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빚을 자식이 갚아야 하는 경우는?

자식은 부모의 잘못에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Image copyright Alex Wong
이미지 캡션 자식은 부모의 잘못에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최근 가수 비, 마이크로닷, 도끼 등 다수 유명인의 부모에 돈을 빌려주었다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지만 이들 사안 대부분이 도의적 책임을 두고 벌어진 일이고 주장이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유명인의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으며 법적 판결과 무관하게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부모의 금전 문제에 자녀가 관련되는 일은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자식은 부모의 잘못에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부모가 갚지 않는 돈은 자녀가 변제해야 할까?

부모의 행동에 자녀가 책임져야 하는 세 가지 경우를 중심으로 '현대판 연좌제'에 대해 알아봤다.

빚은 안 갚을 방법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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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범죄자의 책임을 가족 등 관계자에게 물어 연대책임을 물게 하는 연좌제가 있었지만 1981년 폐지됐다.

이후 대한민국 헌법은 제13조 제3항을 통해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 법이 적용되는 가장 큰 예는 '빚'이다.

가족들은 구성원 중 한 명이 빚을 남기고 사망하거나 사라진 경우 상속 포기를 통해 채무를 거부할 수 있다.

상속전문변률센터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대표변호사는 '빚' 또한 재산에 포함이 되므로 재산 상속 포기가 빚 포기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속 포기를 하면 채권자들의 입장과 무관하게 해당인은 완벽하게 빚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망 3개월 내로 상속 포기나 물려받는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겠다는 '한정 승인'을 하지 않았을 때는 모든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단순 승인'을 한 것으로 인정해서 돈을 다 갚아야 해요."

"또 채무를 모르고 상속 재산 일부를 매도하거나 소비했을 경우도 '단순 승인'한 것으로 인정해서 다 갚아야 하죠."

"물론 장례절차에 쓴다거나 하는 명목으로 10만 원 정도 쓴 것은 정상참작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재산 처분으로 봅니다."

"하지만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나 한정 승인만 한다면 빚은 갚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상속 포기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자식이 부모의 행동에 책임을 지거나 영향을 받는 경우는 남아있다.

'흙수저 물려주는 것만으로 서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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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국민건강보험 체납 연대 책임이다.

현재 한국의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76조 3항과 77조 2항에 따라 가입자가 보험료를 체납할 시 가족이 대신 내도록 되어 있다.

한 국민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국민건강보험 연대책임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올리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부모의 빚이 너무 많으면 자녀는 부모의 빚과 재산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함으로써 구제받을 길이 있는데, 이 건강보험료라는 것은 그러한 구제 절차가 전혀 없기에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흙수저'를 물려주는 것으로 만도 서러운데 수백 수천만 원의 건보료까지 피할 길 없이 물리는 것을 보면 이들은 분명 죽어서도 눈을 못 감을 것입니다.'

채무자들의 상황이 최근 나아지기는 했다.

지난 2017년 3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부모가 내지 않은 건강보험료를 함께 내야 했던 미성년자 21만 명이 체납 의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법 발행 당시 미성년자가 아니었던 이들은 여전히 부모가 체납한 보험료에 대해 납부 의미를 지고 갚아야 한다.

국적도 연좌제… '무국적자'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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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로힝야족 대부분은 '무국적자'다

또 하나의 '현대판 연좌제'는 국적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불법체류, 사기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자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아기가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하고 어느 곳의 국적도 없는 '무국적자'를 양산해왔다.

국적이 없는 것이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나 현대 사회에서 국적은 때때로 인권 그 자체의 의미를 가진다.

현대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51년)'을 통해 '국적'이 국가가 정치적 공동체로 발전하면서 기원한 새로운 지위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국적이 '권리를 가질 권리'로서 발전했으며 '무국적' 상태가 '무인권'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더한다.

'법'은 '국민'에게 적용이 되는데 '국적'이 없는 자가 '국민'으로 취급받는 경우는 많이 없기 때문이다.

아렌트의 주장처럼 실제로 국적이 없어 생존, 보호, 발달, 참여 등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무국적자들은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중 일부는 불법 행위의 피해자가 되어도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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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치닫는 로힝야족 송환 문제

한국에서도 불법적으로 국적을 취득한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에 국적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법 테두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무국적자들이 발생한다.

UN 측은 이에 대해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아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주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가 UN아동권리협약(UNCRC)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부모와 상관없이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은 여전히 국적은 부여하지 않되 국적과 관계없이 교육받을 권리 등 법적인 보호는 제공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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