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창업: 자본주의 모르던 탈북자들 남한서 창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

22일 '탈북민 창업가 토크 콘서트'에서 연사로 참여한 탈북민 사업가 유진성(왼쪽)씨와 이대성 씨 Image copyright THE BRIDGE
이미지 캡션 22일 '탈북민 창업가 토크 콘서트'에서 연사로 참여한 탈북민 사업가 유진성(왼쪽)씨와 이대성 씨

"자금보다 노하우가 더 필요하다"

현재 건어물 사업을 하는 이대성 씨는 탈북민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냐고 묻자 '돈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10년 전 탈북한 이 씨는 건설 노동자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지난 2016년 건어물 유통업을 시작했다.

초기 자본금 100만 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중국에서 짝태(명태를 넓게 말린 것)를 떼어 한국에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직원 4명을 거느린 사장님이 됐다.

같은 해 한-중 무역회사를 창업한 탈북민 유진성 씨도 "탈북민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회가 경제적 지원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

장마당 세대인 유 씨는 어린 시절 사회주의 속에서도 성장하는 북한의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랐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서 기업가로 서기까지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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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9월 18일 평양의 거리 풍경

창업은 '남한에서 정체성을 찾는 일'

창업에 관심을 두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일과 나눔 재단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80여 명이었던 창업자 수는 최근 1,2년 사이 약 800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한국 내 탈북자의 숫자는 약 3만 1000명 정도. 여기서 절반 정도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보면 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 탈북자 가운데 약 5%~6%는 창업을 한다는 얘기다.

많은 탈북민이 남한 생활에서 취업과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취창업 지원'이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일자리 기회가 적은 현실 때문이다.

탈북민들은 일용직 노동자나 단순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과 경력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취업도 어렵지만, 일해도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간다.

통일부의 '2016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서 탈북민은 월평균 남한 취업자 평균 임금의 67% 수준인 160 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나왔다.

그러나 '직접 경영하고 싶어'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남북하나재단에서 펴낸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16.1%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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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사단법인 더 브릿지 주최로 열린 '탈북민 창업가 토크 콘서트'에 연사로 섰던 이대성 씨와 유진성 씨도 "탈북자들이 돈만 벌려고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 씨의 경우는 창업이 자신에게는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한 사회에서 못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 진짜 적응을 하고 배우려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때 대기업 사업부에서 일하기도 했던 유 씨는 "돈만 벌고 싶지 않아서 창업했다"고 밝혔다.

탈북민 사이에서 '성공했다'는 말을 정도로 대기업에서 월급을 꽤 받으며 일하기도 했지만 마음속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통일이 된 후 고향에 갔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 내가 무엇을 했고,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작은 그릇이라도 만드는 기회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탈북민 사회에서 통상 '창업'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자영업도 포함한다. 세계일보가 NK경제인연합회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탈북민들의 창업 업종은 음식점업, 이·미용, 세탁업 등 '개인서비스업', 화물운송 등 '유통물류업' 순으로 파악됐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창업 이후 사업체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북한 사회에서는 알지 못했던 단계별 부딪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통일과 나눔 재단 자료에 따르면 낮은 정보 접근성이나 문서작업, 사친연산 등 기본역량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그 외, 정서적 갈등도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는 탈북민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는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탈북민 창업가는 남과 북의 분화와 시장을 모두 잘 아는 사람들로, 통일 한국 시대가 열린다면 북한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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