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딸을 위해 ‘가짜 아빠‘를 고용했다

아버지와 딸 그림 작품

어린 시절 부모가 결별한 메구미(가명). 그 뒤로 아버지는 그의 삶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메구미는 아버지 야마다를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메구미는 그를 아버지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어린 시절 메구미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메구미가 10살쯤 됐을 때, 어머니 아사코(가명)는 딸 태도의 변화를 느꼈다.

아사코는 메구미가 대화를 피하고,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아사코는 "메구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며 "자신이 태어난 뒤 아버지가 떠났다며 자책했다"고 말했다.

사실 메구미는 아버지가 떠났다는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을 뿐 아니라, 그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까지 당했다.

메구미는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했고, 아사코는 담임 교사에게 도움도 청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때 아사코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착하고 자상하고, 이상적인 아버지가 생긴다면 메구미의 기분이 나아질까?"

아사코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서 친인척 역할을 해주는 배우를 고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 에이전시에 연락해 '가짜 아빠'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배우 5명 중 오디션을 거쳐 다카시(가명)를 선택했다.

아사코는 "다카시는 매우 자상하고 착했고, 가장 대화하기 편했다"며 "직감을 따랐다"고 했다.

다카시는 20여 명의 직원과 1000명 이상의 프리랜서 직원을 둔 배우 에이전시 대표였다. 배우들은 다양한 가명과 역할을 맡아가며 거의 모든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이들은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다카시는 대표이자 배우로서, 남자친구와 사업가, 친구, 아버지 역할을 해 왔다. 심지어 결혼식의 '가짜 신랑' 역할도 5번이나 했었다.

다카시는 따뜻한 가족영화인 오스카 수상작 '리틀 미스 선샤인'과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디센던트' 등을 보며 '메구미 아버지' 역할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다카시는 "이런 영화를 공부하고 대사를 외운다"며 "식구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대화하는지, 아버지나 남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주목하고, 이는 가족 내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배우 다카시-아버지 야마다

다카시는 메구미를 위해 어떤 종류의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할지 아사코와 여러 차례 논의했다.

아사코의 요구는 "먼저 메구미에게 지금까지 곁에 없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메구미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메구미에게는 아버지가 재혼해 새 가족을 꾸렸지만, 가족이 다시 보고 싶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또 아버지의 직업이 배우라고 말했다.

처음 메구미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 그를 만나는 데 동의했다. 약 10년 전의 일이다.

그날 다카시는 메구미의 아버지 '야마다'가 됐고, 지난 10년간 가장 긴 배역을 충실히 연기해 왔다.

다카시는 메구미와의 첫 만남에 대해 "매우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며 "나에게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물어본 메구미로부터 억울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다카시는 야마다로서 메구미와 아사코를 한 달에 두 번씩 만났다. 소풍을 가고 영화를 보며, 생일도 함께 보냈다.

아사코는 메구미에게 금방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메구미가 훨씬 더 행복하고 외향적으로 변했다"며 "말하는 걸 즐겼고 생기가 넘쳤다. 학교에도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땐 이 모든 게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사코는 다카시와 함께 학교를 방문한 날을 기억했다. 그는 "우리가 교실 뒤에 서 있었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는 메구미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고 했다.

'배우 다카시'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적지 않았다.

아사코는 다카시가 '메구미 아버지 야마다' 역할을 할 때마다 1만 엔(약 10만 원)을 냈다. 아사코의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를 위해 따로 저축해야 했다.

하지만 딸의 행복한 모습을 생각하면 '돈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카시도 조용하고 망설임으로 가득했던 메구미의 태도에 변화를 느꼈다.

다카시는 "메구미는 천천히 더 행복하고 자신감이 늘었다"며 "처음에는 아사코와 3명이 함께 만났는데, 어느 날 메구미가 '아빠와 단둘이 놀고 싶다'고 말했고, 그날 처음으로 메구미의 손을 잡고 외출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다카시의 '야마다 역'은 어느새 청소년이 된 메구미와 매우 가까워졌다.

그는 가족의 일원이 됐고, 아버지답게 메구미에게 '사랑한다'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을 어떻게 정당화할까?

다카시는 "이 업계에서 인격과 정체성을 바꾸는 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나도 인간이다 보니 그 어린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감정적 갈등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일이라는 걸 계속해서 상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코도 "매우 극단적인 조치라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내 딸을 정말 구조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선택을 해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사코 본인도 다카시가 연기하는 허구적 인물 야마다에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

아사코는 "우리 셋이 함께 있으면 평화로움을 느낀다"며 "함께 대화하고 웃으며 서로 다정하게 대한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한 그와 결혼해서 진짜 가족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코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허구이며, 그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없다는 현실은 잘 알고 있다.

그는 "그에게 내 감정을 말한 적이 있지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일이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며 "돈을 주니까 우리와 함께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상상을 하곤 하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도 나에겐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도움이 된다. 나를 차분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갈수록 거짓도 깊어지고 있음에도 아사코는 다카시와의 계약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

"메구미가 계속 그를 아버지로 생각하는 게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메구미가 결혼하는 날에 결혼식에 그가 첨석하고, 메구미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에도 할아버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최악의 상황은 메구미가 진실을 알아채는 것이다."

진짜 아버지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까?

아사코는 메구미의 진짜 아버지가 돌아오는 시나리오는 생각조차 않는다. 이혼한 뒤로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여 메구미의 진짜 아버지가 어느 날 문을 열고 돌아온다고 해도 메구미는 야마다를 선택할 것이라고 아사코는 확신했다.

야마다는 그가 원했던 대로 '이상적인 아버지' 역할을 해왔고, 이에 따라 메구미와 이상적인 부녀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다카시도 이 거짓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친인척을 '빌려주는' 사업의 가장 큰 이슈"라며 "미래에 메구미가 결혼한다면 남편이 나를 장인으로 볼 테고, 메구미의 자녀는 나를 할아버지로 생각할 것이다. 걸린 것이 갈수록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다카시는 메구미가 사실을 알게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생각해 뒀다. 그의 상상이 다소 낙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메구미가 자신을 그동안 돌봐줬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이라며 이 시나리오가 상상의 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20%의 상상은 메구미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왜 끝까지 거짓말을 하지 지금 와서 사실을 말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메구미의 삶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고마워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과할지 몰라도, 우리의 서비스는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사코도 메구미가 진실을 알게 되는 위험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가짜 아버지를 두고 딸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걸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이었다. 자녀가 고통받는 것을 봤을 때 느끼는 필사적인 감정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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