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우리 함께할 수 있을까?... 실향민의 가상 가족사진이자 이산가족 상봉

카메라 앞에는 분명 나 혼자다. 하지만 사진 속 나는 혼자가 아니다.

70년여 전 6∙25전쟁에서 헤어진 북한의 가족과 함께다.

어머니, 아버지, 형, 누나, 동생의 모습도 기억 속 모습과 많이 다르다. 얼굴엔 깊은 주름이 파였고, 조금 남은 머리칼은 희끗희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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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김홍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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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김홍태 (아버지, 어머니)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변순철 작가의 '나의 가족(Eternal Family)' 전시에는 이런 '이상한 가족사진'이 15여 점 걸려있다.

일종의 실향민의 '가상'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산가족에게 상봉 참여가 로또로 여겨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꿈같은 일이기도 하다.

변순철 작가는 광복 70돌을 맞은 2015년 제일기획, 대한적십자사 등과 협력해 "마지막 소원"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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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변순철 작가의 '나의 가족(Eternal Family)' 전시는 한국 실향민의 사진과 북한 가족의 가상 이미지를 합성해서 만든 가족사진을 전시한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됐다. 먼저 이산가족 중 북쪽 가족 옛 사진을 지닌 실향민들을 찾아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예상보다 극히 적은 수"였다며 20여 명 남짓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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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곽육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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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곽육규 (큰형)

우선 한국 쪽 가족을 작업실로 초대해 흰 배경 앞에 초상을 찍었다.

그리고 함께 작업한 기관 중 하나였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은 북녘 혈육의 현재 얼굴을 구현했다.

주로 범죄자나 실종아동의 몽타주 작성 등에 쓰였던 3D 나이변환 기술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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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이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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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이배근 (아버지)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 양과 피부 두께, 얼굴색 등의 표본 데이터베이스 정보도 활용됐다고 한다.

가족사진엔 손을 잡은 모습도 어깨에 손을 얹은 모습도 보인다. 이는 어떻게 구현했을까?

모델을 기용해 북쪽 가족의 몸 부분을 촬영하는 작업은 별도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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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윤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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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윤병국 (어머니, 셋째형)

윤병국 할아버지가 가져온 빛바랜 흑백 옛 가족사진에는 "1944년 10월 (황해도에서 촬영)"이라고 쓰여있다.

사진 속에서 윤병국 할아버지는 갓난아기이고, 젊은 부모님은 한복을 차려입으셨다.

만약 살아계신다면 100살이 넘었을 어머니, 아버지. 작가가 재현한 가족사진에서 부모님은 곱게 나이 드신 모습이다.

변 작가는 BBC 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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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임화숙 외 세 남동생 (세 언니)

세 언니를 두고 남으로 내려온 임화숙 씨는 언니들과 함께 선 모습으로 재현됐다.

변 작가는 "혈육이나 가족은 어떤 것도 뛰어넘을 수 없다"며 "본능이고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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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유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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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유환조(사촌 형)

변 작가는 작업에 참여한 실향민에게 사진을 소장하도록 나눠줬다.

반응은 다양했지만, 사진 속 북녘 가족의 모습을 진짜 현재의 모습으로 믿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작업실을 못 떠나는 분도 계셨다. 본인 어머님, 아버님이 (사진으로서) 여기 있는데 갈 수가 없다고"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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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의 가족. 권영균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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