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 미쓰비시 손해배상 판결 받았지만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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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양금덕 할머니

1944년 5월, 양금덕 할머니를 포함한 다수 한국인이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 공장에 '근로정신대'로 강제징용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1999년 3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다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고 오늘 29일,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리했다.

한국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5명의 피해자와 23명의 유족에 총 5억 6208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와 관련해 "매우 유감이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했다.

어떤 주장이 있었는지,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어 온 것인지 그리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근로정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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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근로정신대' 김성주 할머니, 18년만의 승소

일본이 광산과 공장 업무에 징용당한 한국인 수는 약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근로정신대'라고도 불리며 전쟁터에서 성적 착취를 당한 '위안부'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양금덕 할머니 외 4명은 자신들도 그중 일부로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됐다고 말했다.

일본에 가면 학교에 진학해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일본행을 택했고 그 결과 비행기 부품을 닦아내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업무에 강제 동원됐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은 소송을 지원하며 이들 외에도 44년 5월 10대 소녀 약 300명이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징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양 할머니는 하급심 당시 직접 법정에 출석해 "된장국과 매실장아찌, 단무지 몇 개를 먹고 일했다"며 "작업 중 지진이 나 죽을 뻔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이 주장과 관련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승소했지만 배상은 여전히 미궁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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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쓰비시 광고 거절한 송혜교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

양금덕 할머니 외 4인이 이번 대법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주재하는 일본의 최고재판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패소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논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밝히며 한일 청구권 협정과 이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견해에 대한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없어졌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한일기본조약이라고도 불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은 1965년 한국 박정희 정권과 일본 정부 사이 체결된 조약이다.

조약은 식민 지배 당시 양국 간 체결된 조약 및 협정을 무효로 하고 일본이 한국 정부를 공식 합법 정부 인정하며 무상자금과 차관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강제 징용, 위안부 등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 협정을 근거로 한국 내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어졌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입장을 고수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번 판결이 "매우 유감이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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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일본은 이전에도 강제징용에 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3년 만에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당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개인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국제법적으로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일본 정부로서는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노 다로 외무장관은 역시 "한국 측에 즉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강하게 요구한다."며 "(한국이) 즉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수 없는 경우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 보호의 관점에서 국제 재판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가능성은?

가능성이 작다. 한국은 ICJ의 의무적 관할권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이 의무적 관할권을 응하지 않으면 국제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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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30일 대법원에서 이춘식(94) 할아버지의 손을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가 잡고 있다

강제집행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쉽지 않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이 아니라면 해외에 압류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가 받아들여질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조병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난 신일철주금 사건을 두고 "해외 증시에서 거래한 DR을 국내 재산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고, 이를 압류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받아들여 줄 것인지 역시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추가 소송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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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

강제징용 사례만 본다면,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이번 소송을 제외하고 총 14건이다.

피해자 및 유족 962명이 일본 기업 87곳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들이다.

이번 승소로 추가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다. 정부가 집계한 강제징용 피해자가 14만8961명이고, 유가족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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