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계: 영아 사망률, 영양실조 비율, 평균 키… 북한 통계, 믿어도 될까?

북한 어린이들이 아동보호시설에서 밥을 먹고 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북한 아동의 발육부진 수치는 개선됐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얼어붙어 있던 빗장은 풀렸지만, 문이 완전히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게 북한에 대한 많은 이들의 시각이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그간 한국 정부는 물론, 많은 나라와 연구기관이 북한 관련 통계 수집에도 애를 먹어 왔다.

북한은 평양에 중앙 통계국을 두고 지방 통계기관이 올려 보내는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놓지만, 매번 '분식(粉飾) 통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아 사망률, 영양실조 비율, 평균 키, 전염병 발생 건수……. 북한을 둘러싼 통계 수치들은 얼마나 믿을 만한 걸까.

한국 정부도 '골치'

한국에선 국가정보원과 통일부가 북한 통계 정보 수집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통계청이 자체 북한통계 담당 인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역할 비중이 크진 않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가 발간하는 북한 통계 105종 가운데 통계청이 출처인 자료는 전체의 4.76%(5종)에 불과했다. 40%는 국가정보원이, 25%는 통일부가 생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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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옥수수 생산량 등 농수산업 분야 통계는 대부분 북한 자체 통계치다

한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통계청의 북한 통계 수치들은 대부분 '추정치'다. 북한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오차 가능성을 고려해 재가공한 것들이다.

자연환경 분야의 경우 인공위성으로 관찰하며 데이터를 추출해 내기 때문에 그나마 상황이 낫다.

국제기구에 의지하는 한국 기관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책을 개발하는 연구기관들은 국제기구의 통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국제기구들은 자체 구호 활동 과정에서 모인 데이터로 통계를 추출한다.

북한에 지부를 두고 있거나 북한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단체들은 데이터 수집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어,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세계식량기구(WFP)는 주기적으로 북한 가정을 직접 방문해 어린이 영양 상태 등을 조사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지난해 아예 북한 통계국과 손잡고 공동 조사를 벌였다. 당시 관계자들은 8천500가구를 직접 방문했다.

이미지 캡션 유엔아동기금은 북한 통계국과 함께 수천 가구를 직접 방문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일대일 면담을 통해 어린이 발육 상태부터 식수 등 사회기반시설 상태, 전자제품 사용 현황, 컴퓨터 기술 숙련도 등 수십 개 분야 데이터를 모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대지표 발표회'에서 북한은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 상태가 개선됐다"고 자찬했다.

영양실조 어린이가 2009년 전체의 32%에서 지난해 19%로 줄었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상당수 해외 언론은 이 통계를 인용하며 "북한 어린이 5명 중 1명은 여전히 영양실조"라고 썼다. 이는 '북한발 가공 통계'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 협력 정책 세우려면 '숫자 파악'이 시급"

독일의 경우 1990년 통일 이후 구동독의 통계 체계를 정비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서독과 동독 지역 통합 인구 전수조사는 통일 후 20년이 훌쩍 지난 2011년에야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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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전문가들은 남북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북한 통계국과의 교류를 꼽는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국 정부의 북한 통계 관리 상황을 지적한 심 의원은 BBC 코리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통계 수집을 위한 예산과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구자들은 남북 협력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북한 통계국과의 교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각 분야의 정확한 현황이 먼저 파악돼야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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