 내'

이에 평소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해온 래퍼 슬릭 역시 '이퀄리스트'라는 곡을 내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니가 바라는 거 여자도 군대 가기 데이트할 때 더치페이 하기 여자만 앉을 수 있는 지하철 임산부석 없애기 여성전용 주차장 없애기 결혼할 때 돈 반반 내기'

'내가 바라는 것 죽이지 않기 강간하지 않기 폭행하지 않기'

힙합에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삼는 건 낯선 풍경일까?

해외 및 과거 사례들을 통해 힙합이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방식을 살펴봤다.

힙합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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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던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등이 피살당했다.

희망이 사라진 뉴욕 빈민가의 흑인 청년들은 분노와 폭동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 힙합을 꽃피웠다.

가난, 폭력, 인종 차별 등에 시달리던 사회적 약자들은 저항 정신에서 자유, 회복, 변화, 분노 등을 노래했다.

이렇게 다소 폭력적이고 반항적인 태도에서 태동한 힙합은 이후 50년간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여전히 억압과 정치를 다루는 뮤지션도 있지만 사랑과 일상 등을 이야기하는 뮤지션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다양한 주제를 노래하는 뮤지션도 생겨났다.

'의미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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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표적인 예 중 한 명이 미국의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다.

켄드릭은 흑인으로서의 자의식과 그를 비롯한 미국 내 흑인들이 겪어온 삶의 모순을 가사에 담아낸다.

그는 자기 곡 'DNA'에서 "힙합이 인종차별주의보다 젊은 흑인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쳤다"는 폭스 뉴스 출연자의 말을 그대로 음악에 삽입한 뒤 이를 비꼬기도 하며,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대물림되어온 흑인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DNA'가 수록된 그의 앨범 <DAMN>은 올해 4월 언론 예술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되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위원회는 그의 음악이 "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을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언어로 포착해 리드미컬한 활력으로 표현한 명곡 모음"이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한국은 어떨까?

여러 주제를 다루지만 유독 '사회적 현안'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이를 가사에 담는 뮤지션들은 한국에도 있다.

타블로(Tablo): 한 잔의 커피, 출처는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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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타블로

'한 잔의 커피, 그 출처는 빈곤. 종이비행기 혹은 연필을 쥐곤 꿈을 향해 뻗어야 할 작은 손에 커피향 땀이 차. Hand-drip. 고맙다, 꼬마 바리스타.'

'아름다움이 추악함에서 왔다면 아름다움인지. Tell me.'

타블로의 첫 번째 정규 음반 '열꽃'에 수록된 <출처>의 가사다.

그는 평소 우리가 일상 속에 아름답게 생각했던 것들이 추악한 경로를 거쳐서 탄생했다면 여전히 아름다운 것인지 질문한다.

실제로 가사가 쓰일 당시만 해도 커피 무역은 심각한 아동 노동 착취 논란이 있었다.

유엔은 6월 12일을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로 제정하고 커피 농장에서 하루 3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착취당하며 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타블로는 한국 힙합 전문 잡지 '힙합플레이야'와의 인터뷰에서 '추악한 행동들에 나도 참여하는 거고, 나 때문에 생기는 걸 수도 있고 나를 위해서 생기는 걸 수도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적어도 '출처'를 알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가사를 적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윙스(Swings): 정신병을 의지박약으로 보는 사회

스윙스는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힙합 가수 중 한 명이며 힙합 음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강박증, 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겪고 최근에는 정신질환으로 의가사 제대까지 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경험한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털어놓았다.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을 의지박약으로 보고, 의지가 약한 걸 결함으로 인식해요."

"그리고 만약에 그런 결함이 알려지면, 그 사람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죠."

"얼마 전에 가사에도 썼는데, 의사들이 대부분 저를 '장애'가 있다고 판단해요. 한국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강박증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가 강박'장애'로 분류되거든요."

"내가 정말 장애가 있다면 왜 나를 군대로 보낸 거지?"

그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 느낌에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고요."

*정신질환은 정신력, 결함, 약하고 강함 따위와는 무관한 '병' 혹은 '증후군'이다. 세계보건기구 (WHO), 미국 국립의료원 (NIH), 한국 보건복지부 등 많은 기구 및 기관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들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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