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판사: 판사들이 헌정사상 최초로 '판사 탄핵'을 외친 까닭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

전국의 판사 대표들이 소위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해 "탄핵 소추 절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판사들이 같은 판사에 대해 탄핵 소추까지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행위가 징계 절차 외에 탄핵 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갖고 이러한 성명을 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 권한이 있는 국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법관 탄핵소추도 국회가 적극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무슨 일로 '탄핵'까지 나왔나?

'사법농단' 혹은 '사법행정권 남용' 등으로 거론되는 의혹의 핵심은 사법부 고위 관계자가 정권(행정부)에 협력하여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된 후 법원행정처가 자체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사이에 특정 재판들에 대한 의견 교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당시 일부 법관들이 정권이 관심을 두는 특정 사건에 대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정치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혹을 두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말한 것도 그 이유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지연 개입 의혹 등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만약 한다면 누가 탄핵 소추의 대상인가?

전국법관회의는 탄핵 소추를 고려해야 할 판사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의 시민단체들은 당시 법원행정처 고위직에 있던 법관 6명을 탄핵 소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나 GM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 등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했다는 소위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당시 사법부 최고위직은 이미 퇴임해 탄핵 소추의 대상이 될 지위에 있지 않다.

그러나 6명의 법관은 당시 법원행정처를 거쳐 현재도 대법관과 법관으로 재직 중이다.

그밖에도 검찰의 조사에 따라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법관들이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

왜 사법부가 정권에 협력 했나?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는 법원행정처가 당시 상고법원을 새로 만들기 위해 행정부의 협조가 필요했고, 이 때문에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들"을 했다고 밝혔다.

상고법원이란 상고심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원을 말하는데, 현행 체제는 대법원이 모든 3심(상고심) 사건을 처리하고 있어 대법관들의 업무 과중 문제 등이 있다는 지적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상고법원의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도 대법원장이 갖게 되므로 대법원장의 권한은 더 커진다.

이를 의식해 상고법원 신설에 회의적이었던 청와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등을 설득시키기 위해 '현안 자료'가 만들어졌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앞으로 어떻게 될까?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의 권한은 국회에 있다. 재적 의원의 3분의 1 이상(100명)이 발의해 재적 의원의 과반(151명)이 찬성해야 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이 협의하면 재적 의원의 과반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저희 더불어민주당하고 민주평화당 그다음에 정의당 그다음에 개혁적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과반은 되거든요." 박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말했다.

이 의혹들로 법관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 다른 법관들이 법관을 심판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 때문에 공정한 재판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사법농단 사건들이 배당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7곳 중 5곳이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과거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었던 사람이 부장판사로 있는 곳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월 19일 논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시민단체 측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사건의 담당 판사를 배당하는 대신, 판사회의 등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